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활주로는 제주로

Tea, 제주 오티아 풋귤차

낮가림 2023. 1. 8.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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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내 상태가 풋귤, 즉 청귤의 시절이라 생각된다.






얼마 전 친구가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보내준 오설록 차를 고맙게 마시는 중이다.
직장에서 인스턴트 맥심커피만 줄줄이 마시던 나에게 퇴근 후 집에서 마시는 제주차는 일종의 휴식과 같은 느낌을 준다.
동백꽃 티(tea)를 마시다가 문득 전에 주문한 차가 생각났다.
청귤로 만든 차종류 였는데 그 당시 곶자왈커피 드립백과 함께 주문한 기억이 났다.
열심히 냉장고를 뒤져보았더니 생존해 있었다.

워낙 마시는 행위를 좋아해서 집에 두유와 탄산음료, 주스, 커피 등이 많았다.
번갈아 마시다 보니 차가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꺼내봤다.
제주에서 주문한 제주 오티아 풋귤차.
상자에 적혀진 슬로건이 "제주 향으로 느끼다"였다.
한 상자에 총 8개의 티백이 들어있고 그전에 몇 개의 티백은 마신 후였다.
우리가 아는 풋귤, 즉 청귤이라서 단맛보다 약간 쓰고 쌉싸름한 맛과 톡 쏘는 싱그러운 향이 난다.
나는 오렌지 빛으로 완전히 익은 귤보다 녹색의 싱그러움과 무르익을 가능성이 남은 청귤을 더 좋아한다.




레몬이나 오렌지 등도 마찬가지다.
완전히 노랗고 노을처럼 익어가는 빛깔보다 완전히 탱탱하여 푸르게 성장해가는 청녹 빛깔을 지닌 과실들을 사랑한다.
지금의 내 상태가 풋귤, 즉 청귤의 시절이라 생각된다.
뜨거운 햇빛과 강한 바람을 맞으며 환경에서 살아남는 것이다.
나 스스로를 놓아 버리는 순간 가지에서 떨어져 땅으로 추락할 것이다.
완전히 익은 열매로 가지가 떨어뜨리는 것과 바람과 환경의 힘으로 중간에 가지에서 떨어지는 것 모두 내가 결정할 수 없는 일이다.
다만 그 추락지점은 제주여야만 한다.
늦게 가든 빨리 가든 제주이기만 하면 된다.
다 그럴 이유가 있을 것이다.

2023년이 시작된 지 일주일이 지났다.
크게 달라진 건 없다.
다만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손톱과 머리카락이 자라고 있는 속도를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아주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그러면 된다.
그것조차 못한 날도 많았으니까.
잠깐 이야기가 딴 길로 빠졌는데 생각과 글이 다 그렇다.




제주 오티아 풋귤차 티백 하나를 현재 4번 정도 따뜻한 물에 우려 마시고 있다.
아직도 쌉싸름한 맛과 풋귤의 향이 그대로 전해진다.
화훼단지에서 식물을 심고 판매하는 일을 하다 보니 향기로운 꽃들의 냄새와 향기를 많이 맡는다.
하지만 내가 맡아본 가장 좋은 향기는 꽃에서 나는 짙은 향기가 아니었다.
바로 귤나무나 레몬나무 등의 어린 새순에서 나는 향이었다.
그 어린 새순에서 귤과 레몬의 향기가 가득 난다.
꽃향기보다 더욱 기분 좋고 정신을 맑게 하는 느낌이다.
신기하게도 어른이 된 큰 묵은 잎에서는 향이 나지 않는다.
마치 어린 시절 아이에게 나는 기분 좋은 젖비린내 향이 마음을 평화롭게 하듯이 말이다.
어른이 되어서는 그런 향이 존재하지 않는다.
꽃향기가 나는 향수와 화장품 냄새가 날뿐이다.




제주에는 많은 차종류가 있다.
아직 향을 맡아보고 마셔보지 않은 차들이 많으니 상상할수록 기분이 좋다.
나는 맡고 싶다.
제주의 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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