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야...
창밖으로 오랜만에 빗소리가 들린다.
써큘레이터를 틀어놓고 바닥에 누워 포스팅을 하며 빗소리를 들으니 너무나 여유로운 기분이다.
덥지도 않고 습하지도 않은 딱 좋은 온도의 기분.
본격적인 여름이 오기 전 누릴 수 있는 아주 짧은 사치다.
이대로 잠이 들어서 아침 늦게까지 푹 자고 일어나고 싶은 열망이 든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알람에 기계적으로 복종하며 일어날 것이다.
생각해보니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엔 알람시계나 핸드폰의 기능이 애매해서 아침 일찍 어머니가 직접 이름을 불러주며 깨워주셨다.
피곤히 잠든와중에도 누군가 내 이름을 부름에 현실로 복귀했고 그러는 와중에 다시 잠들면 두 번 세 번 더 이름을 부르며 어머니가 몸을 흔들어서 깨워주셨다.
시간이 지나 기술이 발전하고 스마트폰이 생기자 나의 현실 복귀는 시계 알람 앱이 책임져 주었다.
어머니의 목소리로 나긋이 불러주시던 나의 이름이 아니라 단조롭고 시끄러운 기계음의 알람 소리가 나를 깨웠다.
기술의 발전은 어머니의 역할까지 가져가 버렸다.
![](https://blog.kakaocdn.net/dn/N84N0/btrC9mdtk8Y/nUoY9ZAIdiYMjJ0z69FEl0/img.jpg)
아직 방송 중인 '나의 해방일지'라는 드라마를 어제 잠들기 전까지 보았다.
극 중 삼남매의 어머니는 평생 남편과 자녀들 뒷바라지를 하며 살았다.
편하게 밥을 먹어야 할 식사시간에도 남편과 자녀들의 눈치를 보며 밥을 먹었고 혼자 속으로 애를 타기도 한다.
스포가 되기에 더 말할 수 없지만 어쩌면 나도 어머니란 존재를 가족의 주인공이 아닌 조연 정도로 생각하고 살아왔던 것 같다.
항상 나를 도와주는 사람.
밥 한 끼 따뜻하게 내어주는 사람.
분명 어머니도 인생의 주인공일 텐데.
내가 부모님에게 내 인생의 이벤트들을 털어놓지 않듯이 부모님도 내가 모르는 삶의 특별한 순간들이 있으실 것이다.
소녀였고 아내였으며 어머니였던 한 여자.
아직 어머니는 나이에 비해 정정하신 편이지만 사람이란 어쩔 수 없이 나이가 들면 몸이 삐걱댄다.
지켜보는 자식의 마음이 편할리 없다.
![](https://blog.kakaocdn.net/dn/bB5BXh/btrC8mLOlkC/2AJr5vE1QfTgKCav4SW490/img.jpg)
내가 조금이라도 더 빨리 제주도에 내려갈 수 있다면 부모님이 자주 내려오셔서 풍요한 자연환경 속에서 건강하고 여유로운 시간들을 누릴 수 있기를 원한다.
서울의 답답한 동네 속 삶도 의미가 있지만 제주도의 여러 곳을 구경하시고 쉬어가시며 애들처럼 놀다가 서울 집에서 왔다 갔다 하셨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그렇기에 제주의 꿈은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닌 가족의 아름다운 미래를 위한 큰 그림이다.
기억하자.
이 세상에 나를 호칭이 아닌 이름으로 불러줄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애틋한 마음을 담아 나도 이름을 불러본다.
제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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