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활주로는 제주로

난 단지 제주가 좋을 뿐이고 지금은 무기력하다

낮가림 2022. 3. 27.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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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
요새 가장 많이 느끼는 기분이다.
명상을 하려 해도 무기력해지니 잠에다 생각을 살짝 담갔다 깨어나 버린다.
최근 가장 의지가 되는 유튜브 채널이 있다.
영적인 것과 마음 챙김에 대해서 말씀하시는 분인데 무기력 해졌을 땐 그 감정을 이겨내려 하지 말고 최대한 즐기라고 하셨다.
무기력을 즐기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사실 며칠 동안 코로나 확진으로 집에서 자가격리를 했다.
계속 콧물과 기침으로 힘들었는데 가장 답답한 건 집에서도 마스크를 써야 되는 것과 집중이 안되니 아무것도 하기 싫은 무기력감이었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이 무기력감이 오히려 몸을 쉬게 해 준 것 같아 고맙단 생각이 들었다.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할 때는 몸의 기운이 나서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막아준다는 촉이 왔다.
우리에겐 동기부여로 열정적으로 움직이고 머리를 쓸 때가 있고 몸과 마음이 힘들 때는 몸이 먼저 나에게 제동을 걸어준다는 것이다.
어쨌든 무기력감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고 아무것도 하지 말고 정신적 육체적 안정을 취하 라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러다 호기심이 생기고 몸이 스스로 움직일 때가 오면 몸과 마음이 나아가는구나 하는 기분이 올 것이다.
그래서 무기력을 무기력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다행히 약을 먹으니 몸은 계속 나아지고 있다.
입맛은 오히려 줄어들어서 먹고자 하는 욕심은 별로 없다.
요새는 국한 그릇과 밥 반공기 정도만 해도 한 끼로 충분할 정도다.
약간의 공복감과 배고픔이 느껴지는 정도가 딱 적당할 정도다.
출근은 하고 있지만 몸을 많이 쓰지는 않으니 그 정도의 에너지양으로 충분히 살 수 있을 정도다.
역시 돈보다 건강인 걸까?
오랜만에 건강과 내 기분에 대해 많은 걸 느낀 순간들이었다.
덕분에 쉬는 날들은 그동안 보고 싶었던 드라마나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생각해보니 영화관에 가본 지도 2년이 넘는 것 같다.
코로나 때문에 못 간다고 나 스스로를 설득했었는데 한번 경험하고 나니 왠지 더 못 갈 것 같다.
이번에는 단순한 독감 정도로 마무리가 되어가는 듯하지만 다시 확진되면 나도 모르게 몸이 많이 상할 것 같아 걱정이다.

무기력은 딱히 긍정적이지 않거나 우울한 감정이 아니다.
그냥 아무 감정 없이 아무것도 하기 싫은 기분이다.
그래서 에너지의 손실을 최소화하고 큰 움직임이 없으니 다칠 일이 없다.
몸과 마음이 지쳐있을 때 스스로를 지켜주는 감정이 무기력이라 생각한다.
지금 유일한 욕구가 있다면 제주의 새벽 공기를 마시며 따뜻한 커피 한잔 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찬기운과 따뜻한 기운이 하나로 만난 그 시간이 어서 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