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블로그 글에 뭔 개소리를 길게 쓰고 있나 하면서 말이다.
비가 멈췄다가 다시 내리기를 하루 종일 반복하는 이상한 날씨의 날이다.
몸도 서늘하고 마음도 뭔가 허전한 하루였다.
그럼에도 퇴근은 즐겁고 따뜻한 이불 아래서 포스팅을 하는 이 순간이 감사하고 즐겁다.
갤럭시 탭 S8 울트라 태블릿을 세워놓은 채 스마트폰으로 블로그 포스팅을 작성 중이다.
글을 다 쓰면 클래스 101 영상강의도 듣고 책도 짬짬이 읽어야지.
최근에 친구랑 카카오톡으로 대화하면서 이런 말들을 나눈 적이 있다.
나는 한국에서 태어난걸 고마워하라고 했고 친구는 그런 식으로 따지면 끝도 없다고 답했다.
친구 말이 맞다.
누구나 다 자신이 처한 상황이 가장 힘들다.
어떤 기준을 세우든 주관적인 견해고, 100명이 있으면 100명의 생각이 모두 다 다르다.
나는 절대 친구의 생각을 죽을 때까지 모두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양보할 수는 있지만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가장 가까운 가족마저도 평소에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이해할 수가 없으니까 말이다.
젊었을 때는 내 의견과 다르면 반목하거나 무시했었다.
나와 남의 의견이 다르다가 아닌 틀리다로 선을 그었다.
세월이 지나 스스로 꿈꿔왔던 어떤 것 하나도 이루지 못한 나를 자각하고 그 모든 게 다 부질없음을 알았다.
그래서 이 티스토리 블로그를 통해 내 생각들의 파편을 남기고 기록하는 것이다.
보통은 별 내용이 없지만 중간중간 의미 있는 글들이 쌓여 작은 지층을 조금씩 이루기를 바라고 있다.
그래서 몇 년이 흐른 어느 날 그때도 꾸준히 티스토리에 글을 적고 있다면 한라산은 안돼도 제주의 작은 오름만큼은 솟아있기를 바랄 뿐이다.
웹상에는 수많은 블로그와 커뮤니티, SNS 등의 계정이 있고 모두 저마다의 생각을 표현하고 영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자신의 전문분야를 다루거나 혹은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주제를 가지고 풀어내는 유저들도 있다.
나는 앞에 말한 모든 것에 해당되는 사람이 아니다.
단순히 제주가 좋아서 제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사람이다.
심지어 제주에 살고 있지도 않고 여름휴가로 3번 정도, 날짜로 세보자면 딱 13일을 제주에 발붙이고 있었던 사람이다.
심지어 제주에 있던 동안은 블로그 글을 작성하지 않았고 모두 서울에서 쓰고 있다.
나는 제주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고 단순히 내가 걷거나 차를 타고 지나친 장소만 알고 있을 뿐이다.
제주에 아는 사람도 없으며 특별히 애착을 가질만한 장소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멀지 않은 미래의 어느 날 제주로 훌쩍 넘어가 새로운 삶의 형태를 시작하고픈 중년일 뿐이다.
왜 그런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제주를 알고 나서 제주밖에 없다는 생각이 강렬히 들었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정말 제주밖에 없었다.
나를 흔한 제주 예찬론자라고 볼 수도 있다.
갑갑한 시멘트 고층빌딩의 숲에서 벗어나 시야가 확 트인 제주의 풀밭과 바다의 수평선을 동경하고 내려오는 흔한 서울의 이민자라고 생각할 것이다.
실제로 제주에 내려가 살고 있는 이주민들은 제주에 대한 환상을 갖지 말라고 한다.
매일 오름에 올라가거나 숲으로 들어가 피크닉을 즐기지 않으며 항상 바닷가를 드라이브하거나 밀물에 발장구를 치지 않는다고 말이다.
해지는 저녁노을은 항상 같은 자리에서 볼 수 있기에 아름다운 것은 맞으나 그만큼 슬프다고 한다.
나와 같은 사람들이 제주로 내려와 살다가 무료한 일상에 지치고, 모든 것이 풍족한 서울의 삶을 잊지 못해 다시 돌아간다고 한다.
제주로 내려가는 많은 이들 중 일부는 삶에 지치고 지쳐서 요양을 하기 위해 간다고 한다.
이미 건강과 마음의 여유를 잃고 남은 불씨라도 살리기 위해 제주로 도피하듯이 가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활력이 없고 지쳐있는 사람들이 많더라는 것이다.
이미 에너지는 방전된 상태이고 다시 재충전을 하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활력을 가진이들은 제주를 잠깐 스쳐 지나가는 젊은 관광객들이나 한달살이를 하다 가는 이들뿐이라고 한다.
그마저도 제주로 이주하는 인구수는 많이 줄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는 이러한 제주에 또다시 한 명이 추가되는 요양이 필요한 기력이 쇠한 자인가?
혹은 무턱대고 제주의 자연과 날씨를 찬양하는 서울 사람인가?
물론 위 내용의 말들도 모든 제주사람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는다.
서울의 힙한 동네의 상권이나 거리 혹은 동네처럼 제주에도 젊은 에너지로 바뀌고 활력이 넘치는 지역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그러한 제주를 만드는 한 사람이 되고 싶다.
물론 지금은 낯선 이방인이고 서울의 어느 산동네에서 혼자 계획을 준비 중일 뿐이다.
반지의 제왕의 마왕 격인 사우론도 중간계를 평정하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 반지를 찾고 모르도르에서 힘을 키웠다.
나는 중간계를 지키기 위해 반지를 지니고 불의 산이라 불리는 운명의 산으로 떠난 반지원정대의 정의와 희망도 가치가 있다고 믿지만 사우론과 그 수하들의 간절함도 그에 못지않다고 생각한다.
사우론에게 중간계의 황폐화는 악이 아닌 그 자신에게는 선을 행하는 의지였다.
프로도도 반지를 나르는 동안 끊임없이 반지를 소유하고픈 욕망에 시험당했다.
중간계의 마왕과 작은 용사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나도 끊임없이 유혹에 이끌린다.
이렇게 벌어서 언제 제주에 갈 것인가?
역시 나는 서울 사람인 걸까?
오늘따라 블로그 글에 뭔 개소리를 길게 쓰고 있나 하면서 말이다.
어쨌든 나는 사우론처럼 비밀스럽게 준비 중이고 반지원정대처럼 희망의 한걸음을 내딛으려 한다.
내가 제주로 가는 목적은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니다.
그냥 제주가 좋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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