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활주로는 제주로

불꺼진 방안의 제주

낮가림 2022. 2. 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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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가 넘은 하루가 저무는 시간.
어두운 공간에 조명 하나만 켜 놓은 채 생각을 정리 중이다.
하루 동안 전보다 시간을 아끼며 생산성 있게 보냈지만 나는 알고 있다.
쓸모없는 것에 낭비한 시간이 더 많다는 걸.
그 시간들이 모두 모이면 의미 있었던 시간의 몇 배라는 걸.
분명히 잘 알고 있음에도 빈둥거림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 건 아직 밀도 있게 시간 사용하는 습관을 내 몸에 익히지 못했다는 거다.
물론 하루 중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에 쉴 수 있는 여유는 필요하다.
그렇지만 내게 주어진 휴식 시간을 제대로 사용한 적이 있는가?
요새는 한번에 끝까지 영화 한 편을 보기도 힘들다.
집중력이 흩트러진 채로 여기저기 관심을 준다.
아까 한 행동을 몇분 후에 다시 반복한다.
조금 지나면 배가 고프고 밥 먹느라 시간이 또 흘러간다.
제대로 된 휴식이 아니라서 조금씩 에너지가 낭비된다.
최근에는 어정쩡한 휴식을 해서 얻는 만족감보다 포스팅 하나에 집중해서 끝마쳤을 때 얻는 만족감이 더 높다.

지금도 잊지 않고 제주에 몰입 중이다.
어둠 속 작은 벽 조명이 제주의 등대처럼 보인다.
이 포스팅을 하기 위해 유튜브로 제주 ASMR을 찾아서 이어폰을 꽂고 바람소리나 파도소리를 틀어봤다.
이상하게 집중이 안된다.
아직까지는 아무것도 듣지 않은 채로 입력도구와 내 생각만 짝을 맞춰 놓는 게 가장 효율적이다.

내 삶의 최근 10년을 기준으로 가장 글을 많이 쓰는 날들의 연속인 것 같다.
먹고살려고 노력하는 게 이렇게 무섭다.
전에는 먹고 사는게 무섭다는 걸 몰라서 몇 년을 낭비했을까?
아니 그때도 절박함을 알았겠지.
하지만 누군가가 손을 내밀어 나를 끌어 올려줄거라 기대했던 거겠지.
공주도 아닌데 백마 탄 왕자를 기다렸다니...
이제는 더 온몸으로 느끼고 싶다.
먹고 사는게 무섭고 소름 돋는 일이라는 걸.
숨지 않고 준비해서 맞서고 싶다.
일단은 글부터 쓰는 거다.
짧은 글이라도 빼먹지 않고 부지런히 포스팅하는 거다.
첫 글 보다 지금이 더 쓰기 편하고 제목 짓기도 유연해졌다.
불 꺼진 방안의 제주라니...
불 꺼진 내 방안에 제주가 있어?
그런데 실제로 있다. 제주에 몰입 중이니 내 뇌는 계속 상상으로 제주의 여러 풍경들을 만들어 보여 준다.
거기엔 바람도 불고 파도도 친다.
미친 게 아니다.
난 지금 그렇게 살고 있다.

불 꺼진 방안의 제주에 진짜로 사람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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