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가기 위해 나에게 준비된 재정적 자원은 별로 없었다.
코인과 미국주식에 묻어 놓은 자금이 조금 있었고 현재 밥벌이를 하고 있는 일자리가 전부이다.
그것만으로는 아직 제주에 내려가기엔 부족했다.
유튜브에 들어가면 항상 메인에 떠있는 인터넷 부업, 앱테크, 부동산, 주식, 코인 등이 내 마음을 흔들었다.
누구는 블로그와 유튜브로 한달에 월 1000을 번다더라.
인스타그램으로 물건을 팔아서 대박을 치고 스마트 스토어, 쿠팡으로 순수익만 몇천이더라...라는 얘기들.
그래서 꽤나 많은 시간을 성공한 사업가들의 인터뷰영상을 시청하는데 썼다.
그럴듯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들이고 나는 나이다.
나는 생각이 정말 많다.
머릿속이 온통 잡생각과 걱정들로 채워져 있어서 누군가가 순도 걱정 100%의 광물을 캐내기 원한다면 바로 내 머리에서 채취하면 된다.
너무 많은 생각에 스스로 생각을 컨트롤 할 수가 없었고 차라리 다른 사람이나 기업의 철학과 계획에 내 인생을 맡긴 건지도 모른다.
살기 위해 어쨌든 돈이 필요했으니까.
제주로 가기 위한 목표는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 일어난 사건이었고, 그 많은 생각들 속에 제주라는 키워드를 또 추가해야 했다.
난 매일 그 키워드를 검색해야 했다.
제주에서 사는 장점과 단점.
제주 날씨, 제주 연세, 제주 일자리, 제주교통 등등...
지식은 매일매일 추가됐고 처음엔 작은 크기의 키워드였던 제주가 꽤나 큰 덩어리를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제주살이에 대한 긍정적 생각과 지식에 비례해 걱정도 더 늘어났다.
내가 제주에 가서 정착할 수 있을까?
몇 년 후에는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그곳에서 이웃이나 친구는 만들 수 있겠지?
서울에서만 살던 내가 이 안정감을 버릴 수 있을까?
갔다가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거 아냐?
조금씩 걱정을 비워 둔 머리 위로 새로운 걱정들이 눈처럼 쌓이기 시작했다.
머리가 아팠다. 내가 왜 이런 걱정을 하고 있지?
제주가 가고 싶으면 돈모아서 연세로 1년만 살다가 머리 비우고 서울로 다시 돌아올까?
논리적으로 나를 설득하고 있었다.
하긴 맞는 말이긴하다. 정말 살아봤더니 내가 체험했던 감정은 한순간이었고 생각지도 못한 골칫거리들이 매일 생길 수도 있지 않은가.
하지만 지금 내가 제주로 가기 위해 노력하는 이 순간은 일생에 어쩌면 다시 오지 않을 기회일 수도 있었다.
남은 여생에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열정과 동기부여.
이 여정을 통과하는 길에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내 의지로 성공적인 무언가를 이루어낸다면...
그리고 얼마 후 다시 깨달았다.
생각만으로 난 이렇게 또 힘들어하고 있구나.
제주에서 생길 걱정은 제주에서 살면서 부딪치자.
아직 내게 오지 않은 일이다.
자본 없이 시작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많은 이들이 추천한 것이 블로그와 유튜브다.
아직 내가 유튜브 영상에 도전하는 것은 무리인 것 같았다.
그래. 시작은 블로그다.
그럼 어디서 시작할까?
네이버 블로그? 티스토리? 워드프레스?
네이버 블로그는 아주 예전에 만들어 놨지만 그 블로그를 쓰기는 싫었다.
워드프레스도 오래전에 만들어서 운영한 적이 있지만 지금 다시 공부하면서 만들고 운영한다면 그 사이에 난 다시 지쳐서 포기할 수도 있었다.
티스토리는 초대장을 주고받는 시절에 한 개 만들어 두었는데 온갖 잡다한 것들이 올려져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카카오가 다음을 인수해서 카카오 계정으로 연동이 되었다.
그리고 중요한 수익원 구글 애드센스.
물론 지금은 희망사항이지만 이 블로그를 운영하고 글을 쓰는데 중요한 동기부여가 될 것 같았다.
그래. 티스토리로 시작해보자.
가장 중요한 이유는 내 머릿속의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 중에서 내게 필요한 것과 버려야 할 것 등을 나누고 정리하는 것이었다.
근데 이게 생각이나 작은 메모만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글을 써서 정리를 해보자고 결정을 했다.
뭐가 됐든 적어도 글쓰기 연습은 될 테니까.
왠지 티스토리는 잘 드러나지 않은 은밀한 안식처 같은 기분이 들었다.
티스토리를 기반으로 생각과 계획을 정리하고 영역을 넓혀나가면 되지 않을까.
내 인생의 기록이 되기도 할 테고 앞서 포스팅한 글을 쓰면서도 생각을 모을 수 있어서 좋았다.
중요한 건 시작을 했다는 거.
첫 글을 썼다는 거.
저질러 버렸다는 거.
내가 제주 티스토리를 시작한 이유는 나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기록하기 위해서다.
살면서 내 목표와 의지를 가장 많이 꺾은 적이 바로 나였고 애처롭게도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방어기제였으리라.
그런 나를 사소한 기억까지 소환해 내어서 치료하고 안아준다면 제주로 가는 여정에 길을 내어주고 도움을 줄 것이다.
잘해보자. 티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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