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은 커다란 것을 보고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작은 배려에 미소를 짓고 서비스를 기억에 품는다.
며칠 전에 온라인 도서사이트 알라딘에서 고명환 작가님의 '이 책은 돈 버는 법에 관한 이야기'와 칩 히스, 댄 히스의 'Stick 스틱! (15주년 기념판)'을 주문했다.
잠시 딴짓 좀 하다가 스마트폰에 알라딘 상품을 안전하게 배송했다는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나는 일어나 현관 앞으로 나가 문 앞에 놓여있던 택배 봉투를 집어서 들고 왔다.
택배 송장의 개인정보 노출 위험과 정보도용 때문에 항상 송장의 주소와 이름, 송장번호 등을 모두 뜯어서 제거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손톱으로 분리된 송장 스티커들을 하나하나씩 뜯어서 벗기기 시작했다.
한꺼번에 꾸깃꾸깃 모두 뭉쳐서 떡으로 만든 뒤에 휴지통에 던져 넣고 택배 봉투를 열기 위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개인정보와 송장번호가 모두 벗겨진 알몸 누드의 송장 속살에 이상한 메시지가 적혀있었다.
보통 송장의 모든 겉 부분을 떼어내면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은데 특이하게도 뭔가가 있었다.
알지 못하는 도시의 길거리 주소와 이름, 그리고 QR코드와 짧은 문장이 적혀있었다.
QR코드의 작은 사각형 부분이 마치 우표를 붙인 느낌을 주었고, 이름과 주소와 문구가 합쳐지자 단순한 작은 엽서 한 장을 보는 듯했다.
"저는 속표지에 남긴 글이나 책장 귀퉁이에 적은 글을 참 좋아해요."
적힌 문장의 내용이 송장을 벗겼을 때 드러나는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져서 마음에 착착 달라붙는 기분이었다.
신기하고 이뻐서 사진 한 장을 찍으려 스마트폰 카메라로 초점을 잡았더니 자동으로 QR코드가 인식됐고 링크 주소가 담긴 메시지가 화면 위로 떠올랐다.
클릭하자 바로 창이 떴는데 알라딘의 책 소개 사이트였다.
왼쪽 귀퉁이에 적힌 주소 '채링크로스 84번지'가 바로 도서의 제목이었다.
이런 방법의 예상치 못한 비밀스러운 감성 마케팅이라면 언제든지 두 팔 벌려 환영할 준비가 되어있다.
만약 내가 귀찮음과 무신경으로 택배 송장의 개인정보를 벗겨내는 수고스러움을 감내하지 않았다면 절대 발견할 수 없는 비밀의 방이었다.
구매자의 이러한 수고에 감성과 정성으로 대응한 알라딘의 마케팅에 반해버렸다.
고객은 커다란 것을 보고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작은 배려에 미소를 짓고 서비스를 기억에 품는다.
실제 채링크로스 84번지의 주인공 헬렌은 유명한 작가가 되고픈 막연한 꿈을 가지고 있었다.
오로지 책을 읽는 독서가 그녀의 유일한 즐거움이었고, 책에 대한 욕심이 강해 원하는 책은 꼭 구하고야 마는 끈질김이 있었다.
그런 그녀의 요구에 런던 채링크로스 헌책방의 점원은 일일이 그녀가 보낸 편지에 답장을 보내며 원하는 책을 구해준다.
이렇게 시작된 두 사람의 편지 교환은 20년이 넘어가고 우정은 쌓여간다.
책 소개에 나온 기본적인 줄거리는 이런 내용인데 택배 봉투와 편지 교환이라는 상징성이 또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작은 포인트 하나에 기분이 좋아진 나였다.
알라딘 칭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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