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장마는 나에게 액션을 불러왔다.
장마가 시작됐다.
항상 신발이 젓고 바지 밑단에 흙탕물이 튀어 지저분하고 무거워진다.
조금 귀찮지만 그래도 즐겁다.
쏟아지는 햇빛 한줄기가 내 피부 위에 닿는 것만큼, 쏟아지는 물줄기가 내 피부에 닿아 사방으로 튀기는 진동의 즐거움이 있다.
세상 가득한 소음들을 반복된 빗소리가 먹어버린다.
내 귀에는 쉴 새 없이 떠드는 비의 언어만이 들린다.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집중하게 하고 기분 좋게 한다.
하늘 얼굴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온종일 비만 떨어뜨릴 기세다.
나는 좋다.
길면 길수록 좋다.
떨어지는 비를 구경만 해도 재미가 있다.
제주의 비가 그립다.
제주에도 장마가 시작됐다.
6월 20일쯤부터 시작해 7월 20일쯤에 끝난다고 한다.
약 한 달 정도인데 내가 휴가를 갔을 때는 항상 7월 말쯤이어서 장마가 끝났을 때였다.
그래도 제주는 자주 비가 내려서 심심치 않게 그 기분을 느낄 수가 있었다.
아마 올해도 휴가 중에 비를 만날 것 같다.
제주에서 살면 일기예보와는 다른 급작스런 날씨에 잘 대처해야 한다.
마른하늘에 갑자기 비가 떨어지거나 돌풍이 분다.
하지만 그런 갑작스러움이 제주를 여행하는 재미였다.
내 인생에도 어두운 날들이 지속된 날들이 많았다.
우울하고 축축하고 밝은 빛은 보이지 않는 그런 날들이 있었다.
혼자였고 모든 게 무기력했다.
이렇게 살기 위해 태어난 것인가?
나는 나에게 물어봤다.
대답은 하지 못했다.
그때는 너무 무지해서 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아픈걸 꾹 참고 그냥 웅크린 채 견딜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살기 위해 일을 나가야 했고 진짜 내가 하고 싶은 것은 손도 대지 못했다.
가슴에 한을 품은 느낌이었다.
매일 똑같은 삶을 살다가 갑작스레 돌풍이나 비가 내리는 것처럼 인생의 이벤트가 생겼다.
평생 만날 친구를 찾기도 했고, 평생 살고 싶은 곳을 발견하기도 했다.
의미 있는 것들을 찾기 시작했고 드디어 구름이 머금고 있던 비를 나에게 부어버렸다.
검은 하늘 사이로 비가 떨어지고 드디어 내 인생의 장마가 시작되었다.
쏟아지는 비는 멈춰있던 나에게 액션을 불러왔고 난 뛰었다.
할 수 있는 것을 찾았다.
계속 움직여야 덜 젖고 덜 추워진다.
가장 먼저 비를 피할 작은 집을 지었다.
그 집이 바로 온라인에 건설한 나의 티스토리 블로그다.
당분간 이 집에 머물면서 장마를 견뎌야 한다.
하지만 더 큰 폭우와 바람은 더 큰 집을 필요로 할 것이다.
그래서 난 계속 움직여야 한다.
긴 장마가 끝나면 햇살 한줄기를 내 얼굴 위에 내려앉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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