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활주로는 제주로

제주공항 파리바게뜨 제주마음샌드

낮가림 2023. 8. 11.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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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마음에서 타인의 마음으로 전달하는 따뜻한 정.




제주공항탑승점 파리바게뜨



제주에서의 휴식이 끝나고 우리는 제주공항으로 돌아왔다.
국내선 탑승구 2층, 대합실과 면세점으로 들어찬 탑승게이트 맨 끝에 제주공항탑승점 파리바게뜨가 위치해 있다.
1년 전에만 해도 사람들 줄이 기차처럼 길었는데, 이번에는 줄이 반이상으로 짧아졌다.
탑승을 준비 중인 관광객 숫자도 줄어든 티가 보였다.
보통 앉을자리를 찾기 위해 돌아다니는 수고가 있었지만 곳곳에 빈자리가 보였고, 무엇보다 파리바게뜨와 면세점에 위치한 카카오프렌즈를 둘러싼 사람들이 많지았않다.



파리바게뜨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제품은 가장 바깥에 진열된 푸른색박스의 제주마음샌드다.
대부분의 방문객들이 제주마음샌드 박스를 들었다 놨다 하며 줄에 동참했다.
친구는 몇 박스를 들어서 바로 구매 대기줄에 들어갔다.
나는 파리바게뜨 자체에 큰 흥미가 없어서 천천히 구경만 했다.
가격을 보니 제주마음샌드 10개들이 한 박스가 16,000원이다.
제주도의 전체적인 물가가 오른 점도 있겠지만 가벼운 가격은 아니다.
아무래도 구매자 본인이 섭취하는 경우보다 휴가차 제주도에 다녀왔다는 인증정도로 주변지인에게 선물하는 용도가 많다.
단아한 푸른색의 박스가 딱 답례품의 정갈함이 느껴진다.
선물이라는 사람들의 심리가 쉽게 제주마음샌드 박스를 들게 하는 느낌이다.



제주에서만 생산되고 판매되는 먹거리는 많지만 제주마음샌드는 제주에서만 구매할 수 있으며 유통기한이 길지 않다는 희귀성이 구매력을 더 자극하는 듯하다.
친구는 많다고 느꼈는지 도중에 한 박스를 내려놓고 다시 줄을 섰다.
결제가 끝난 후 짙은 남색의 파리바게뜨 종이쇼핑백을 두 개 들고 나와서 하나는 나에게 내밀었다.
나에게 주려고 샀다니 살짝 감동이다.
쇼핑백 안을 물끄러미 들여다보니 책 한 권 크기의 작은 박스가 푸르름을 내비치고 있다.



집으로 돌아온 후 하루 정도는 생각정리와 휴식을 취하느라 제주마음샌드 박스를 열어보지 않았다.
다음 날 쇼핑백에서 제주마음샌드 박스를 꺼냈다.
윗부분에 국제품질평가기관 '몽드 셀렉션' 2023 금상 2년연속 수상라벨이 붙어있었다.
라벨을 칼로 그어서 떨어트렸다.


전면 부분 커버가 책처럼 여는 형식인 줄 알았는데 안에 박스를 위에서 누르면 작은 서랍처럼 내려오는 방식이었다.
박스 안에는 고급스러운 기름종이 위에
JEJU & UDO ISLAND PEANUT - PARISBAGUETTE SANDCOOKIES영어가 적힌 돌하르방, 감귤, 땅콩그림이 들어간 동그란 로고가 그려있다.
다시 세로로 제품설명이 한글로 적혀있다.


제주의 따뜻한 햇살과 우도의 거친 해풍을 견뎌내 작지만 고소한 우도 땅콩에 버터의 풍미와 카라멜, 적당히 짭쪼름해 기분 좋은 단맛을 더하는 천일염이 어우러져 오도독 한 입 베어물면 잊지 못할 제주의 풍경을 입 안 가득 선사합니다


2020년 처음으로 제주에 육지의 흙을 묻히고 왔을 때 송당에서 자유로히 돌아다닌 후 마지막 날 우도에 들어갔었다.
섬에서 다시 섬으로 들어가는 여행이 살짝 기이하긴 했지만 비행기가 아닌 배를 타며 탈 것의 다양함에 재미를 느꼈다.
푸르른 바다를 지나 보이던 우도는 아름다웠다.
그 기분은 잠시 후 사라졌다.


수없이 돌아다니는 전기자전거와 전기스쿠터, 작은 전기바이크가 눈앞을 어지럽게 했다.
배 시간을 맞추려면 전기바이크를 타고 한 바퀴를 돌아야 하는 터라 우리도 대여를 했다.
우도 한 바퀴를 돌며 반은 사람구경, 반은 섬구경을 하느라 많이 지쳐버렸다.
중간에 쉬면서 땅을 밟았다.
카페나 식당등에 우도땅콩이라 적힌 팻말들을 봤지만 그 당시에는 우도의 특산물이 땅콩임을 전혀 알지 못했다.
물론 섬에서 나올 때까지 땅콩과 관련된 음식을 먹지도 않았다.


이번 여행에는 우도땅콩막걸리까지 사다가 냉장고에 넣어놨지만, 목하제주 사장님이 초밥과 회를 풍성하게 차려주셔서 저녁을 맥주로 배를 채웠다.
다음 날 먹어야 했지만 오전에 퇴실인데 아침을 막걸리로 채울 수는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우도땅콩막걸리는 맛도 보지 못했다.
우도땅콩과는 인연이 별로 없구나 했더니 제주마음샌드에 우도땅콩이 소량이지만 첨가되어 있었다.


제주마음샌드 사진이 담긴 불투명 종이를 걷어내었다.
투명비닐에 포장된 제주마음샌드 10개가 보였다.
마음샌드의 겉면에 제주도와 바다의 무늬가 찍혀있었다.
포장을 찢어서 마음샌드를 꺼내어 한 입 베어 물었다.
땅콩과 버터는 가운데에 몰렸는지 살짝 촉촉한 빵맛만 혀에 전달됐고, 두 번째 베어 물자 고소한 땅콩맛이 올라왔다.


작게 세 번 베어 먹으면 쿠키하나가 사라진다.
고소함은 있지만 약간 텁텁하기에 우유나 커피와 함께 마시면 좋을 것이다.
묵직함이 살짝 있기에 연달아 두 개 이상 먹기는 힘들었다.
맛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기에 솔직한 내 평가는 한 번 주는 선물용이라면 신선하기에 괜찮은 퀄리티를 가지고 있다 정도며 같은 사람에게 두 번 이상 전달은 비추천한다.
본인이 먹을 용도라면 한 번은 먹을만하지만 두 번역시 비추천이다.
정확히 말하면 첫 구매 전에는 기대감과 신비감, 유명세가 있는 제품이라 손에 넣었다는 사실이 만족스럽지만 개봉 후에는 맛과 양을 생각한다면 아쉽기 때문이다.


친구 덕분에 제주마음샌드를 한 번 경험한 걸로 만족스럽다.
나의 경우 제주도의 시작을 고등어회로 출발하여 제주를 떠나는 마지막은 딱히 정해지거나 원하는 것 없이 파리바게뜨와 카카오프렌즈 매장 앞에 사람들 줄 서는 것만 구경했을 뿐이다.
사람들은 제주를 떠날 때 무언가 아쉬워하며 하나라도 들고 가려고 한다.
가족이나 친구, 지인들의 부탁도 있겠지만 하나라도 더 챙겨서 주려하는 본인 자신의 착한 마음도 있다.
자신의 마음에서 타인의 마음으로 전달하는 따뜻한 정.
한국인 특유의 문화가 이러한 풍경을 만들어내는 듯하다.
아마도 그러한 이유로 마지막 제주를 떠나는 제주공항에서만 제주마음샌드를 판매하는 것이 아닐까?
기업의 상술을 그럴듯하게 해석한 면도 있지만 제주마음샌드 상품명에는 그러한 의미가 감성으로 포장되어 있는 듯하다.
마지막으로 제주마음샌드 포장에 적힌 글을 남겨본다.


이름은 낯설지 몰라도 생김새는 너무도 친근하죠. 제주 풍경을 닮았으니까요.
한 입 베어물면 부드럽게 부서지는 쿠키에 달콤한 카라멜과 버터의 고소한 풍미가 입 안 가득 바삭하고 달콤한 시간을 선사해 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