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활주로는 제주로

제주를 위해 절약하기

낮가림 2022. 3. 22.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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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새로운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얼마 전까지는 돈을 잘 모으지 못했다.
젊었을 때 맘에 드는 신발이나 옷과 악세사리가 보이면 꼭 사야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아서 옷입는 거에 대해 열정이 있었다.
그 당시 또래보다 느린 성장을 했던 나는 옷으로 존재감을 드러내야 했다.
하지만 가난한 집안의 막내에게 새옷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었고 형들에게 물려받거나 어머니가 지인에게 가져오신 옷들이 대부분이었다.
작은 키의 나에겐 옷의 사이즈들이 대부분 컷고 테이프나 핀등으로 상의의 밑단을 둘둘 말아올려 고정시키곤 했다.
중학교 때는 책대여점이나 헌책방에서 달이 지난 패션잡지를 여러권 사들여서 보는 재미에 푹빠졌다.
10대 소녀들이 보는 잡지였는데 종류는 10가지 정도 되는 것 같다.
지금 생각나는 잡지 이름은 쎄씨, 보그걸 정도 뿐이다.
소녀들을 대상으로 한 잡지였기 때문에 사내아이가 이런 책들을 보는 거에 대해서 사회적 편견이 있었다.
그래서 그 때도 약간의 창피함을 무릎쓰고 구매했던 경험들이 많다.
그 때는 소년이나 젊은 남자를 위한 패션잡지가 존재하지 않았다.
유일한 탈출구는 여성 패션잡지였던 것이다.
시간이 흘러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보그와 엘르, W, 바자등의 여성 패션잡지를 보았고 GQ같은 남성잡지도 같이 구매했다.
아무튼 난 그 시기에 많은 패션 아이디어와 영감을 얻었었고 무지티에 직접 페인팅을 하거나 그림을 그리고 장식을 해서 입고 다녔다.
때로는 직접 염색을 해서 입기도하고, 원단을 구매해 직접 패턴을 떠서 자르고 손바느질로 하나의 옷을 디자인부터 해서 만들어 입기까기 했다.

대부분의 남성들이 쇼핑이라고 하면 지루해하거나 시간을 아까워한다.
하지만 쇼핑은 숨겨진 나의 모습을 찾는 시간이었고 돈이 생기면 혼자 동대문을 한바퀴 돌아다녀서 나를 위한 아이템을 찾아내었다.
남대문, 반포지하상가, 아울렛, 백화점을 혼자 쇼핑했고 아주 작은 물건이라도 맘에 드는 물건이 나올 때까지 돌아다녔다.
아마 나랑같이 다녔으면 여자들도 질렸을 것이다.
그 후 내 인생의 고난의 시간들이 찾아왔다.
나는 더 이상 옷차림에 신경쓸 시간이 없었고 살기위해 일에만 집중해야 했다.
내가 지쳐갈무렵 인터넷 쇼핑몰의 시대가 도래했다.
세상에 신거나 입어보지도 않고 신발과 옷을 사는 세상이라니.
그 가늠이 되지않는 모호함이 매력이었기에 난 인터넷쇼핑에 빠져들었다.
쇼핑몰에서 주는 쿠폰과 적립금을 먹인 가격과 또는 개별 브랜드 사이트에서 파는 가격등이 다 다르기에 난 최대한 검색해서 최저가를 찾아내었다.
특이한 아이템, 한정판등을 너무 무리가는 비싼것들이 아니면 최대한 싸게 구입했다.
어찌보면 이것도 재능인데 주식에서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시간이 흘러 난 알게 되었다.
나는 계속 바쁘게 일만하고 이 옷과 신발, 아이템들을 사용 할 시간이 없다는 것을.
그래서 제주에 대한 확신이 올라오자 난 패션에 거의 돈을 쓰지 않게 됐다.
아울러 꽤나 많은 소비를 지출했던 전자제품도 끊었다.
지금 내가 돈을 소비하는 것은 도서와 내가 좋아하는 가수들의 앨범구입이다.
그리고 친구와 먹는 식사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이 정도의 선을 지키며 간식도 잘 사먹지 않는다.
피자한판 사먹을 돈이면 주식 한주를 더 살 수 있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회피하게 된다.
지금에서야 깨달은 것이다.
젊을 때 잘먹고 잘놀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일만하거나 지쳐서 방안에 누워있었다.
지금 아끼지 않으면 나의 장년기와 노년기에도 일만하거나 돈에 쫓겨 살지도 모른다.
아니 일을 하면 다행이지만 몇 년안에 많은 직업들이 사라질 것이고 나이든 자들에게는 그마저 기회도 없을 것이다.

경제적 자유를 이루어 제주를 가기 위해서 나는 절약하고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
어떻게든 돈을 조금씩이라도 더 벌어야한다.
근데 이러한 과정들이 난 너무나 즐겁다.
먹고 싶은거 못먹어도 목표가 생기니 인내할 수 있다.
오히려 전에는 못했던 기부도 조금하게 되었고 조카들에게 용돈도 많이 주게 되었다.
내가 가진 돈이 계속 흘러가게 만들었다.
돈도 고이면 썪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많이 불어서 나에게 모두 돌아올 것이다.
그때를 위해 힘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