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활주로는 제주로

제주 콘텐츠

낮가림 2022. 2. 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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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내게는 제주 콘텐츠가 없다.
제주스러운 콘텐츠. 브랜드의 얼굴이 되어줄 그 무엇.
그 무언가를 찾기 위해 티스토리 포스팅을 하면서, 하얀 디지털 여백 위에 나의 생각을 정리해 나간다.
그냥 생각만 하는 것보다 포스팅으로 글을 적을 때 새로운 아이디어가 더 자주 떠오르는 것 같다.
다른 이들은 제주라는 공간에 무엇을 더해서 콘텐츠로 생산할까?

어떤 이들은 제주 관련 잡지를 발행하고, 다른 이는 제주의 먹거리나 공예품을 모아 스마트 스토어에서 판매한다.
제주 유투버는 제주 관련 일상정보를 모아서 영상으로 올리고, 때로는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제주 창업가들을 찾아 인터뷰하고 도움을 준다.
제주의 특성을 살린 에어비앤비 펜션도 호스트만의 철학과 개성이 녹아있다.
동문시장의 횟집 사장님도 유튜브 영상을 올리며 수산시장의 가이드 역할을 하신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유기적으로 이어져 있으며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
당연한 건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그들 모두가 현재 제주에서 활동한다는 것이다.

물론 콘텐츠는 보고 듣고 읽고 하는 것이 다가 아닐 것이다.
제주가 혀로 느껴지는 커피맛 일수도 있고 제주공항만의 오는 이와 가는 이를 위한 직원들의 미소와 편의 서비스, 제주의 강한 바람이 피부로 느껴지는 도로 위의 텅 빈 공간일 수도 있다.
당연히 바람부는 도로 위는 누군가가 의도한 것이 아니고, 당장 가치로 환산되는 유형의 콘텐츠가 아니다.
제주의 자연이 만든 바람이 인공 구조물 위를 지나던 나를 만지고 갔을 뿐이다.
그것은 무형의 콘텐츠였고 나를 감명시켰으며 제주를 떠나 서울로 돌아온 후에도 잊지 못하고 매일매일을 제주에 대한 글을 쓰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콘텐츠들은 제주의 돌담 동네가 주는 아늑함, 오름 위에서 내려보는 제주의 풍경, 제주 해변가의 푸른 파도, 귤 농장 한가운데 지어진 숙소, 높은 야자수가 자라는 이국적인 분위기가 있다.
매해마다 많은 이들이 이 콘텐츠들에 매료당하고 제주로 이주해 살거나 짧은 한달살이, 일년살이를 하고 돌아간다.
사람에 의해 가공 된 콘텐츠보다 제주라는 특수한 자연환경이 스스로 생산해내는 콘텐츠가 내 경우엔 더 많이 끌렸다.
인공적이든 자연적이든 생산자가 누구든 제주라는 터에서 만들어진 콘텐츠는 모두 가치가 있으며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아내면 된다.
이 모든 제주스러운 콘텐츠는 제주에서 만들어지고 제주에서만 소비되어 잊히거나 제주 밖으로 나가 제주에 관심을 가지게 한다.

그리고 난 제주 밖에 있다.
내 머리엔 제주가 있으나 지리적 위치는 서울이다.
서울에서 만들 수 있는 제주 콘텐츠는 무엇일까.
이것이 현재 나의 가장 큰 고민이다.
내 고민을 듣고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그냥 제주로 와서 일상 사진이라도 찍고 매일 올리세요.
왜 제주밖에서 제주스러운 걸 고민합니까?
지금은 올 용기가 없는거 아니에요?
저 말을 하는 이들은 내 안에 사는 사람들이고 스스로에게 하는 비난이다.
비난은 이렇게 글로 박제 될 것이고 후에 나만의 제주스러움을 찾는 다면 스스로에게 이해받고 싶다.

제주스러움.
제주에 가보지 않았어도 돌하르방을 보고 제주라 말한다.
귤의 생산지는 제주일뿐 이라고 생각들을 한다.
해녀들을 보고 제주사람이라 한다.
제주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제주스러운 그 무언가.
오늘도 나는 제주 콘텐츠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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