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활주로는 제주로

지역 커뮤니티 중고 거래 앱 당근마켓

낮가림 2022. 10. 22.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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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위에 관찰과 예상을 넘어서는 것이 서비스 이용자들이다.






나는 중고물품을 거래한 적이 살면서 딱 한 번이다.
내가 읽었던 소설책과 자기 계발서 그리고 아이들이 볼법한 그림책을 몇 권 모아서 중고 거래한 기억이 있다.
20년 전의 일이지만 이 글을 쓰려고 하니 기억이 난다.
그 당시 모닝 365라는 도서 서비스가 있었다.
온라인으로 책을 주문할 수 있었고, 주문한 책을 역사 안에 설치된 작은 숍에서 찾아갈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그 당시 대단히 특이한 시스템이었고 도서뿐만이 아니라 모닝 365 웹사이트에서 판매한 각종 DVD와 물품들을 지하철 숍에서 수령해 갈 수 있었다.
나는 주로 퇴근 후 집에 가는 길에 숍에 들려서 책들을 찾아갔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굉장히 편리했고 집으로 찾아오는 택배 상자만큼이나 가볍게 들려서 찾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내가 책들을 모아서 중고거래를 한 것도 아마 모닝 365 사이트 안에서 정보를 올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몇 권의 책들을 쇼핑백 안에 담아 지하철역 안에서 거래자를 기다렸다.
여자분이 나타났고 책들이 담긴 쇼핑백을 건네주며 당시 책값으로 오천 원도 안 되는 적은 돈을 받았던 걸로 기억한다.
폐지가 아닌 누군가에게 다시 읽히는 책으로 남길 원해서 말도 안 되게 적은 금액을 받았었다.
중고거래는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 후로는 중고거래를 할 생각도 할 기회도 없었다.


(사진 출처 ㅡ 당근마켓 앱)



티타임즈TV 라는 유튜브 채널을 보니 당근마켓과 번개장터, 중고나라를 비교하는 이야기가 나왔다.
당근마켓과 번개장터의 매출은 비슷했고 중고나라가 압도적인 우위였다.
하지만 익히 아는 대로 중고나라는 진짜 중고 거래자와 업자가 자연스럽게 섞여있는 구조였고 거래 사기에 대한 불안감이 항상 내재된 플랫폼이었다.
그에 비해 당근마켓은 정말 동네 사람들끼리 중고거래를 하는 플랫폼이었다.
멀지 않은 동네 사람 이거나 혹은 같은 건물에 사는 이웃끼리 만나서 거래를 하기에 안전과 신뢰성이 높다.
당근마켓의 태생은 판교장터라는 이름으로 시작되었다.
판교에서 일하는 테크기업 회사원들은 분명히 전자기기를 많이 쓸 거라는 창업자의 생각으로 만들어졌고 회사의 이메일 주소를 인증하면 서로 거래할 수 있는 앱이었다.

판교에서 근무하는 회사원들이 전자기기를 중고 거래하기 위해 만들어진 앱이었는데, 오히려 그런 용도의 사용자는 적었고 주부들이 사용하게 해 달라는 요청이 많았다고 한다.
판교에서 살고 있다는 지역 인증을 하면 거래를 할 수 있게 해 주었고 주거래 용품은 유아용품이었다고 한다.
창업자의 생각을 완전히 비껴간 것이다.
판교에서는 성공을 거두었지만 판교라는 지역에 한정된 성과만 있을 뿐이었다.
그 후에도 많은 노력을 했지만 서비스가 많이 알려지거나 사용되지 못했다.
창업자는 중고거래 서비스를 접을 까 고민했다.
그러던 어느 날 부천에서 서비스 이용이 갑자기 늘었는데 창업자는 아직도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고 한다.




그 후 멀리 동떨어진 제주도에서 갑자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서비스 이용 증가 원인으로 아무래도 제주도는 육지에서 물 건너오는 택배 배송비가 비싸다 보니 육지와의 거래보다 제주 안에서 물건과 거래를 소화시키고 싶어 한다.
또 제주 내에서 생산되는 물건이나 공산품이 별로 없다 보니 자연스레 관심은 중고물품으로 이동했고 중고거래시장이 활성화됐다는 이야기였다.
판교, 부천 그리고 제주에서 서비스가 활성화됐고 창업자는 가능성을 보게 됐다.
시간이 지나 서비스는 우리가 알고 있는 지금의 귀여운 당근 로고의 당근마켓이 되었다고 한다.
당근마켓은 지역화를 기반으로 한 하이퍼 로컬* 비즈니스를 시행했고 일반적인 중고 거래 플랫폼이 아닌 각 지역을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 플랫폼이 되었다.

사실 나는 헌책방을 이용하는 경험 외에는 중고물품에 대한 기대감이나 욕심이 전혀 없는 편이다.
전혀 알지 못하는 누군가의 사용감이나 손때가 묻은 물건에 흥미가 없는 편이기도 하고 새 제품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를 좋아하기도 한다.
굳이 더 깊이 들어가자면 내가 어릴 적 어머니가 동네에 버려진 물건들을 많이 주워오셔서 생긴 뿌리 깊은 거부감이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작은 가구나 의자 몇 가지의 생활용품들을 나를 시켜서 주워오거나 친구분들에게 받아오곤 했는데 그 당시 굉장히 귀찮은 일이었고 나중에는 처치곤란이 된 물건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아껴 쓰고 나눠 쓴다는 구시절의 문구처럼 그러한 행동들이 돈을 아끼거나 환경을 위해 필요할 수도 있다.
허나 살다 보니 굳이 아껴 쓰고 나눠 쓰는 것이 조금은 불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사진 출처 ㅡ 당근마켓 블로그)



물론 이건 내가 사는 지역을 기준으로 한 것이고 나 역시 제주로 내려간다면 당근마켓을 주로 이용할 것이다.
제주에 관련된 유튜버들의 영상이나 블로그 글을 보면 당근마켓은 굉장히 활성화되었고 집까지 거래된다고 하니 이용면에서는 가히 놀라울 정도다.
나도 현재 집에서 박스에 들어간 채로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이 많은데 제주로 내려가기 전에 가져가지 않을 물건들은 모두 처분할 생각이다.
주로 전자제품이고 친구에게 일부를 넘겨주었는데 더 줄지도 모르겠다.
남에게 돈을 받고 파는 게 아니라 친구에게 그냥 나눠주어서 좋은 점은 그 물건이 가치 있게 쓰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아직 우리가 알지 못하고 찾지 못한 서비스들이 많을 것이다.
필요와 수요를 찾아 서비스화 하는 것이 관찰이다.
그 위에 관찰과 예상을 넘어서는 것이 서비스 이용자들이다.
또 이미 그 분야에 자리 잡은 거대한 플랫폼이 있더라도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다.
중고나라가 있었지만 사람들은 당근마켓에서 안정감과 인간적인 면을 찾은 것이다.
나는 특별하며 전우주에 단 하나뿐인 존재라고 외치지만
다른 이와 교류하며 서비스를 이용하고 커뮤니티를 이루고 싶은 마음은 많은 이들이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찾아보자.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 하이퍼 로컬 ㅡ 아주 좁은 범위의 특정 지역에 맞춘’이라는 의미로, 슬리퍼와 같은 편한 복장으로 각종 여가·편의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주거 권역을 뜻하는 ‘슬세권’과 비슷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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