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안전하고 아늑해야 한다.
예전에 '구해줘 홈즈'라는 방송을 재밌게 본 적이 있었다.
방송 초반에는 아기자기하고 가성비가 있는 그런 실용적인 집들이 많이 나와서 재미있게 시청했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아이디어나 매물이 소진됐는지 비싸고 광고 같은 집들이 홍보성으로 소개되었고 어느 순간부터 찾아보지 않게 되었다.
그 후로 구해줘 홈즈라는 프로그램을 잊고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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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휴가를 보내던 나와 친구는 햇살이 약해진 늦은 오후에 일찌감치 나와 동네길을 걸었다.
배가 고프기도 했고 안 가본 길이 많았기에 한번 쭉 둘러보고 싶었다.
산방산 가까이 다다르니 오른편으로 바다가 넓게 펼쳐져 있었고 기괴한 돌산과 넓은 바다의 조합이 낯설게 느껴지며 신선함을 불러일으켰다.
바닷가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이 우리를 스쳐 지나갔고 알 수 없는 촉감과 온도가 온몸에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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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워진 길에서 지는 해를 보던 우리는 가까운 식당으로 들어가 가볍게 식사를 했다.
식사를 마치고 길을 다시 걷기 시작했을 때는 많이 어두워져 있었다.
우리는 오던 길이 아닌 다른 길로 걸어가기 시작했고 주위에 가로등이 없어서 매우 어두웠다.
친구는 이런 길이 위험하다며 차가 우리를 보기 위해 작은 후레쉬를 꺼내 손에 쥐었다.
사진도 찍어가며 어느 정도 걸었을 때 한 건물이 보였다.
자세히 보니 건물들이 한 곳에 묶여있었고 타운하우스였다.
건물 앞에는 구해줘 홈즈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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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에 입주한 사람은 아무도 없는지 매우 어두웠다.
길 사이에서 반대편을 바라보니 그쪽은 불빛이 가득했고 아늑한 기분이 느껴졌다.
다시 건물을 보고 나서 한두 세대가 살아도 주변이 어두워서 무섭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건물분양이 되지 않아서 방송을 통해 홍보한 것이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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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걸었고 불이 켜진 타운하우스를 많이 볼 수 있었다.
딱 보기에도 있을 거 다 있고 넓고 생활하기 편리한 집들이 었다.
하지만 내가 제주에서 살고 싶은 집은 이런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조금은 불편해도 제주의 느낌이 강하게 드는 그런 집을 나는 상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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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뜨거운 한낮에 같은 길을 걷게 되었고 어제의 그 건물이 보였다.
빈 건물 위층에서 사람 한 명이 청소하는 듯한 모습이 보였다.
낮과 밤이 너무 다른 모습에 나는 조용히 지나쳤다.
나는 공포라는 감정이 주는 기분을 좋아하지만 딱딱하고 차가운 시멘트 건물에서 느껴지는 차가움과 음산함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외적인 공포의 환경에서 피해 돌아왔을 때 나를 지켜주고 안전하다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하는 곳이 집이라 생각한다.
집 자체가 공포의 주체라면 과연 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