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활주로는 제주로

제주도로 떨어지기

낮가림 2022. 1. 27.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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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무언가를 시도하고자 했다.
그림도 그리고 싶었고 글도 쓰고 싶었다.
옷도 만들려 했고 작은 사업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하고 시작부터 엎어야 했다.
몇 년째 진행 중인 개인적인 아픈 손가락도 있다.
이 모든 원인이 완벽을 추구했던 지랄맞은 성격과 태도 때문이다.

반지하에 살던 어린시절의 나에겐 놀거리라곤 하얀 스케치북 또는 A4 크기의 복사용지, 아끼던 반투명한 기름종이와 연필과 볼펜뿐이었다.
그땐 글을 잘 몰랐고 할 수 있는 건 그림을 그리는 것과 낙서뿐이었다.
그당시 유행했던 건담 카드, 호돌이, 만화책의 한 페이지 등 그릴 수 있는 건 다 따라 그렸다.
모양과 선하나 점하나 디테일하게 따라 그리다 보니 어느새 똑같이 복사하는 실력이 되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이었다.
친구는 없었고 텅 빈 하얀 종이만 내 벗이 되어주었다.

그림이나 사진을 손으로 복사하다 보니 어느새 내 성격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완벽을 원하는 디테일에 미쳐버린 인간이 된 것이다.
작은 것 하나하나 따지다 보니 일은 쉽게 진척되지 못했고 편집증에 빠져 스스로 먼저 지쳐버렸다.
그래서 완성되지 못한 나의 꿈과 기록들...
비록 혼자만의 결과물이 되었을 지라도 완성을 했었다면 난 후회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바뀌어야 한다.
완벽보다 완성을 위해 살아야 한다.
빠르게 변화하고 완수를 해야 제주도로 떠날 수 있다.
날 지켜보는 그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다.
무엇보다 나올 수 있었는데 나오지 못한 이루고자 했던 내 작은 소망들에게 너무나 미안하다.
지금 대책 없이 나와 버린 건 그에게 고백한 제주도 가서 살래 라는 인간의 언어로 이루어진 문장뿐이다.
그 말이 휘파람이나 바람소리였다면 그가 알아듣지 못했을 테고 난 또다시 그냥 그렇게 소원쪽지를 접어서 주머니 안쪽으로 깊숙이 밀어 넣고 다른 소원을 적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알아 들었을 테니 지키지 못하면 얼마나 창피한 일인가.





제주도로 떨어지기.
내 몸뚱이와 작은 짐들이 어느 제주도 한적한 땅 위에 떨어져 살아가는 것이 지금 내가 완성해야 할 일이다.
그 과정이 완벽해지려 하지 말고 완수하려 밀어붙이는 것이 내 노력이고 삶의 태도로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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