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활주로는 제주로

제주 블로그 글쓰기

낮가림 2022. 6. 24.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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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것이 생각나지 않는다.







자청의 '역행자'라는 책을 반쯤 읽고 칠성사이다를 한 모금 마셨다.
10시가 되기 전에 블로그 포스팅을 해야 할 것 같아 충전 중이던 스마트폰을 들었다.
몇 줄 써내려 가다가 너무 복잡한 이야기인 것 같아서 다 지워버렸다.
다시 흰 화면을 멍 때리며 쳐다만 본다.
뭘 써야 하지?
오늘은 무슨 주제를 가지고 써야 하나?
생각이 나지 않는다.
백지를 계속 보고 있으니 얼마 전에 먹은 시원하고 고소한 뽀얀 콩국수가 생각이 난다.
글감은 안 떠오르는데 잡생각은 잘도 떠오른다.

시간은 흐른다.
퇴근 후 5분은 아주 귀한 시간이다.
그 5분을 멍 때리기에 소비 중이다.
방금 읽은 자청의 역행자에서도 독서와 글쓰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는데 오늘은 글쓰기 주제가 생각이 나지 않는다.

포스팅 주제와 글감이 생각나지 않는 것은 아직 다양한 사고가 이뤄지지 않는 내 부족함이다.
쓰고자 할 때 무언가가 확 하고 갑자기 화면 위로 떨어지면 좋겠지만 나의 사고는 꽉 막혀있다.
쓰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폰을 들어 앱을 실행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여기까지만 움직일 수 있으면 글은 손가락이 알아서 써줄 거라는 희망을 가진다.
하지만 텅 빈 백지 앞에서 손가락은 터치화면에 지문만 잔뜩 묻히고 있을 뿐이다.
나는 글을 먼저 쓰고 마지막에 제목을 짓기 때문에 사실상 텅 빈 백지 화면이다.
키보드 앱도 몇 년 동안 가장 손에 익은 커키 키보드 앱을 깔아서 쓰고 있다.
내 뇌만 작동한다면 손가락은 열심히 일할 것이다.

머릿속에는 온갖 잡생각들이 가득하다.
빨리 쓰고 어제 방송한 심야괴담회를 봐야 하는데.
수강 중인 클래스101 강의 두 개도 잠들기 전에 봐야 하는데.
사이다 말고 펩시콜라를 마실까?
점점 써야 할 것과 멀어진다.
노트북이 아니라 폰으로 글쓰기를 하다 보니 중간중간 알림이 수도 없이 울린다.
나의 시선은 상단에 뜬 알림에 꽂히고 괜히 한번 창을 내려서 확인해본다.
아 빨리 글 쓰고 이따가 저 유튜브 영상이나 봐야겠다.
또다시 딴생각이다.
습관은 이렇게나 무섭다.
스마트폰을 사고 나서부터 생긴 몇 년동안의 고인 습관과 몇 개월 만에 습관 1군으로 올라오려는 글쓰기 습관이 서로 기싸움을 한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앞으로 내가 부자가 되어 자유를 누리려면 어느 쪽 습관을 더 아껴주고 편들어주어야 하는지.

나는 다시 티스토리 앱으로 돌아온다.
흰자만큼이나 하얀 백지 앞에서 또다시 멍을 때린다.
대화 상대였다면 아무 말이라도 뱉어서 그 대화를 적었을 텐데 아쉽게도 티스토리는 빅스비나 시리가 아니다.
내 이야기에서 제주로 생각을 점프해 찾아본다.
제주를 사랑하지만 많은 에피소드나 사진자료가 적기에 풀어놓을 이야기도 부족하다.
한마디로 생각이 나지 않는다.
아 오늘은 괜히 멍 때리다가 시간만 날린 건가.
써지는 날도 있고 멈춰지는 날도 있는 것 같다.

쓸 것이 전혀 생각나지 않아서 쓸 것이 생각나지 않는 이야기를 적어봤다.
어쨌든 써졌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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