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띄어라.
아침부터 일하는 단지에서 소동이 생겼다.
단지 내에서 돌아다니던 고양이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높은 나무 위로 올라가 내려오지 못하고 울고 있었던 것이다.
고양이는 울다가 지쳤는지 소리를 내지 않았고, 그 자리에서 밑에만 쳐다봤다.
사람들은 모여서 고양이를 올려다보며 어떻게 해야 할지 의논했고 쉽사리 결론은 나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나무 위를 쳐다보자 지나가던 사람들도 점점 걷다가 멈춰서 같은 곳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주인이 사다리차를 불렀는지 커다란 사다리차가 나무 밑에 주차하고 기사분이 올라탄 채 사다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고양이 곁으로 가까이 다가갔을 때 낯선 이라 겁먹었는지 다른 가지 위로 달아났다.
사람들은 안돼 하며 가슴을 졸였고 기사분도 당황했다.
그 사이에 더 많은 사람들이 모였고 더 많은 말들이 오고 갔다.
마음이 전해졌는지 고양이는 기사님의 품에 순순히 안기었고 사다리차는 천천히 지상으로 내려왔다.
밑에서 기다리던 주인이 꼭 붙잡았고 녀석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집으로 돌아갔다.
멀리서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나는 마치 커뮤니티 게시판 같다고 상상했다.
높은 곳에 올라가 사람들의 눈에 띄었고 소리를 내어 더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은 고양이.
조회수가 높아져서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급부상한 게시물과 열심히 댓글토론을 나누는 온라인상의 모습 같았다.
들은 말로는 사다리차 부르는 비용이 25만 원이라고 했다.
그 정도 비용으로 많은 이들의 이목과 관심을 자아내고 후에도 이야깃거리를 남겼다는 점에서 적은 비용으로 큰 광고효과를 거뒀다고 생각한다.
이제 사람들은 그 고양이가 어느 집 고양이인지 알았으며 이후로도 돌아다닐 때 나무 위에 올라간 고양이라는 인식이 확실히 되었기 때문이다.
이 작은 소동을 온라인상의 콘텐츠와 비교하면서, 나는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평소에도 알고 지내던 고양이였는데 이런 상황으로 나에게 깨달음을 줄지는 몰랐다.
무조건 눈에 띄어야 한다.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만들 상황은 배제하고 무조건 눈에 띄어야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
눈에 띄지 않으면 내가 아무리 소중히 아끼는 그 무엇이라도 나에게만 보물이지 타인에게는 없는 존재다.
제주에서도 많은 고양이를 보았고 집 근처에도 키우는 고양이가 있지만 내가 아는 가장 기억에 남는 고양이 일화가 되었다.
눈에 띄어서 사람들의 이야깃거리가 되자.
숨어있거나 주목받지 못하면 노력한 의미가 없다.
오늘도 작은 고양이에게 살아가는 방법을 하나 배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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