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2022년 마지막 캠핑일 것이다.
일주일에 딱 한번 쉬는 일요일 주말 나는 친구와 캠핑을 하기로 했다.
장소는 안양도시공사 병목안캠핑장 이었다.
글램핑을 할 수 있는 장소였고 우리는 작은 것들만 챙겨가기로 했다.
나는 우리 동네 인헌시장 민영활어공장에서 초밥세트와 연어회 한 접시를 주문해서 포장했다.
빵집에서 작은 사라다빵과 생크림빵을 사서 포장했고 봉지를 든 채로 안양으로 가는 버스에 탑승했다.
한참을 가면서 밖의 풍경들을 쳐다봤다.
평일의 바쁜 출근길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여유였다.
분명 나는 버스 창문 너머의 바깥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데 나의 내면을 응시하는 느낌이었다.
여유와 설렘으로 가득한 기분이 온몸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마치 소풍을 맞이하는 아이 같았다.
안양에 도착 후 친구의 짐을 들어서 택시에 싣고 병목안캠핑장으로 향했다.
역시나 가는 길도 한가했다.
우리는 생각보다 일찍 도착해서 짐을 글램핑장에 옮기고 나니 도착한 사람들은 우리밖에 없었다.
나와 친구는 테이블에 초밥과 연어회를 올리고 각종 맥주와 일본술인 사케를 올려놓았다.
아침과 점심을 먹지 않아서인지 배는 일찍부터 고팠고 젓가락을 들어 초밥과 연어회를 먹기 시작했다.
따뜻하게 데운 사케는 예상보다 첫맛과 끝 맛이 독했다.
술 비린내라고 표현하면 맞을 것 같은데 독한 걸 넘어서 역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회와 잘 어울릴 거라 생각했는데 기대와 맞지 않은 선택이 되었다.
사케는 잘 맞지 않다는 빠른 판단으로 바로 맥주를 택했다.
내 생각을 읽었는지 친구는 이마트에서 제주맥주를 구입했다.
역시나 맥주와 초밥 그리고 회는 잘 어울린다.
잠시 배를 채우고 불을 피울 준비를 했다.
아직 쌀쌀한 날씨는 아니지만 산중이라 찬기운이 발목을 감돌았다.
화로대에 숯을 가득 채우고 불을 지피려 했지만 친구가 토치를 집에 놓고 왔다.
다른 캠핑객들에게 빌릴까 고민했지만 이것도 경험이라 생각하고 우리들의 힘으로 불을 만들기로 했다.
갖고 온 작은 휴대용 버너 위에 화로용 철망을 올리고 그 위에 숯을 몇 개 올려 중불로 굽기 시작했다.
마치 고구마를 구워 먹듯이 잠깐씩 돌려가며 불에 익혔다.
오랜 시간 정성 들여 숯을 구워내자 불의 기운이 배어서 붉은 에너지가 안에서부터 꿈틀대기 시작했다.
달궈진 붉은 숯을 화로대로 모두 옮기고 뜨거운 숯을 중심으로 차가운 숯들을 얹기 시작했다.
작은 나뭇가지들과 마른 솔잎들을 모아서 화로 안에 던져 넣었고 불이 활기차게 붙자 숯들을 달궈내었다.
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날은 점점 어두워지고 땅에서는 불이 춤을 추었다.
발목과 무릎까지 따뜻함을 누리면서 캠핑의 아늑함을 다시 체험하고 있었다.
가져온 콜드 브루 더치커피 제주커피를 따뜻하게 마시며 불에 집중했다.
무언가 말을 꺼내지 않아도 그 순간 우리의 목적은 불을 살리는 것이었다.
떨어진 마른 낙엽과 잡다한 가지들을 다시 모아 와서 불속에 던져 넣었다.
불이 다시 활활 타오르자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대부분 가족과 친구들의 모임이었다.
우리처럼 단 둘이 붙어서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3년 전부터 시작된 캠핑은 항상 우리 둘 뿐이었다.
둘로 시작했고 여전히 둘 뿐이었다.
생각해보니 퇴근 후에 생기는 모든 약속과 주말의 캠핑 그리고 매년 제주로 가는 여름휴가까지 여전히 둘이었다.
멍하니 불을 내뿜는 숯을 바라보자니 눈까지 익는 기분이 들었다.
잠깐 고개를 들어 어두운 하늘을 쳐다봤다.
별은 보이지 않지만 새 푸른 적막함이 좋았다.
나는 상상으로 별을 볼 수 있었고 원하는 밝기와 모양으로 별을 천장에 올려놓았다.
올해의 마지막 캠핑이었다.
참으로 바쁜 한 해였고 자기 계발에 심취했었던 한해이기도 했다.
그래서 예전보다 캠핑을 많이 하지 못했다.
한동안 몸이 많이 좋지 않았고 친구 또한 건강 이상으로 힘들어했다.
하지만 전혀 염려하지 않았다.
놀리는 것이 최선이었고 유일한 낙이자 응원이었다.
나 같은 녀석한테 놀림당하느니 빨리 건강을 회복해서 삶의 낙을 빼앗으려는 것이 친구의 힘이었다.
예상보다 춥지 않은 선선한 날씨였고 그에 걸맞은 먹을거리였다.
후에 베트남 쌀국수를 배달시켜 먹었다.
따뜻한 국물이 제대로 몸을 데워주었다.
우리는 서둘러 화로대의 재와 쓰레기들을 정리하고 캠핑장을 나왔다.
아마도 2022년 마지막 캠핑일 것이다.
'내 활주로는 제주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마존 프라임 드라마 더 페리퍼럴과 VR 헤드셋 그리고 시각화 (0) | 2022.11.07 |
---|---|
제주에서 매일 반복한 행동은 산책하며 걷기였다 (4) | 2022.11.03 |
2022년 11월에 회고하는 가장 잘 한 것들 (4) | 2022.11.01 |
티스토리 구글 애드센스 승인되지 않아도 글을 쓸 수 있는 이유 (8) | 2022.10.31 |
책에 쓰인 대로 행동하는 독서하기 (0) | 2022.10.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