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빗소리가 들렸다.
자다 깨어 냉수 한 잔으로 목마름을 채우고, 잠시 귀 기울이다 기분 좋은 감정으로 다시 잠이 들었다.
몇 시간 후 우산을 쓰며 출근길을 나섰고 비가 고인 길 위를 걸어야 했다.
일터에 도착했을 때는 양말과 신발이 모두 젖어있었다.
양말 뒤꿈치에는 작은 구멍이 나있었다.
젖은 신발도 밑창에 구멍이 나서 많이 축축했다.
다행히 예비용 신발이 있어서 갈아신었다.
기분 나쁜 축축함이 사라졌다
![](https://blog.kakaocdn.net/dn/TiCMU/btrzihIbTZ3/HmvJrtBbcSdoHKGmJUPNrK/img.jpg)
나는 사실 출근 준비를 하면서 양말에 구멍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시간이 없었기에 다른 양말을 찾을 여유 없이 그대로 신고 나왔다.
그리고 신발 밑창에 구멍이 났다는 것도 오래전에 알고 있었다.
자다 깬 새벽 두발과 맞닿는 지면이 물에 젖어있음을 짧은 순간이나마 인지했다.
그럼에도 나는 구멍 난 양말을 신고 구멍 난 신발을 신은채 비 오는 길을 걸어갔다.
신기하게도 세상의 모든 것들은 구멍을 잘도 찾는 것 같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빗물들이 구멍 난 밑창과 구멍 난 양말 뒤꿈치 사이로 젖어 들어왔다.
왜 난 잘못됐다는 것을 인지했음에도 고치지 않고 그대로 나온 걸까.
잘못된 삶의 습관들이 내 인생에 구멍을 내버렸다.
그 구멍들은 갈수록 커져갔고 메꾸기도 쉽지 않았다.
난 느꼈다.
저 구멍들을 그대로 두면 내 삶은 망가질 거라고.
제주로 가기 전에 삶의 잘못된 부분들을 모두 고쳐야 했다.
새사람은 아니어도 구멍 난 사고를 가진 채로 넘어가서는 안된다.
우유부단함으로 고생하기는 싫다.
구멍 난 양말 한 짝은 버려야 한다.
구멍 난 신발도 버려야 한다.
40년 넘게 살아오며 몸에 밴 구멍 난 습관도 모두 버려야 한다.
난 제주에 가면 깨끗한 신발을 신은 채 숲과 오름을 거닐 것이다.
신발 바닥에 제주의 흙과 모래, 비를 묻히며 살아갈 것이다.
구멍이 날 때까지 신었다가 그 신발에 작은 풀 한 포기를 심어야지.
비가 내리면 밑창 구멍으로 자연스럽게 물은 빠질 것이다.
그때를 위해 새 양말, 새 신발을 준비해야겠다.
기억난다.
지난여름엔 야자수가 가득한 컨버스 신발을 신고 제주에 갔었다.
그리고 그때 신은 양말의 이름은 오름이었다.
![](https://blog.kakaocdn.net/dn/tDxTh/btrzkyWd72Q/kZP1jDtUKHBvfDaPGNJTKk/img.jpg)
하루가 피곤했는지 글을 쓰다가 몇 번이나 꾸벅 졸았다.
방금도 졸아서 눈 감은 채로 무언가를 눌러버렸다.
체력에 구멍이 난 모양이다.
어서 포스팅을 마무리하고 잠으로 구멍을 메꿔야겠다.
'내 활주로는 제주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주 타이머 (2) | 2022.04.15 |
---|---|
퇴사하면 제주로 간다 (2) | 2022.04.14 |
에어컨이 숨 쉬는 계절에는 제주로 가야한다 (3) | 2022.04.12 |
제주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2) | 2022.04.11 |
제주에서 오래 살아야지 (2) | 2022.04.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