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활주로는 제주로

제주로 가는 과정에는 자극이 필요하다

낮가림 2022. 4. 3.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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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자극이 사라진 느낌이다.
매일 하는 일도 몇 년째 반복이다 보니 루틴화 되어있다.
물론 매일 새벽 5시 반에 눈뜨는 일은 너무 당연하지만 일요일 새벽 5시 반에 눈뜨는 일은 정말 힘들다.
돈 버는 일은 기계적으로 일어나 씻고 출근하고 시간을 보내다 퇴근한다.
그러나 사적인 내 시간은 나 자신과의 갈등이다.
조금만 더 자고 싶고 더 편히 쉬고 싶다.
물론 많은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기 때문에 오는 잠의 부족과 피로도의 영향이 있겠지만 스스로의 삶을 계획성 있게 보내기란 힘들다.

조금이라도 자극을 느껴보기 위해 쿠팡에서 펩시콜라 캔을 한 박스 주문했고 오늘 낮에 도착했다.
냉장고에 넣어 놨다가 한 캔을 따서 마시니 너무 시원하고 탄산의 연주가 자극적이다.
매번 콜라를 끊는다고 했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물만 마시는 것도 한계가 있다.
제주에서 주문한 청귤청에 탄산수를 섞어 마시는 것도 맛있지만 콜라 특유의 맛을 이기는 음료는 없는 것 같다.
생각난 김에 포스팅을 끝내고 콜라 한 캔을 더 마셔야겠다.
다행히 콜라 외에는 다른 음식은 잘 견디고 있다.
월급의 일부를 점점 더 많이 주식에 투자하고 있어서 사소한 소비도 한번 더 생각하게 된다.
예전에는 퇴근길에 피자를 자주 주문해서 먹었는데 지금은 한 달에 두 번 정도 주문해 먹는다.
피자생각이 나면 머릿속으로 상상하고 그 피자의 토핑과 치즈의 식감을 상상으로 먹는다.
피자의 열기와 향이 혀와 코에 퍼지면 주문하고자 하는 욕구가 멈춰진다.
이런 식으로 대부분의 군것질을 참는 것 같다.
충분히 사 먹을 수 있지만 제주를 위해 참는다.
자린고비는 아니고 노력 중이다.
물론 이러한 상상 자극을 통해 무언가를 느껴보고 체험하는 능력은 더 발달하고 있다.


무료한 하루의 창밖에는 맞은편 빌라의 빨간 벽돌이 있지만 나는 텅 빈 하늘에 흔들리는 야자수를 본다.
보이지 않는 바람이 높이 솟아오른 야자수의 머리를 흔들고 있다.
내 인생 40대의 게임은 내가 어떤 과정과 아이템을 가지고 제주도로 가는지에 대한 놀이다.
내가 힘들고 행복하지 않은 과정을 견디면서 얻은 결과물로 제주에 간다면 난 행복하지 않을 수도 있다.
과정까지 재밌어야 진짜 원한 제주의 삶을 사는 것이다.
나에게 제주는 말 그대로 천국이고 파라다이스 혹은 유토피아다.
그냥 큰 섬이야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난 제주보다 작은 서울의 지역에서 40년 간을 비슷한 동선을 유지한 채 살아왔다.
나에게 제주는 40년간 살아온 세상보다 큰 낙원인 것이다.

오늘 하루도 시간이 저물고 있다.
나이를 먹으니 유치해지는 느낌도 있다.
물리적 나이의 어른이 돼서 모으는 주식은 어린 시절 드래곤볼과 스트리트파이터의 딱지를 모으던 감성과 같다.
무엇인가 새로운 것 같지만 감성은 같다.
단지 차이라면 예전엔 주머니와 자신만의 비밀상자에 소중한 것을 모아뒀다면 지금은 손에 쥘 수 없는 데이터로 존재한다는 것뿐이다.
생각해보면 제주로 간다는 내 꿈과 노력도 모두 내 머릿속의 정보와 데이터로 존재한다.
내가 살기로 결정하고 비행기가 뜨는 날 손에 만질 수 있는 실물로 기록되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부터 생각해 놔야겠다.
김포공항에서 제주로 가는 항공사는 제주항공일지 아니면 아시아나로 갈지를.
물론 내가 주식을 가진 항공사면 더 재밌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