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아는 사람 있어?
나에게 하는 질문이다.
제주에 아는 사람? 당연히 없다.
휴가 때 내려가 묵었던 펜션의 주인들이 아는 사람은 아닐 것이다.
동문시장에서 매번 들렸던 올레 횟집의 삼촌이 아는 사람은 아닐 것이다.
자주 들렸던 앞오름돼지촌 사장님 부부가 아는 사람은 아닐 것이다.
제주에 아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데 내려가서 살려한다.
가족의 울타리를 벗어나 돌담 안으로 들어가려 한다.
아는 사람은 없지만 아는 회맛은 있으며 아는 오름이 있고 아는 한라산 소주 맛이 있다.
아는 사람이 있었다면 난 당장 그에게 제주에 내려가서 정착하고 싶으니 맘에 드는 집을 찾을 때까지 잠시 머물게 해달라고 부탁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눈치 보며 밥을 얻어먹고 집을 알아본다는 핑계로 밖으로 나가 산책을 하며 이제 뭐해 먹고살지를 혀끝에서 되뇌었을지 모른다.
제주에 아는 사람이 없다는 건 정말 다행인 일이다.
나에 대해 아는 사람이 없다는건 아무런 흑역사 없이 어른의 나이부터 새시작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는 사람이 없기에 사람에게 정을 주거나 서로 상처받을 일이 없다.
아는 사람이 없기에 더 빨리 경제적 자유에 대한 계획과 실행이 이루어진다.
모든 행동의 결과가 온전히 내 것이 되고 위로받지 않으며 위로할 일이 없다.
난 아직 타인을 이해하는 속 깊음이 없으며 아는 사람에서 친한 사람으로 넘어가는 그 선을 쉽게 넘지 않으려 한다.
제주에 살면서 내가 한만큼 나에게 맞는 아는 이들이 생길 것이다.
반대로 제주의 누군가는 서울에 아는 사람을 나로 생각한다면 난감한 일이다.
그럴 일은 없겠지라고 생각하지만 그럴 일은 내뜻대로 된 적이 없다.
내가 제주에 이주해서 일 년 정도 살고 잠깐 서울로 올라왔을 때 가족이나 지인들이 제주에 아는 사람 있냐고 묻는 다면 그땐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매일 아침 일어나 산책을 나갈 때 길에서 마주치고 인사드리는 할머니가 아는 사람이다.
산책길에서 들르는 카페의 사장님이 아는 사람이다.
커피 한잔을 마시고 배가 고파 들른 동네 식당의 사장님이 아는 사람이다.
서로 예의를 갖추고 보게 되면 인사는 꼭 하는 관계.
매일은 아니더라도 자주 보아서 얼굴이 익은 사람.
딱 아는 만큼만 아는 아는 사람.
나에게도 제주에 아는 사람이 생길 것이다.
서울에 아는 사람은 많지만 제주에는 아직 아는 이가 없다.
나도 제주에 아는 사람을 만들고 싶다.
혹은 그와 나 둘 중에 먼저 간 사람이 제주에 아는 사람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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