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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구좌읍 한동로 한식뷔페식당 가정식백반 로컬밥집 한동밥상

낮가림 2023. 11. 28.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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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깔난 소박한 밥 한 끼





제주에서 한 끼 식사하기


만약 지금 이 블로그 포스팅을 검색으로 들어왔다면 한동밥상 식당 앞에 서있을 것이다.
아니면 네이버 지도에서 구좌읍 한동로 주변식당을 찾던 도중일 가능성이 많다.
혹은 가까운 위치에 자리한 모닥식탁 식당을 방문하려 온 여행자일 수도 있다.
과거 TV프로그램 수요미식회에 소개된 유명 맛집에서 식사를 하려 했으나 하필 가는 날이 휴무인지 몰랐던 당신.



근처를 배회하다 딱 하나 보이는 한식 식당 앞에서 어찌해야 할지 머리를 굴리고 있다.
네이버 검색창에서 정보를 찾아보지만 한동밥상 이름만 있을 뿐 메뉴와 가격 등 아무것도 등록되어 있지 않다.
심지어 네이버 로드뷰 사진 속 예전 외관은 지금과 많이 다르다.
포스팅된 블로그 글 하나 없으며 그나마 날짜가 좀 지난 오래된 네이버 방문자리뷰만 달려있다.



이제 당신은 고민할 것이다.
나와 동행한 친구 역시 그랬다.
솔직한 마음으로 문 열고 들어갔다 나오면 예의가 아니다. 허나 배고픔이 물밀듯 밀려오는데 주위에 문을 연 식당도 없다.
다른 식당으로 가려면 길을 돌아 한참을 걸어가야 한다.
차가 있다면 쉬운 선택이 가능하지만 걸어 다니는 뚜벅이 여행자에겐 어려운 선택이다.



인스타그램 속 예쁜 식당이 아닌 오래된 로컬식당


여행자라면 누구나 자신의 경험과 아름다운 순간들을 기록으로 남기려 한다.
글과 사진, 영상이 잠깐이나마 우리 삶의 반짝임으로 남는다.
인스타그램 등 SNS를 즐기는 젊은 세대일수록 눈에 띄는 장소와 공간을 찾아 체험하며 증거를 남긴다.
인테리어 혹은 주변 풍경이 아름답고 특이한 콘셉트의 카페와 식당.
독특하며 사진으로 찍고 싶은 메뉴와 코스요리들.
지인과 가상의 팔로워들에게 자랑하며 함께 공유하고 싶은 모습들이 가득한 장소.



안타깝게도 한동밥상은 그런 특별한 장소가 아니다.
시골 어디에나 있을법한 평범한 로컬식당이다.
그저 집에서 먹는 집밥처럼 어머니가 차려주시는 가정식 한식에 가깝다.
도심 속 직장인들이 찾는 한식뷔페처럼 자극적인 메뉴와 반찬이 있지도 않다.
그저 따뜻한 밥과 김치와 나물 몇 가지가 나온다.
소박한 국 한 그릇과 날마다 다를듯한 두 가지 정도의 메인반찬들.



눈부신 여행의 소중하고 특별한 하루하루를 소셜미디어에 남기고 싶다면 다른 곳을 찾아가야 한다.
그것이 단기 여행자에게 내년의 휴가까지 버틸 수 있는 힘이 되어주니까.
하지만 관광지로서의 제주가 아닌 잠깐이라도 살고 싶은 관찰자의 눈으로 보게 된다면, 한동밥상처럼 지역의 오래된 로컬식당을 꼭 방문하기를 바란다.
저렴한 비용으로 건강한 한 끼를 먹으며 살아내는 일이 살아볼수록 감사한 경험이다.
혹은 여행이 급하지 않다면 천천히 제주 밥 한 끼를 먹어보기를 권유한다.
특히 동네 지역명칭이 붙은 로컬식당이라면 오래된 토박이 식당일 경우가 많으니 더욱 추천한다.



제주에서 먹는 집밥 한 끼 한동밥상



우린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한참 돌아가야 또 다른 식당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네이버지도에 표시된 유일한 식당은 한동밥상뿐이었다.
보통의 시골길에서 볼 수 있을 흔한 외관의 건물.
꽤나 폭넓은 큰 동네길에 지나다니던 사람이라곤 우리 둘 뿐이었다.
식당으로 들어가거나 밖으로 나올 사람의 인기척이라곤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한적했다.
영업 중이라 써붙인 문구하나 식당 출입구에 붙어있었지만 흔한 레퍼토리처럼 휴업 중인지도 알 수 없었다.
조용한 문 앞에서 잠시 긴장한 채 숨을 골랐다.
따로 목적지를 정하고 길을 걸어오진 않았지만 여행지에서의 밥 한 끼만큼 그날의 컨디션과 흐름을 좌우할 중요한 요소 따위 많지 않다.
혀의 미각기관을 만족시키고 뱃속의 굶주림을 음식물로 밀어내면, 문득 뜻하지 않았던 평화 속에 잠겨 제주를 더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닫힌 문을 열어젖히고 고개를 빼꼼 안으로 내밀었다.
식당 안의 음식조리 소리와 짙게 베인 향이 귀와 코끝에 닿았다.
주방 한쪽에서 움직이시던 나이 지긋한 여사장님과 눈을 마주쳤다.
"사장님 지금 영업하시나요?"
배고픔에 본능적으로 올라온 질문 하나가 식당 안을 울렸다.
사장님께서 그렇다고 대꾸하시며 살며시 미소 지으셨다.
식당 안쪽 테이블로 눈길을 돌리니 꽤 너른 공간에 아직 아무도 없었다.



손짓으로 친구를 부르고 안쪽 벽 가까운 테이블에 착석했다.
머리 위에 잠든 선풍기 한 대가 보였다.
더운 공기를 식히려 얼른 녀석의 잠을 깨웠다.
기지개를 켜듯 팬은 천천히 돌았고 왜 깨웠냐는 듯 찬바람을 머리 위로 불어댔다.
곧바로 비어있던 식탁 위에 수저와 젓가락을 올려두고 빈 컵에 냉수를 따랐다.
밥 먹을 준비를 마친 이들처럼 가만히 의자에 앉아있었다.



잠시 후 뜸을 들이며 앉아만 있던 우리에게 사장님께서 말을 걸으셨다.
"식사하려면 밥이랑 반찬 떠가야 하는데... "
아무것도 모른 채 앉아있던 이방인 둘은 그제야 깨달았다.
재빨리 조리실 앞에 서서 큰 접시를 하나씩 들었다.
갖 지어서 뜨끈 뜨근한 흰쌀밥을 푸고, 다양한 나물반찬과 김치도 올렸다.
냉장실에서 펩시콜라 한 병을 꺼내서 차가운 맥주잔에 따랐다.



사장님께서 따로 퍼주신 된장베이스의 구수한 콩나물국까지 모이니 수수하지만 따뜻한 집밥 한 끼 밥상 같았다.
허기진 혀에 맛의 감각을 불러올 때쯤 그날의 메인요리가 올라왔다.
고소한 제육볶음과 조기보다 두툼한 생선구이.



식사가 끝난 후에 물어보니 돔종류라고 하셨는데 시간이 지난 후라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토록 한적한 시간에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집밥스러운 식사를 하던 우리 둘.



깔끔하게 한식뷔페로 허기를 채운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소 짓던 사장님께 잘 먹었다고 말씀드린 후 식당을 나왔다.
길 위에 여전히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후덥지근한 날씨에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소화를 시켰다.
좀 더 걸어서 뒤를 돌아보니 한동밥상 건물만 덩그러니 길 위에 놓여있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또다시 이 길을 지나간다면 들를지도 모르겠다.
제주에서 여러 번 휴가를 보내다 보니 처음 정한 식당에서 밥을 먹기란 쉽지 않았다.
불시에 휴무를 하거나 너무 늦게 열고 빨리 닫아서 방문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어쩌면 그런 뜻밖의 소소한 사건들로 미처 생각지도 못한 한 끼를 채웠는지 모른다.
제주는 배고픈 이방인 둘을 굶기지 않았다.
늘 그렇듯이 아름다운 풍경을 눈에 담게 해 주었고 건강한 음식으로 속을 채워주었다.

그날도 그랬다.





🍱 한동밥상

주소 : 제주 제주시 구좌읍 한동로 153
전화 : 064-784-5595

오픈 : 오전 9시
마감 : 오후 7시

한동밥상 : 네이버

방문자리뷰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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