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활주로는 제주로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와 시간 역행

낮가림 2022. 12. 29.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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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란 원 안에서 시간은 앞뒤 구분이 없다.






페르시아의 왕자 : 시간의 모래


며칠 전은 1년 만에 다시 돌아온 크리스마스였다.
잠에서 깨어나니 이유 모를 두통이 밀려왔다.
난 이런 경우에 머리를 무겁게 누르는 기운을 눈에 보이는 하나의 작은 구체로 만든다.
이 구체를 공중에서 가볍게 떠오르게 한 후 우주 밖 저 멀리로 날려버리는 상상을 한다.
이런다고 바로 통증이 사라지지는 않지만 무언가를 했다는 안심은 든다.
이 방법은 어렸을 적 TV 프로그램에서 보았던 내용인데 외국의 유명 최면술사가 알려준 자기 최면이다.
정답은 없지만 두통이 오면 나는 이 방법을 시행한다.
그래도 머리가 무거워 컨디션이 떨어지면 펜잘을 꺼내 먹는다.

머리는 띵하고 크리스마스지만 딱히 할 일은 없다.
매번 맞이하는 나의 생일에 큰 흥이 나지 않듯이 예수님의 생일은 스무 살 이후로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다.
기분을 바꾸기 위해 갤럭시탭 울트라로 디즈니 플러스 앱을 실행했다.
홈화면에 익숙한 영화제목과 이미지가 보인다.
어린 시절 게임으로 만났고 성장해서는 영화로 만났던 이야기.
2010년작 페르시아의 왕자 : 시간의 모래였다.
이미 영화는 2번 정도 보았지만 내용과 액션이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픈 머리도 식힐 겸 모험을 떠나는 마음으로 재생버튼을 눌렀다.




내용은 간단하다.
페르시아 제국의 시장통 나사프 길거리에서 소란을 일으킨 한 고아 소년 다스탄이 왕의 눈에 띄게 된다.
다스탄의 용기에 감동한 왕은 그를 입양하여 아들로 삼는다.
대제국 페르시아의 왕자로.
15년이 지난 후, 성인이 된 다스탄왕자는 두 형과 함께 이웃나라인 성스러운 도시 알라무트를 침략한다.
전투 중에 고대의 신비스러운 단검을 얻게 되고, 알라무트의 공주 타미나를 만나게 된다.
전쟁에서 승리한 후 성에서 왕의 연회가 벌어지고 다스탄은 형의 부탁을 받아 알라무트 섭정관의 제사복을 왕에게 입힌다.
옷에는 독이 묻어있었고 왕은 타는듯한 고통과 함께 죽게 된다.
왕을 죽였다는 누명을 뒤집어쓴 다스탄은 타미나 공주와 함께 황량한 사막으로 도망친다.

게임에서는 전혀 알 수 없던 이야기지만 영화는 페르시아의 왕자 다스탄과 그가 얻게 된 시간을 되돌리는 고대 단검을 메인으로 내세운다.
타미나 공주는 그 고대 단검을 지키는 수호자로 소개된다.
하지만 우리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게임에서 보여줬던 현란한 액션이었고 영화에서도 현란한 파쿠르 액션연기를 선보인다.
즐겁게 추억에 젖어 영화를 감상하던 중 내 눈길을 끄는 장면이 있었다.
사막에서 다스탄 왕자와 타미나 공주가 칼을 들어 다투던 중에 다스탄 왕자는 무심코 단검 칼자루의 보석을 누르게 되고 시간을 거슬러 방금 전의 과거로 돌아가게 된다.
단검의 투명한 칼자루 안에는 시간을 되돌리는 신비한 모래가 들어있었다.
칼자루의 보석을 버튼처럼 누름으로써 검이 가진 힘을 불러올 수 있다.




다스탄 왕자는 단검이 가진 능력의 발동으로 과거의 어느 한 지점에 다시 순간이동하는 것이 아니다.
마치 유체이탈을 하듯이 자신의 몸에서 빠져나와 완전히 물리적이고 시각적인 체험을 한다.
육신이 영상을 역재생하듯 움직이며 과거로 흐르는 자신과 타미나 공주를 목격한다.
단검을 통해 시간을 역행한 다스탄 왕자의 체험은 원인과 결과가 서로 바뀌는 모습이다.
원인은 단검을 빼앗으려는 타미나 공주의 위협이었고, 칼에 베인 다스탄 왕자가 칼자루의 보석을 누름으로써 시간을 역행하는 결과를 불러온다.
하지만 다스탄 왕자가 칼자루의 보석을 누르는 행위가 원인이 되어 시간이 역행하자, 타미나 공주가 칼을 뽑기 전에 먼저 알아차리는 결과를 만들게 된다.




원인과 결과가 반드시 어느 한쪽 방향으로만 일어나지 않음을 알게 해주는 장면이었다.
영화에서도 그러한 의미를 전하고 싶었는지 처음 오프닝의 장면이 엔딩에 그대로 쓰인다.
사선으로 기운 사막에 걸친 붉은 해를 보여주는데 오프닝에서 떠오르던 해가 엔딩에서는 지고 있다.
시간이 역행하여 태양이 떠오르기 전으로 돌아간 것인지, 정상적으로 시간이 흘러 해가 지는 것인지 알 수는 없다.
영화를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부터 하루가 지나면 내일이 오는 것이 아니라 어제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어제의 어제가 차례대로 온다.
바꾸고 싶은 과거가 있다면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온다.
나는 무엇을 바꾸려 할까?




영화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사막의 붉은 해와 함께 동일하게 반복되는 내레이션이 있다.

It is said some lives are linked across time
시간을 뛰어넘는 인연이 있다.

Connected by an ancient calling that echoes through the ages
그 인연을 연결 짓는 건 태고의 소명, 즉 운명이다.


시간을 뛰어넘는다는 것은 과거, 현재, 미래의 직선적인 일방향의 흐름이 아니다.
동그란 원 안에서 시간은 앞뒤 구분이 없다.
붉은 해는 아마 어느 방향으로 움직여도 만날 수밖에 없는 둥근 원을 상징하는 듯하다.




요새는 한 편의 영화나 드라마를 봐도 삶에 대입시켜보곤 한다.
생각은 많아지고 의미를 얻으려 한다.
인생의 문제를 놓아버리기 전까지는 한 동안 이러지 않을까 싶다.






*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포토 · 디즈니 플러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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