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활주로는 제주로

오뚜기 제주콩으로 만든 생낫또

낮가림 2023. 1. 13.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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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실의 촉감과 식감이 혀로 만져지는 기분이었다.




제주콩으로 만든 생낫또(NATTO)




퇴근 후 비를 맞으며 시장으로 향했다.
치약과 주방세제등 생필품을 사려고 동네에서 가장 큰 원마트로 들어갔다.
필요한 물품들을 집어든 뒤에 조용히 냉동음식이 진열된 냉장고 앞에 섰다.
먹을만한 음식이 있나 하며 살피던 중 무언가에 눈길이 꽂혔다.
제주콩으로 만든 생낫또라고?
제주에서 나온 콩으로 제조한 낫또라니, 무언가 생소했다.

나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낫또를 먹어본 적이 없다.
어머니가 청국장 콩을 좋아하셔서 삶거나 기계로 발효시킨 콩을 먹기는 했다.
일본의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것처럼 콩에서 실이 나오지는 않았기 때문에 아마도 이상한 식감일 거라 상상만 했었다.
그 상상이 맞는지 확인도 해볼 겸 손으로 낫또를 집었다.
아니 사실은 제주이기에 선택했다.
3개의 낫또가 한 묶음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18℃ 냉동보관 식품이었지만 부엌 선반에 올려놓은 채로 상온에서 해동시켰다.
이것저것 하느라 시간이 흘렀고 제품 설명란의 방법처럼 3시간 정도가 흘렀다.
저녁은 먹었지만 간식 겸 맛을 보기로 했다.
포장지 앞면에는 오뚜기의 붉은 심벌로고가 박혀있다.
한자로 (날 생)이 적혀있고 눈에 확 띄는 돌하르방 사진이 제주산이라고 외치고 있었다.
100% 제주도산 대두콩 낫또의 묶음포장지에서 하나를 빼냈다.
하얗고 얇은 스티로폼 안에 낫또가 들어있었다.




뚜껑을 열자 쇠고기 조미소스와 연겨자 소스가 보였다.
나는 두 가지 소스가 왜 들어있는지 이유를 몰랐다.
낫또에 대해 검색해 보고 나서야 그냥 먹으면 굉장히 심심한 맛이 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낫또 위에 올려진 투명한 비닐막을 벗겼다.
청국장 콩에서 나는 찐한 냄새는 나지 않았다.
약간 구수한 향이 느껴졌다.
어떻게 먹는지 몰라서 포장지 뒷면의 시식법을 다시 한번 찾아봤다.




젓가락을 손에 쥐고 콩사이로 열심히 휘저었다.
조금씩 끈끈한 점액과 실들이 생겨났다.
젓가락을 들어 올리자 얇은 실들이 끊어지지 않은 채 늘어났다.
공상과학 SF영화 속 에어리언의 끈끈한 점액 같았다.
입을 갖다 대고 콩을 입속으로 집어넣었다.
담백한 콩맛이 났다.
동시에 실의 촉감과 식감이 혀로 만져지는 기분이었다.

계속 그냥 먹기에는 너무 심심한 맛이다.
쇠고기 조미소스와 연겨자 소스를 뜯어서 낫또 위에 뿌렸다.
다시 열심히 휘저었다.
맛을 봤다.
소스가 더해지니 감칠맛이 베었다.
먹는 내내 보이지 않는 실들이 입 주변을 감싸는 듯했다.
스파이더맨 거미줄이 말하지 말라고 입술을 덮은 느낌이다.
조금 먹다 보니 일본 드라마에서 보던 것처럼 흰쌀밥에 얹어먹고 싶은 욕심이 났다.
밥통에서 밥을 살짝 퍼서 낫또 위에 얹었다.
다시 열심히 밥과 낫또를 비볐다.
따뜻한 밥과 먹으니 낫또의 풍미가 더 진해졌다.
역시 밥이 최고의 반찬이다.




낫또(낫토)는 콩을 발효시킨 일본의 전통음식이다.
그동안 영상에서 보던 끈적끈적한 식감과 맛이 궁금했었다.
제주콩으로 만든 오뚜기 낫또 때문에 궁금증을 풀 수 있었다.
아직 두 개가 더 남았고 다음번에는 사기그릇에 옮겨서 김가루와 파, 고추를 썰어서 함께 먹어보려 한다.
참기름도 넣으면 밥과 먹었을 때 더 감칠맛이 진해지겠지.
한 번 경험해 보니 확실히 건강음식이 맞았다.
어머니도 콩을 드시면서 건강이 좋아지셨다.
나도 콩으로 만든 음식에 관심을 가져봐야겠다.


사진출처 - 오뚜기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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