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활주로는 제주로

제주 가파도

낮가림 2022. 6. 30.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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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하늘에 구름이 잔뜩






여행의 마지막 날 우리는 제주 가파도로 향했다.
여객선을 타고 배가 물 위를 걷는 동안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기대감에 기분이 들떠있었다.
푸른 물결에 하얀 거품이 일며 가파도로 나아갔고 오래지 않아 저 멀리 작은 섬 하나가 보였다.




제주도와 최남단 마라도 사이에 위치한 가파도는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찾는 섬이었다.
우리는 배에서 섬 위로 내렸고 가파도 탐험을 시작했다.
가파도는 청보리로 유명한 관광지인데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청보리 대신 유채꽃이 만발했다.
날씨는 해가 쨍쨍했으며 신기하게도 섬에는 큰 나무나 그늘을 피할 곳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땅은 낮고 하늘은 높아서 처음 보는 풍경에 넊이 나갔다.
잔잔한 바람이 불었지만 아쉽게도 햇빛이 너무 뜨거워서 눈을 들 수가 없었다.
다음에 다시 온다면 약간 구름이 끼고 보슬비가 내리는 날씨에 와야겠다.
그래야만 눈을 들어 높은 하늘과 멋진 구름의 웅장한 모습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가파도에는 해녀분들이 계셔서 낮은 집 곳곳에 해녀 망태가 벽에 걸려있었다.
골목길을 지나다니며 집들을 구경해보니 대부분 하얀색으로 칠해진 작고 아담한 집들이었다.
살아가시는 생업이 그대로 느껴지는 감성들이 눈에 시원하게 들어왔다.
골목길을 지나 길 위로 올라가니 노랑으로 가득한 유채꽃밭이 펼쳐졌다.
꽃밭 너머 산도 없고, 숲도 없이 파란 하늘만 가득한 세상.
가파도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 같았다.




시간이 흐르자 풍경만을 즐기기엔 너무 더웠다.
우리는 눈에 띄는 작은 가게로 들어갔다.
에어컨 바람이 우리를 반겼다.
가게의 이름은 오멍가멍쉬멍.
배를 채우려 수제 핫도그와 가파도에서만 먹을 수 있다는 청보리라떼, 청보리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녹차처럼 보이는 겉모습이 미각을 느끼니 좀 더 다른 청량한 맛이었다.
청보리 아이스크림은 가파도에서 꼭 추천하는 디저트다.
우리는 몸의 온도를 내린 후 다시 탐험에 나섰다.




다시 골목길을 지나 바닷가 근처로 내려가니 작은 파출소가 보였고 지나가려다 나는 발길을 돌려 근처 식당의 메뉴 간판을 보았다.
한치회...
한치가 제철이라 제주에 있는 동안 먹고 싶었는데 마트에서 딱 한치물회만 판매를 하지 않았다.
이번에 그냥 지나가면 1년 후에나 먹을 가능성이 있었다.
난 곧바로 부성식당이라 적힌 식당에 들어갔다.
해물파전, 한치회덮밥, 한치물회를 시켜서 원 없이 한치를 먹었다.
바다가 보이는 식당에서 배가 부르니 세상 걱정없는 노곤함이 밀려왔다.
식당 밑의 정자로 내려가 대자로 뻗어버렸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온몸을 만지고 지나갔다.
계속 누워있으면 잠이 올 것 같아 우리는 서둘러 일어나 다시 항구로 걸어갔다.




다시 가파도에 온다면 꼭 흐린 날의 청보리밭을 보고 싶다.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하루쯤 묵어가고 싶다.
밤하늘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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