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은 제주를 위해 서울 사람인 내가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내가 세상에 태어난 이유는 뭔가 의미가 있을 거라 믿었다.
분명 나만 할 수 있는 소명이 있거나 내가 걸어야 할 길이 있다고 생각했다.
40살이 되기 전까지.
차츰 나는 그런 의미들을 잊어버렸다.
먹고사는 문제조차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인간에게 소명 따위나 세계적인 가치관이 더 이상 중요 할리가 없었다.
특별하다고 믿어왔던 나의 가치관은 점점 희미해지고 다른 이가 만들어 놓은 가치관 혹은 상상 속에서 살게 되었다.
그들이 만들어놓은 매뉴얼대로 움직이고 숨을 쉬면 배고파할 일은 없다.
혼자 자취생활을 할 때 돈이 다 떨어져 배를 굶어야 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정말 일하는 곳에서 밥을 먹기 위해 출근했었다.
가격이 싸고 양이 많은 스파게티 면으로 국수를 해 먹었다.
간장과 다시다만 넣으면 얼추 간이 맞는 따뜻한 한 끼가 되어주었다.
그렇게 배고팠지만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믿었다.
언제가 될지는 몰랐다.
기약도 없고 아무도 모르는 혼자만의 상상이었다.
그래도 행복했다.
독특하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조차도 내가 특이한 사람이라고 했다.
그래서 더욱 내가 태어난 목적과 소명이 있을 거라 믿었다.
실수였다.
타인이 아닌 스스로에게 묻고 들었어야 했다.
더 깊이 나 자신을 알았어야 했다.
시간이 흐르고 그저 일과 잡다한 휴식이 다였던 나에게 제주가 가까이 왔다.
분명 너무나도 멀리 떨어진 땅이었지만 발만 뻗으면 개울물을 건너듯 넘어갈 수 있는 느낌이었다.
제주병을 일 년 내내 안고 살았고 문득 깨달았다.
내가 태어난 거룩한 이유나 목적은 모르겠지만 제주는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나는 몇 년 전까지 제주를 전혀 몰랐지만 제주는 내가 태어났을 때부터 나를 알았고 아주 오랫동안 저 멀리에서 나를 지켜봤을 거라는 것을.
어렸을 때 들었던 재미난 이론이 있다.
지구 자체가 살아있는 생명체여서 인간을 보살피는 어머니 같은 존재라는 가이아 이론.
지금 생각해보니 제주는 내게 그런 존재였다.
지구가 아파하고 있다는 많은 뉴스와 기사가 최근에 많이 나오고 있다.
기후변화로 유럽에는 사상 최악의 폭염과 가뭄이 오고 대한민국은 폭우로 피해를 보고 있다.
아마존의 밀림은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얼마 전에는 제주 곶자왈의 땅을 소유한 소유주가 땅값을 올리기 위해 숲을 밀어버렸다가 적발되었다는 기사가 올라왔다.
예전 같으면 그냥 지나가는 기사 정도였겠지만 이젠 마음이 아프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방류되면 제주 앞바다로 흘러온다고 한다.
제주의 자연이 아프면 그곳에 사는 사람들도 모두 아프다.
뚜렷하지 않지만 무언가 해야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직도 나는 내 소명과 걸어야 할 길은 찾지 못했다.
나만 특이한 인간이라 나에게 특화된 목적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살아보니 모든 인간은 특이하다.
어쨌든 나는 제주로 가야 하고 제주로 가는 과정이 나를 빌드업하는 계기가 될 거라는 것을 깨달았다.
정리되지 않은 글이지만 결론은 제주를 위해 서울 사람인 내가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 무언가가 무엇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내 활주로는 제주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낯선 추석 풍경 (4) | 2022.09.09 |
---|---|
내 삶은 드라마 (6) | 2022.09.07 |
내가 사용하는 도구 (0) | 2022.09.03 |
제주 월영사계 조식 베이글과 치즈 (4) | 2022.09.02 |
제주생활 시간표 (8) | 2022.09.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