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활주로는 제주로

인헌동 콩과 바다 수제두부 전문점

낮가림 2022. 11. 18. 23:47
반응형


동네의 작은 수제 두부집이 내 삶의 편견을 깬 것이다.




콩과 바다 수제두부




연달아 하루 차이로 오픈한 동네 매장들을 차례로 방문했다.
오픈 전에 두리번거렸던 준비 중인 가게에는 블라인드가 쳐져있어서 매장 내부를 볼 수가 없었다.
파란색의 커다란 간판에는 콩과 바다라는 글자와 전화번호만 적혀있었다.
나는 처음에 콩을 파는 곡물가게라고 생각했다.
그럼 바다는 뭐지 하며 생각해보니 두부를 만들 때 짠 바닷물로 간수를 한다는 것을 본 기억이 났다.
두부를 말하는 건가 하며 메인 간판 옆을 보니 서브 간판에 수제 두부라고 쓰여있었다.




수능날인 17일 퇴근 후에 오픈했을 두부가게를 상상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매장 앞에 메뉴가 크게 적혀있었고 모두부와 순두부, 콩물과 도토리묵이 있었다.

100% 국산콩만을 사용하여 전통방식 그대로 맷돌에 갈아 매일 새벽에 만들어 내는 수제 두부입니다.

메뉴 하단에 적힌 문구가 두부 장인이 만드는 수제 두부 전문점이라는 호감을 갖게 만들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사장님의 지인분들이 함께 앉아서 매장 오픈을 축하하는 듯했다.
바로 모두부를 주문했고 즉석에서 담아 진공포장을 하셨다.
벽 쪽에 놓인 냉장 진열장에는 순두부가 줄 서있었다.
사장님은 직접 만드신 수제 양념장과 오픈 선물인 수세미까지 함께 비닐봉지에 넣어주셨다.




수제 두부의 유통기한을 물어보니 안쪽의 두부 작업장에서 커다란 덩치의 청년 사장님이 나오셨는데 친절하게 경험에 기반해 유통기한은 일주일이라고 설명해 주셨다.
즐겁게 결제를 하고 시식으로 먹은 작은 두부의 고소한 맛을 간직하며 집으로 향했다.
어떻게 먹을까 하다가 냉장고에 있던 버터가 생각났다.
모두부를 반으로 잘라 반은 냉장고에 다시 넣었다.
잘라진 반은 도마 위에서 다시 반으로 잘랐고 반은 생으로 나머지 반은 버터에 익혀서 먹기로 했다.
프라이팬 위에서 버터를 녹이고 두부를 익혔다.
사진을 찍어 친구에게 보여주니 두부냐고 물었다.
새로 오픈한 동네의 수제 두부 전문점이고 모두부가 6,000원이라고 말해주었다.

친구는 놀라며 자기가 알고 있는 두부 중에 가장 비싸다고 말했다.
물론 일반 두부에 비해 저렴한 가격은 아니다.
마트에서 파는 대기업 제품의 두부는 평균 1,000원에 구매 가능하고 시장의 건어물 가게에서 판매하는 조금 퀄리티 있는 두부도 2,000원 정도의 가격이다.
거의 3배에 달하는 가격이니 처음에는 솔직히 나도 비싸다고 생각했다.
6,000원이라는 가격은 100% 국산콩 재료와 바닷물 간수 그리고 매일 새벽 전통방식으로 맷돌에 갈아 수제 두부를 만든다는 특별한 공정과 스토리가 포함돼어있다.
거의 단일품목인 두부만으로 한 매장에서 승부를 봐야 하고 재료비와 인건비, 가게 세등 그 정도의 가격이 돼야만 하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비싸다고 느끼는 가격의 선은 아직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통방식의 수제 두부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람은 낯설고 모르는 것을 두려워하는 본능이 있는데 먹어보지 않아 맛을 추정할 수 없는 음식에 그만큼의 비용을 미리내는 것을 심리적으로 꺼려한다.
그 선을 낮추는 것이 바로 먹어본 사람들의 리뷰다.
그래서 나는 식사 후 바로 네이버 영수증 리뷰를 적었다.
나는 두부만 가지고 매장을 오픈한 사장님의 용기에 감탄했고 응원하고픈 마음이 컸다.
건강한 음식을 나와 가족들이 오랫동안 먹을 수 있도록 작은 힘을 보탠 것이다.
수제 두부라는 단어를 처음 알게 되어 네이버에 검색해보니 생각보다 두부전문점이 많이 있었다.
물론 살면서 직접 본적은 콩과 바다가 처음이다.

동네의 작은 수제 두부집이 내 삶의 편견을 깬 것이다.
두부만으로 승부하는 매장과 브랜드들이 그토록 다양하게 있을 줄은 몰랐다.
버터에 고소하게 익힌 두부와 모두부를 나란히 접시에 올리고 챙겨주신 수제 양념장에 찍어먹었다.
버터에 익힌 두부도 풍미가 좋았지만 두부 그 자체의 맛만으로 고소함이 가득했다.
일반 두부가 쉽게 부서진다면 수제 두부는 좀 더 응집력이 강해서 탄력성이 있다.
씹을 때 식감과 질감이 오래가기에 고소함이 더 오래도록 남는 것 같다.
모두부를 맛보니 이제 수제 순두부의 맛이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