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양지에서는 작은 행동들이 모두 의미가 있어 보였고, 서울에서는 해낼 수 없는 비일상적인 움직임이었다.
블로그 글을 쓰기 전 잠깐 유튜브 채널 스터디언의 오늘 새로 업로드된 영상을 봤다.
'크리스 채'라는 분의 썸네일이 있었고 처음 보는 여성분이었다.
자세한 설명글을 보니 실리콘밸리의 수석 디자이너이며 현재 메타에서 일하고 있었다.
어느 날 그녀는 커다란 번아웃이 왔고 외부 코칭을 받았다고 한다.
하와이로 일주일 동안 휴가를 갔었던 이야기를 하며 스몰토크를 이어나갔다고 한다.
코치는 휴양지에서의 좋은 경험을 물어보았고 크리스 채의 대답은 이러했다.
휴양지에서 머무는 동안 불면증이 사라졌고, 목의 뻐근함이 없어져서 너무 좋은 시간을 보냈다는 대답을 했다.
그러자 코치는 왜 불면증이 없어지고 더 소화가 잘되었으며 목의 뻐근함이 없어졌는지 이유를 물었다.
그녀도 왜 그런지 이유를 알지 못했고 매일 하던 것이 무엇인지 분석을 했다.
생각해보니 그녀는 매일 휴양지에서 햇빛을 많이 받았고 많이 걸었다.
그러자 코치는 휴가 때 하던 행동을 평소 직장 생활하면서도 조금씩 해보며 자신만의 휴식시간을 가져보라고 조언한다.
그 후 그녀는 점심시간에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지며 햇빛을 쬐었다고 한다.
그러자 생각지도 못한 건강의 변화를 체험했다고 한다.
나 역시 그랬다.
휴식시간을 평소에 갖기가 너무 힘들었고 빛을 보며 걷는 일이 많지 않았다.
일하는 중에 햇빛을 보고 걷는 것은 큰 의미가 없었다.
일은 저 멀리 밀어버린 채로 혼자만의 텅 빈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난 여름휴가로 제주에만 도착하면 열심히 걸었다.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걸었다.
그냥 따뜻한 햇살과 귓가의 머리카락을 가르는 바람이 너무나 좋았을 뿐이었다.
지금도 그때의 기억들을 떠올려보면 산책이라는 명분 아래 친구와 함께 오랜 시간 들을 제주의 길 위에서 걷던 일들이 많았다.
도시에서도 난 피부가 밝은 편이 아니었다.
그런 내가 제주에서는 매일 걸었다.
차가 없고 면허가 없기도 했지만 친구와 함께 거의 매일을 햇빛 속에서 걸어 나갔다.
휴양지에서는 작은 행동들이 모두 의미가 있어 보였고, 서울에서는 해낼 수 없는 비일상적인 움직임이었다.
뜨겁고 더웠으며 비바람이 몰아치면 습한 기운이 감돌았지만 산책시간이라는 일과를 완료하기 위해 숙소에서 무조건 밖으로 나가 동네를 산책했다.
그래서 늘 제주에서 서울로 돌아오면 까맣고 빨갛게 온몸이 타있었다.
하지만 그 까맣던 콧잔등에서 타버린 얇은 피부의 막이 탈피를 하는 순간까지 제주에서처럼 오랜 시간 자유롭게 걸으며 햇빛을 보는 시간은 돌아오지 않았다.
크리스 채가 코치에게 받았던 조언처럼 나도 제주에서 매일 반복했던 행동들을 직장생활 속에서 현실화시킬 수가 있을까?
근무 중에는 할 수 없었지만 퇴근 후에 걷는 산책의 시간에서는 가능했다.
실제로 제주에서 돌아와 휴가가 끝난 후에 나는 수많은 퇴근길을 버스 대신 햇빛을 받으며 걸었다.
물살이 흐르고 풀들이 바람에 나부끼는 양재천을 오랜 시간 동안 걸어 다녔다.
양재천을 걸으며 지하철역까지 닿은 시간은 대략 30분이었고 그 시간 동안은 난 산책하는 자유인이었다.
노래를 듣거나 유튜브 채널의 음성을 들었고 아름다운 풍경을 힘 풀린 눈으로 읽어 내려갔다.
예전 포스팅에 기록한 에피소드이기도 하지만 물이 흐르는 양재천 산책로를 걸으며 제주라고 되뇌었고 실제로 아주 짧은 몇 초 동안 현재의 걷고 있는 공간이 제주라고 착각한 경험이 있었다.
마치 홀린 것처럼 걸었고 그 체험 이후로 난 내가 먼 미래에 분명히 반드시 제주에 있을 것이라는 것을 믿게 되었다.
요즘도 일주일에 두세 번은 걷는 듯하다.
겨울이라는 계절의 특성상 해가 일찍 지고 어둠이 빠르게 깔리는 시기라 산책 중에 해를 보는 시간은 많지았다.
설사 보인다 하더라도 이미 붉게 노을 지며 산등성이 밑으로 하강할 뿐이었다.
그래도 걸을 수 있어서 좋았다.
나 역시 햇빛을 받고 꾸준히 걸을 수 있어서 건강에 도움이 되었다.
산책 말고도 더 찾아봐야겠다.
일상에서는 해보지 않았지만 나도 모르게 제주에서만 매일 반복한 행동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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