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활주로는 제주로

제주를 수집하자

낮가림 2022. 6. 21.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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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수집한다.






나는 어떤 이야기에 끌리면 그 작품에 관한 것을 모두 수집하는 집요함이 있다.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가 그런 이야기였다.
영화가 극장에서 막을 내린 지 꽤 시간이 지나서야 관련된 작업물들이 하나씩 공개되었다.




나는 LP,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CD, 각본집, 아가씨 아카입(아가씨 제작과 관련된 의상, 사운드, 촬영, 미술에 관련된 이야기를 엮은 도서), 블루레이 등을 모았고 앞으로도 나올 작업물을 수집할 것이다.




아가씨가 한국영화에서 내 마음을 붙잡았다면 드라마는 '나의 아저씨'였다.
나의 아저씨도 음악과 대본집, 포스터 각종 굿즈와 블루레이 등을 모았다.
그리고 오늘은 같은 작가의 작품 '나의 해방일지'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 CD를 받았다.
너무나 행복한 저녁이었다.
이 모든 수집품들은 내가 제주에서 살 곳을 정한다면 그곳으로 모두 옮겨서 장식할 것이다.
한번 머리와 마음에 쿵하고 진동을 주는 이야기들은 하나라도 더 모아서 즐기고 싶다.
그냥 쳐다만 봐도 행복한 물건들이다.
이런 맛으로 수집을 하나보다.




내 인생에도 생각만으로 기분이 좋아지고 나도 모르게 배시시 미소가 지어지며 웃음이 나오는 그런 추억들이 있다.
아쉽게도 그 순간들은 사진으로 찍힌 적도 영상으로 기록되거나 소리들이 녹음된 적이 없다.
오직 내 머릿속에만 있는 편집된 이야기들이다.
그중에 대부분은 진짜 날것의 기억이 없고 내가 계속 추억하고 회상하면서 내 입맛대로 조금씩 변형되거나 가공된 기억들이다.
어쩔 수 없다.
소문이 살이 입혀지는 것처럼 모든 사람의 기억은 조금씩 변형된다.
그래도 나는 그런 순간들을 사랑하고 아낀다.
내 인생의 몇몇의 순간들을 좋았던 부분만 컷 해서 기억 한구석에 모아놓았다.
그중엔 영화처럼 움직이는 추억도 있고 대화 소리만 남은 청각 자료도 있다.
내가 기운이 없을 때 그 추억만으로 작은 위로를 받고 기운이 난다.




지금은 제주를 수집할 때다.
아주 작은 것부터 나는 모으고 있었다.
제주행 비행기 티켓, 식당 카운터에 놓인 명함, 관광 팸플릿, 작은 소품들, 제주 관련 도서 등등.
그리고 제주에서의 날을 기록한 사진들이 나를 기쁘게 한다.
제주에서 겪었던 이상한 사건들이나 그때의 감정들을 내 기억 속에 모두 수집해놓고 있다.
아주 작은 것까지 소중한 나의 제주.
난 이렇게도 제주가 좋다.

무언가를 수집하는 것은 정성이고 열정이다.
하나의 이야기를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입으로 읽는 것은 다양한 감정으로 체험하게 한다.
나도 제주를 눈과 귀로 느끼고 입으로 읽어보고 싶다.
말을 걸어야 할지 지나가는 사람들의 숫자를 세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좀 더 많이 친해지면 제주를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지금부터라도 주변을 읽는 연습을 해야지.
벽이 보이면 벽이라고 말하고 냉장고가 있으면 냉장고라고 말해보자.
이상해 보여도 나를 둘러싼 세상을 읽는 연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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