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활주로는 제주로

제주와 푸켓

낮가림 2022. 4. 22.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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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이동한다





내가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날았던 하늘은 푸켓으로 가는 경로였다.
생애 첫 비행이라 들뜬 마음이 가득했고, 서른 후반에 서울을 벗어나 첫 외국으로 가는 여행이었다.
저녁에 출발해서 새벽에 도착하는 꽤나 긴 비행시간이었다.
좁은 좌석에서 움직이지도 못한 채 두 끼 정도를 먹은 걸로 기억한다.
모든 것이 신기했다.
이 무거운 쇳덩어리가 새의 모습으로 하늘을 날고 있다는 사실이 굉장히 낯설었다.
가족과 함께 도착한 푸켓공항은 새벽임에도 사람들이 가득했고 난생처음으로 외국인들로 둘러싸인 이상한 세계에 발을 디딘느낌이었다.
긴장과 함께 심사대를 통과하고 가족과 같이 공항 밖으로 나왔을 때는 말도 안 되게 어두컴컴한 밤이었다.
서울의 밤과는 비교 안되게 어두운 느낌이었다.
우리 가족을 마중 나온 태국인과 간단히 인사를 마치고 차에 탑승한 후 숙소로 출발했다.




어둠 속에 둘러싸인 푸켓의 밤거리는 아직 무언가 다르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너무 어두웠던 것일까?
숙소에 도착했고 가족들은 짐을 옮긴 후에 숙소 이곳저곳을 살펴봤다.
처음 느껴보는 타국의 건축물이 주는 느낌은 이상했다.
그리고 처음 보는 집안에 만들어진 풀장.
난 이상한 전율이 일어남을 느꼈다.
다른 세상에 와있구나.
가족들은 모두 긴 비행의 여정에 지쳐있었다.
모두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 잠들었고 난 이상한 떨림에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어느 순간 잠들었고 난 알람 소리에 깼다.
가족 중 내가 제일 먼저 일어났고 난 드디어 밝은 햇살에 노출된 풀빌라의 모습을 봤다.
햇살에 일렁이는 풀장의 모습이 아름다웠고 난 커피 한잔을 만들어 나왔다.
탁 트인 하늘을 바라본 후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내가 알던 세상은 거기에 없었다.
책이나 영상으로만 접했던 풍경이 보이고 맡아지고 만져지자 난 그동안 내가 너무 재미없게 살았구나라고 생각했다.
난 말없이 풍경을 둘러봤고 너무나 조용한 세상에 경외감을 느꼈다.




푸켓이 갑자기 생각난 것은 이제 코로나가 끝나가면 해외여행이 다시 시작될 것이다.
그동안 해외여행 길이 막혀 제주도를 선택한 많은 여행객들도 더 많은 선택지를 고민할 테고 이왕이면 저렴하고 외국의 낭만이 느껴지는 곳을 고를 것이다.
물론 나는 제주도가 더 좋다.
하지만 제주도로 내려가 살게 되어도 다시 한번 푸켓과 동남아를 여행을 해보고 싶다.
날씨나 야자수 가득한 이국적인 느낌이 공통적인 제주와 푸켓.




모두 내게 소중한 기억들이 가득하다.
푸켓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더 자세히 풀어보고 싶다.
사람은 이동해야 한다.
한자리에서 계속 머물 이유가 없다.
그래서 난 제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