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활주로는 제주로

내가 살고 싶은 좋은 집

낮가림 2022. 9. 13.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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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환경을 바꾸는 것이 더 빠르고 안전하다고 믿는다.




사진 출처 ㅡ tvN 공식 홈페이지



요새 가장 재미있고 설레는 드라마 '작은 아씨들' 4화를 넷플릭스로 시청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주라는 인물이 부동산업을 하고 있는 고모할머니에게 아파트를 소개받으러 간다.
전망도 좋고 깔끔한 모습에 인주는 이미 마음을 뺏겨버리고 지긋이 쳐다보던 고모할머니는 인주에게 말한다.

좋은 집에 살면 성공할 확률이 높아져.
웬만한 일은 집에 오면 다 극복이 되니까.

자본주의는 심리 게임이거든?
있는 사람은 극복할 수 있지만 없는 사람은 못 하는 감정이 있어.

그게 무슨 감정인데요?
상실감.
아...
잃을 수 있어야만 큰돈을 만질 수 있어.
더 많이 리스크를 걸 수 있는 사람이 이기는 거니까.
난 말이야.
모든 걸 잃어도 이런 집만 있으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어.

정말 그럴 거 같아요.

사진 출처 ㅡ tvN 공식 홈페이지



나는 고모할머니와 인주의 대화에서 참 많은 것을 느꼈다.
좋은 집에 살면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
완전히 이해하기는 힘들지만 거부감 없이 이해되는 말이다.
사람의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너무 잘 알고 있다.
고모할머니가 보여주는 쾌적한 공간을 보면서 나도 저런 곳에서 시작하고 싶다는 강한 욕망이 들었다.

내가 사는 집은 중학교 시절 이사한 빌라다.
어려운 환경에서 부모님이 매매한 집이었고 의미가 남다른 공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 집의 식구는 많았고 작은 공간에서 서로 뒤엉키며 살았다.
세월이 지날수록 집은 낡아갔고 비가 많이 오면 밑에 집에서는 하수구가 역류했다.
짧은 주기로 윗집에서는 물이 새서 우리 집 천장과 벽에 물자국과 곰팡이를 피워냈다.
집을 고쳐보겠다고 다시 벽지를 바르고 장판을 깔았지만 갈수록 지저분해져 보였다.
매일 그 환경을 눈으로 보는 것은 알게 모르게 무의식 속에 쌓여갔던 것 같다.
우리 집은 좁고 낡고 가난해...



깨끗한 환경은 정리된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래서 내가 사용하는 공간은 매일 진공청소기로 청소하고 타올로 깨끗이 닦아낸다.
눈에 보이는 먼지가 없어도 무조건 닦고 본다.
이제는 습관이 되어버린 일종의 의식이다.
이 의식이 끝나면 나는 이 자리에서 의미 있는 활동을 할 거야 하는 그런 다짐.
멀티탭 선도 정리하고 최대한 깔끔하려 애쓴다.
방바닥에 머리카락 하나라도 보이면 누운 상태에서도 바로 손가락으로 집어서 화장실에 갖다 버린다.
내가 있는 공간을 지키는 습관이다.

나는 지금의 낡은 집이 아닌 드라마 속 공간 같은 집에서 살았다면 더 나은 삶을 살고 있을까?
많은 이들이 환경을 탓하지 말고 너의 의지를 원망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난 환경 탓을 살면서 끊임없이 했던 사람이고 개천에서 난다는 용을 주변에서 본 적이 없다.
더 좋은 집에 살았다면 난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었다.
좀 더 넓고 깨끗한 집이었다면 난 분명 그럴 거라 믿는다.
좁고 낡은 집은 나와 공간, 사람 사이의 간극이 너무 좁아서 작은 것까지 자세히 보게 한다.
칠이 벗겨진 문짝, 색이 바랜 벽지, 줄지어 돌아다니는 벌레들, 게으르고 나태한 모습의 가족, 그들의 나쁜 습관과 버릇들이 너무 눈앞에서 자세히 보인다.
그 순간 나의 내면은 찡그리지만 한 공간에 있는 이들은 모두 천천히 동기화된다.
나도 가족의 나쁜 습관과 버릇을 닮아간다.
그래서 어른들이 현재 자신의 모습을 알려면 그 친구를 보라고 말했나 보다.



제주로 여행 갈 때 나는 일부러 가격이 높고 깔끔하며 이쁜 곳을 정했다.
숙박비를 아끼느라고 나를 이상한 방구덩이로 던져놓고 싶지 않았다.
오직 나를 위한 혹은 함께한 친구와의 소중한 시간이었고 제주의 경험을 더 풍요롭게 하기 위한 나의 장치였다.
신축펜션이어서 더 깨끗했던 숙소는 나에게 많은 휴식을 주었다.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고 더 잘 살아보겠다는 다짐이 생기게 했다.
공간이 주는 힘은 위대했다.
그 공간을 벗어나 둘러보는 제주의 환경은 더 위대했다.

상상의 법칙은 자신이 원하는 미래의 모습을 먼저 만나고 이미 이루어진 것처럼 살아가는 것이다.
상상을 아무리 디테일하게 해도 매일 눈으로 또렷이 보이는 집의 환경이 자주 믿음의 힘을 떨어뜨린다.
성공하려면 부자를 만나고 주변 환경을 부자의 기운으로 채워라라는 말의 뜻이 그런 것 같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시그니엘 호텔 로비로 가서 그 느낌을 받아오고 비싼 숙박권을 결제해서 하룻밤 부자의 일상을 누려보기도 한다.
자신이 미래에 살 차를 정하고 고급 외제차 전시장에 가서 운전석에 앉아보기도 한다.
명품 브랜드의 정장을 대출해서까지 결제를 한다.
절대 과소비와 물욕이 아닌 좋은 것을 누리고 좋은 결과를 불러오기 위해서다.
환경 세팅을 부자처럼 바꾸는 것이다.



정말 몰두하여 환경을 이겨내고 더 나은 내가 될 것인가?
환경을 바꾸고 더 나은 내가 될 것인가?
나는 환경을 바꾸는 것이 더 빠르고 안전하다고 믿는다.
환경을 세팅하는 것에 레버리지 효과가 있고, 미래의 큰 가치를 위해 현재의 환경투자는 작은 돈이라고 본다.
부자는 망해도 돈을 버는 시스템이 몸에 남아 다시 재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반면 가난한 이들은 한번 망하면 더 빛을 지고 자식들까지 그 고통을 떠안는다.
그래서 부자인 고모할머니가 그리 말했나 보다.

모든 걸 잃어도 이런 집만 있으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어.

나도 그런 집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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