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마지막 주자.
20살 초반의 나는 서울대공원에서 공익근무를 했었다.
매일 아침 지하철을 타며 출근했고, 스스로 발전하기 위해 A4용지에 무언가를 인쇄하여 하루 한 장씩 가지고 다녔다.
지금은 잘 생각이 나지는 않지만 기발한 생각 5가지 적기, 오늘 하루 할 일 적기 등 무언가 창조적인 습관을 들이려 했던 것 같다.
동시에 아이디어 수집까지 계획했고 쓸모없는 생각이라도 적어서 하루 한 장을 완성했던 것 같다.
지금은 그 기록물들이 어디서 썩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아이디어들을 바탕으로 내 사업을 하려 했었던 기억이다.
의류 쇼핑몰을 기획했고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런 이상한 이름을 지었을지 모를 브랜드 네임이 존재했다.
하지만 결론은 결국 하지 않았다는 것.
병적인 완성도에 대한 집착으로 스스로 기회를 접어버렸다.
젊었을 때의 실수는 빨리 실패하지 않았음이다.
늙어서도 실패가 두려워 사업이란 것에 가까이 다가가지 못한다.
흘러가는 시간을 보니 이제는 두렵고 말고 할 문제가 아니다.
내가 무언가를 시도해도 시간은 가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똑같은 시간이 흘러간다.
선택은 나의 몫이다.
이번 생은 아니었던 걸로 마무리할 생각은 없다.
이생에 행복해야 다음 생의 나에게도 이 감정이 전달된다.
생과 생을 넘어 감정의 바통을 넘겨주는 릴레이 같은 삶.
혹시 어쩌면 지구에서 수십 번 반복된 나란 존재의 마지막 주자가 지금 현생의 나일 수도 있다.
정말이라면 대체 어쩌자고 나처럼 약하고 게으른 자아를 끝으로 선택했을까?
나라는 끝이 맺을 끝은 행복일까 아님 죽음일까.
정말 잘해야 한다.
전생의 전생의 전생의 수십 명의 성별과 얼굴, 성격이 다른 자아들이 내게 운명의 바통을 넘겨준 채 응원하고 있다.
그들이 생에 쌓아온 지혜와 축복들이 그 바통에 담겨 내 삶 속에 숨겨져 있다.
내게 숨겨진 지혜와 비밀스러운 것들을 찾아내 내 삶에 끌어당겨야 한다.
어떤 부모는 자식을 통해 그들이 이루지 못한 꿈을 이생에 이루려 한다.
전생의 존재들도 다음 생의 주자에게 그런 욕망을 가질까?
모르겠다.
어쩌면 전 주자가 제주에서 살았거나 제주와 같은 환경에서 살고 싶어 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부디 내 삶이 행복하기만을 원했으면 한다.
제주에 도착하여 내가 원하던 아니 예측 밖의 운을 누리는 삶이 되기를.
오늘은 경제적 자유를 이룬 이들을 인터뷰한 기록집 파이어라는 책을 읽고 나서 이상한 상상으로 포스팅을 했다.
의식의 흐름대로 오늘 하루가 끝나고 나는 꿈속에서 내일 아침 눈을 뜨는 나에게 바통을 넘겨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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