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활주로는 제주로

블로그 시작 첫 글쓰기

낮가림 2022. 11. 22. 23:28
반응형


용기를 가지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은 시작하고 용기를 내어 지속을 하는 것이라고.




블로그 시작





티스토리 블로그를 시작하던 때가 생각난다.
2021년 8월 제주로 휴가를 갔다 온 후 블로그를 시작하겠다고 다짐을 했었다.
제주에서의 감성을 가득 머릿속에 채워온 나는 무엇이든 시작해보려 했다.
다짐 만한지 그렇게 한 달, 두 달이 지나고 다섯 달이 지난 2022년 1월에 티스토리 블로그를 시작하게 됐다.
시작이란 말 그대로 블로그 이름을 만들고 디자인을 꾸미는 것이 아니라 첫 글을 쓰는 것이다.

나는 일단 제주로 시작했다.
그 당시 제주는 내가 가장 모르는 것 중 하나였지만 가장 관심 있는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꾸며낼 것도 없었고 내가 제주에 마음을 빼앗겼던 그 순간에서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아주 오랜만에 글을 쓰려고 하니 모든 게 어색했고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도 맞지 않았다.
그 순간 깨달았다.
사람이 오랫동안 말하지 않으면 말이 어색해진다.
마찬가지로 오랜 시간 글 쓰는 방법을 잊고 살면 자신의 생각을 문자로 옮기는 일이 낯설어진다.




유튜브와 영상매체에 너무 많은 시간을 넘겨주고 살았다.
화면 속에서는 항상 타인들이 떠들고 감정을 표출한다.
극 중의 캐릭터들은 열정적인 에너지를 분출하고 알 수 없는 사건의 진행에 내 시선과 생각도 따라간다.
남들의 세상을 확대해서 바라보고, 남들이 하는 말들을 듣는다.
실제 세상에서는 나와 아무 관련 없을 타인들이 하는 생각을 독백으로 듣는다.
어느새 내 생각은 없고 남의 인생과 생각으로 가득 차게 된다.
천천히 아주 느리게 나를 까먹고 산다.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를 때만 흠칫 놀라며 정신을 차릴 뿐이다.

드라마나 유튜브의 영상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재밌고 통쾌하며 알지 못했던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인물의 감정에 동화되어서 나 역시 그러한 감정과 사건의 순간을 대리 체험할 수 있게 된다.
미래에 VR 기술이 더욱 발전하게 되면 극도로 예민한 감성까지 가능할 것이다.
배역에 완전히 몰입한 연기자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까지 후유증을 겪는 것처럼 어느새 나도 자신을 잊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더 이상 옛날처럼 연습장에 내가 좋아하는 것을 적지 않는다.
아니 그렇게 적었던 기억조차 잊고 산다.




흔히 위기의 순간이 오면 다른 사람처럼 생각해보라고 한다.
만약 이 상황에서 세계 제일 부자 일론 머스크는 어떻게 생각했을까?
이 사건에서 지혜로운 예수님이라면?
그럼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다른 누구도 아닌 나라면.
깊이 고민할수록 알게 된다.
쌓아놓은 것이 없어서 텅 비어있다는 것을.
기록할 것이 없는 내가 되어있었다.
이 무지와 두려움과 실망 속에서 첫 글을 쓴다는 것은 굉장히 무거운 돌을 드는 것처럼 힘든 일이다.

지금은 알고 있다.
그 무거운 돌을 들어 강바닥에 던지면 그 돌을 징검다리 삼아 더 멀리 갈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일단은 쓰면 된다.
그 돌이 무거운 이유는 시작하면 지속해야 한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아니 일기라도 매일 자주 썼다면 그리도 힘들지 않았을 것이다.
그 돌을 들어서 던지고 나서야 알았다.
흙과 물이 사방으로 튀고 큰 소리가 났지만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다는 사실 말이다.
난 몇 번 더 용기를 내어 큰 돌을 던졌고 그 돌들을 징검다리 삼아서 여기까지 왔다.




예전에 하와이 대저택님이 유튜브 채널 영상에서 이런 말을 하신 적이 있다.
용기를 가지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은 시작하고 용기를 내어 지속을 하는 것이라고.
사실 매일 가까스로 포스팅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 더 자주 쓰려고 노력하는 것뿐이다.
정말 쓸 것이 없거나 피곤할 때는 쓰지 않는다.
무조건 쓰려고 무리하면 블로그를 지속하기가 힘들다.
그냥 몇 번씩 돌을 던지는 것이다.
그러면서 어디까지 멀리 나가나 조금씩 늘려가는 것이다.
사실 오늘은 쓸 말이 없어서 내가 처음 블로그를 시작하던 순간의 무거움을 풀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