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활주로는 제주로

제주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낮가림 2022. 4. 11.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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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를 배경으로 삶을 풀어내는 드라마가 나왔다.
tvN 드라마인데 넷플릭스에 오늘 확인해보니 1, 2화가 올라와 있다.
제주를 떠나 도시에서 살던 한수라는 인물이 다시 고향 제주로 내려가면서 이제는 성인이 돼버린 동창 친구들과 만나며 일어나는 이야기다.
이병헌, 차승원, 한지민, 신민아, 김우빈, 김혜자, 고두심, 이정은, 엄정화 배우님등 유명 배우분들이 많이 등장하는 드라마다.
이중 고두심 배우님은 고향이 제주도라서 더 잘 맞는 캐스팅이 아닐까 싶다.




각 회차가 주요 인물 몇 명의 에피소드 중심으로 이야기하는 옴니버스식 구조다.
첫 화는 차승원, 이정은 배우님들의 이야기였다.
기대한 만큼 연기도 좋았고 제주도의 배경 또한 아름다웠다.
제주사투리를 그대로 대사에 옮겨서 표준어로 자막이 나오는 것이 인상 깊었다.
내가 가장 기대하는 회차는 이병헌, 신민아 배우님의 에피소드다.
아주 오래전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 조폭과 두목의 애인으로 출연했었는데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연기력에 물이 오른 두 배우의 재만남이 기대된다.

드라마를 본 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인물들처럼 나도 제주도가 고향이었고 어린 시절을 보냈다면 과연 지금처럼 제주를 사랑할 수 있을까?
그들에겐 아픈 기억과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담긴 터전이다.
나에게는 제주에 그런 아픈 기억과 어린 추억이 없다.
마흔이 넘어 여행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겪은 추억과 기쁨만이 있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나도 한 동네에서 살고 학창 시절을 보냈기에 내 삶의 터전에 대한 애증이 있다.
아프고 슬픈 기억이 많지만 지금의 나라는 정체성의 살을 붙여준 건 이 동네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나지 못한 답답함에 제주를 도피처로 삼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그래도 좋다.
제주라는 목적지가 있기에 내 인생의 중반기에서 열심히 길을 트고 있다.

내가 제주로 떠나고 오랜만에 동네로 돌아온다고 해도 드라마와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어린 시절을 함께 보냈던 친구들과 동생, 누나, 형들은 모두 이곳을 오래전에 떠났다.
각자의 가정과 삶을 위해 원하는 목적지로 이동했다.
이제 이 동네의 기록은 나만 가능한 일이다.
곧 나도 제주로 가겠지만 정말 정말 드라마처럼 혹시라도 다시 돌아왔을 때 나를 반겨주거나 알아봐 주는 동창이나 친구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간절함이 있다.
초등학교 한 반에 50명이 넘던 그 많던 아이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졌을까?
살아있다면 이곳이 아니든 언젠가는 볼 수 있겠지.
혹시 모르지.
나보다 먼저 제주에 정착한 어떤 이들이 있을지.

살아가면서 그 시절을 함께했던 동년배들은 너무나 소중한 존재다.
혼자 만들어낸 추억은 거의 없으니까.
몇 년 동안 안부를 묻지 않아도 얼굴만 보면 왔어라고 웃으며 말해주는 그런 사이들이 그립다.
우리들.
우리들이 어디 있던지 꼭 다시 만나자.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