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성격은 어떤 것일까?
흔히 볼 수 없는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기이한 오름의 형상들.
공기처럼 늘 곁에 붙어 다니며 감정을 건드는 바람과 바람소리.
제주 곳곳에 위치한 곶자왈의 독특한 생태계.
밝은 빛을 쪼개 주는 큰나무의 커다란 가지 밑에서 자란 다양한 이끼들과 고사리.
동네마다 보이는 검은 돌담들.
파도가 밀려오는 야자수의 땅.
외부인에게는 휴양지로 인식되는 지역적 특성.
이 것들 외에도 많은 것들이 하나로 합쳐져 사람들이 생각하고 예측 가능한 제주의 성격이 만들어질 것이다.
작은 단면만 가진 사람에게는 하나의 성격만 보일 것이고 많이 봐보고 체험 한 이에게는 여러 가지의 성격이 보일 것이다.
따뜻한 햇살과 살랑살랑 바람부는 모습을 보이다가 갑자기 태도가 돌변해 강풍과 비가 쏟아지는 차가운 성격으로 변해버린다.
이 도무지 알 수 없는 성격을 가진 존재는 누군가에겐 부모, 아내, 연인, 친구 혹은 멀리사는 지인처럼 느껴질 수 있다.
나에게 제주는 연인과 친구에 가까운 존재가 되었으면 한다.
지금은 두감정 중에 누구라고 확실히 정의할 수 없지만 친구가 연인이 되고 반대가 될 수 있는 것처럼 어쨌든 가까이 있고 싶은 상대라는 것이다.
내 삶의 시간을 내어줄 수 있는 존재는 흔하지 않다.
게다가 제주에서 터를 잡고 살아간다면 온전히 나의 기쁜 날과 슬픈 날을 보여주는 것이다.
어느 날엔 차오르는 감정을 향기 같은 바람으로 달래줄 것이고 외로울 땐 기댈 수 있는 것이 오직 사람만이 아니라는 걸 보여줄 것이다.
제주의 성격은 내가 앞으로 만들어 나갈 많은 것들에 영향을 줄 것이다.
나의 작은 브랜드엔 내 감정이 투과 될 것이고 내면을 둘러싼 표정이나 움직임, 소리 등은 제주의 성격이 조금씩 나올 것이다.
아직 온전히 제주를 이해하지 못했기에 자연스레 얻어지는 지식과 몸에 익혀진 체험으로 더 다양하고 깊은 제주의 성격을 만나보려 한다.
내 삶도 나이를 먹어가며 아픈 기억과 즐거운 추억, 일관된 습관 등으로 성격이 형성된 것처럼 제주의 오랜 역사 속에도 기쁘거나 또는 비극적인 역사, 시시때때로 바람 부는 습관 등이 내가 느끼는 성격이 될 것이다.
현재까지는 제주가 나에게 나쁜 기억을 준 적이 없기에 아직은 조금 멀리 떨어진 아는 고마운 사람에 가깝다.
더 많은 교류와 만남, 알아감 등으로 아는 사람이 아닌 연인또는 친구가 되고 싶은 게 솔직한 지금 나의 마음이다.
관계의 첫 걸음은 우연이든 계획적이든 일단 만나는 것이고 내가 먼저 우호적인 감정으로 다가서는 것이다.
어쩌면 시작은 친구의 제주여행 고등어회 자랑이었고 미끼를 문 나는 회 먹으러 가자는 계획을 꺼내었다.
친구는 나와 제주의 주선자였고 난 기꺼이 그 만남을 받아들였다.
만나보기 전엔 친구의 말과 사진으로만 봤기에 제주의 성격을 알 수 없었다.
친구가 느끼는 제주의 성격과 내가 느끼는 제주의 성격이 다를 테니까.
아마도 그날 그일이 아니었다면 난 제주를 가 볼 생각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는 내가 제주에 미쳐있다며 본인 잘못이라고 농담처럼 말하지만 누가 알겠는가?
그와 나도 남은 삶을 제주에서 보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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