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속도는 나를 점점 빠르게
제주로 밀고 있다.
아직 더위나 폭염이 남았을 거 같지만 어제오늘은 날씨가 선선하다.
심지어 새벽에 잘 때는 살짝 깨어서 이불을 단단히 덮고 써큘레이터의 바람세기를 낮춰야 했다.
날이 덥지 않아서 좋기는 하지만 피부에 전해지는 공기의 온도만으로도 삶의 속도가 느껴진다.
이제 곧 가을과 추석이 오고 차가운 겨울이 오겠구나 하는 생각.
내년이면 나이 한 살을 더 먹는데 지금 난 잘하고 있는 걸까 하는 스스로에 대한 물음.
잠시 몸을 움직여서 땀이 나고 덥기는 했지만 가만히 않아 있으니 사무실 에어컨에서 부는 바람이 차갑게 느껴진다.
문득 선풍기와 에어컨에서 부는 바람은 시작점이 있는데 제주에서 부는 바람은 시작점이 과연 어디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거칠고 거대한 광풍이 사방으로 불어대는데 그 바람들은 모두 서로 다른 방향에서 시작해서 만나고 뒤엉킨 걸까?
바람의 시작점에서 바람이 나아가는 모습을 한 번쯤 경험해보고 싶다.
아직 살면서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 너무나도 많다.
대부분 시도하지 않아서였고 시작할 마음조차 먹지 않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주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느라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하지 못한다고 한다.
가족과 애인, 동료들 그리고 단 한 번도 얼굴을 본 적 없는 사람들을 의식해서 스스로 벽을 만든다.
나의 경우에는 나 자신을 의식하느라 시작하지 못한 일이 많다.
나는 나에게 관대하지 못하고 가장 많은 비판을 쏟아낸다.
하루 종일 나에게 붙어있는 나의 눈치를 보느라 나는 마음이 불편했다.
바람 부는 제주에서 나는 많은 것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나를 의심하는 잡생각이나 말들은 바람이 모두 흩어버렸고 온몸에 달라붙은 서울의 먼지들도 다 털어버렸다.
난 한동안 바람을 맞고 서있었고 아무 생각도 시작하지 않았다.
잠시 후 지금 이곳이 제주라는 것을 떠올렸다.
바람의 시작점은 알지 못했지만 내 새로운 생각의 시작점이 제주에서부터 라는 것은 알게 됐다.
그렇다.
티스토리 블로그를 시작하고 나서 내가 하는 말, 내가 생각하는 것, 내가 적는 글의 출발점은 모두 제주다.
친구와 나누는 대화도 대부분 제주와 관련되고, 내 인생계획의 설계도 제주라는 땅 위에 기초를 짓고 있다.
제주를 많이 가본 것은 아니지만 상상 속에서 수도 없이 드나들었고 산책을 했다.
실제와 차이라면 비행기를 타지 않았다는 것뿐이다.
내 눈을 가려도 공기의 온도와 바람의 느낌만으로 서울과 제주를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다.
삶의 속도는 나를 점점 빠르게 제주로 밀고 있다.
제주에서 보내는 추석과 겨울은 어떤 느낌일까 하는 설렘이 생긴다.
내년이면 한 살을 더 먹는데 나이를 핑계로 더 많은 것들을 도전해 봐야지.
아무래도 내가 나에게 눈치를 주는 건 빨리 제주로 가라고
재촉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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