나의 일상은 제주에서 온다.
허리가 아프고 뒷목이 아프다.
아마도 찬바닥에 이불만 덮고 자서 그런가 보다.
누울 때는 시원했는데 일어날 때는 뻐근했다.
딱딱함과 차가움은 내 몸에 좋지 않은가 보다.
하루 종일 몸상태가 좋지 않았다.
날씨도 굉장히 습했는데 몸까지 힘드니 온몸이 축 처진 기분이었다.
제주도 첫 여행을 갔을 때 송당리에 있는 당당하우스라는 곳을 숙소로 잡았다.
작은 오두막 스타일의 목조 펜션이었다.
숙소 앞은 도로가 하나 나있었고 주위는 밭과 나무들로 둘러싸인 아주 조용한 곳이었다.
작은 새끼 고양이 한 마리와 어른 고양이가 숙소 안에까지 들어와 마음대로 놀다가는 그런 한적한 곳이었다.
집에 에어컨이 없다 보니 작은 목조 하우스에서 틀어놓은 에어컨 바람의 냉기는 정말 시원했다.
작은 다락방 같은 2층이 사다리로 연결되어 있었고 나는 2층에서 그는 1층에서 시간을 보냈다.
첫째 날은 비가 수시로 내렸고 만장굴을 다녀온 이후 습한 기운을 없애기 위해 냉기로 하우스를 채웠다.
다음 날은 내가 제주도에 자아를 뺏긴 그런 사건들이 있었고 무척이나 시간이 흐르지 않는 시공간을 체험했다.
그래도 시간은 흘러 그날 밤도 어김없이 비가 떨어졌고 우리는 늦게까지 모닥불을 때우다가 하우스로 들어갔다.
체력을 많이 소진한 하루라 금방 잠이 들었고 눈을 뜨니 햇살이 눈부신 아침이었다.
그런데 몸이 잘 움직이지 않았다.
침대에서 온몸을 두꺼운 이불로 칭칭 감고 잠들었던 나는 전에 없던 이상한 감각을 느꼈다.
얼굴과 온몸이 얼어버린 느낌.
에어컨이 바로 내 위에 있었고 낮은 온도로 밤새 계속 틀어져 있던 것이다.
친구가 하우스의 문을 열었고 그제야 따뜻한 온기가 들어왔다.
찬기운과 따뜻한 기운이 만나자 숙소의 바닥은 물을 쏟은 것처럼 물에 젖어있었다.
나는 땡땡 얼어버린 얼굴로 아침을 맞았고 그날 하루 종일 얼굴이 부어있었다.
오늘도 그때의 그 느낌처럼 온몸이 차갑고 쑤시는 상태였다.
내가 왜 제주도 숙소에서 있었던 일을 언급하냐면 제주도에서 살기로 결정한 후에 내게 일어나는 작은 일들까지도 제주도에서 있었던 기억들과 연관 지어서 생각하게 됐기 때문이다.
제주도에서 있었던 날들은 10일이 안되는데, 365일 일 년 치 이상의 감정과 일상의 작은 에피소드를 그 짧은 날들에 모두 기대고 있다.
마치 내 모든 삶의 타임라인이 제주의 날에 모두 압축되어있는 것처럼 말이다.
살면서 누구나 자아를 깨우치고 바른 길로 이끌어줄 스승을 만나기도 한다.
그것은 책이 될 수도 있고 실존하는 현세의 인물일 수도 있다.
한마디로 이미 육체적 수명이 다하여 물리적으로 죽은 자의 지혜가 담긴 책과, 현재도 숨을 쉬며 살아있는 자의 나날이 발전하는 가르침이다.
그리고 난 거기에 하나를 더 하고 싶다.
그것은 바로 나를 둘러싼 자연이고 내게는 제주가 스승이다.
아무 말하지 않아도 그 존재만으로 나를 울고 웃게 만드는 제주가 나의 커다란 스승이다.
말로 표현되지 않는 자연의 모습과 그 적막함마저 배움이 가득하다.
책과 사람에게 배울 수 없는 날은 제주에게 배울 것이다.
제주의 오름에 누워 바람을 느껴보고 싶다.
초록의 푸근한 쿠션을 등에 배고 땅에서 올라오는 온기를 맞이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