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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고 말해줘 정우성 × 신현빈 ENA 드라마 디즈니 플러스 스트리밍

낮가림 2023. 12. 25.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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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첫인사





Genie TV 오리지널 · ENA 월화 드라마


배우 정우성 . 신현빈 주연의 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
본방은 2023년 11월 27일부터 채널 ENA에서 월요일, 화요일 저녁 9:00시에 방영 중이다.
이 작품은 지니 TV 오리지널 드라마로 GENIE TV로도 시청가능하며 같은 날 월, 화 밤 본방 한 시간 후인 오후 10시부터 방송된다.
해를 넘기는 2024년 1월 16일까지 방송공개 되며 드라마 회차는 총 16부작이다.



드라마 제작에 주연배우 정우성이 직접 제작자로 참여했으며 장르는 휴먼, 로맨스, 클래식 멜로다.
드라마 영어명은 'Tell Me That You Love Me'
과거 1995년작 일본 TBS TV드라마 동명의 작품 '사랑한다고 말해줘'가 원작이다.
원작의 각본은 키티가와 에리코, 제작은 TBS테레비전.


OTT 디즈니 플러스 스트리밍


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손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청각장애 화가 차진우와 소리 없는 말을 마음으로 듣는 배우 정모은이 사랑으로 엮어내는 힐링 드라마다.



정규방송 지니티비 외에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OTT 스트리밍은 Disney+ 다.
디즈니 플러스 메인 상단 주목할 만한 한국 콘텐츠로 선보이는 작품이다.

나 역시 TV 정규방송으로는 시청하지 않아서 디즈니 플러스로 이 드라마를 처음 보았다.
별다른 정보 없이 배우 정우성의 드라마 출연에 반가운 마음으로 재생을 했다.
1화를 본 느낌은 매우 차분하고 조용한 드라마였다.
굉장히 사색적이기도 하며 자극적이지 않은 담백한 힐링드라마였다.



대부분의 K 콘텐츠가 자극적인 요소와 볼거리로 시선을 잡아끄는 반면에 청각장애 화가 차진우를 연기하는 배우 정우성의 눈빛과 표정, 몸짓 등에 주목하게 만든다.
배우 정모은을 연기하는 상대역의 신현빈 배우도 조용한 톤으로 드라마의 온도를 천천히 높여간다.


제주도에서 시작된 만남



시즌 1 에피소드 1화의 제목은 '인사'다.
제목 그대로 두 인물 간의 첫 만남, 첫인사를 이야기한다.
정우성이라는 이름에 이끌려 별생각 없이 재생한 드라마는 나에게 또다시 낯설지만 익숙한 제주의 풍경을 보여주었다.



시작부터 제주의 자연을 가로지르며 사진을 찍는 차진우와 제주공항에 도착해 캐리어를 끌며 나오는 정모은의 모습이 답답한 가슴에 새 숨을 불어넣는 듯했다.
이후 떨어져 있지만 마치 한 공간에 있는 듯 컷을 나눈 화면 때문에 제주의 아기자기한 풍경이 약간의 온도차가 다른 느낌으로 정겹게 다가온다.



두 인물은 제주의 한 마을에 머물게 된다.
모은이 체크인한 숙소 카운터에 비치된 마을 관광지도를 집어 펼쳐본다.
소랑리 마을지도라고 나와서 네이버에 검색을 해보았지만 나오지 않았다.
지도 속에 소랑오름이 있어서 찾아봤지만 역시 없는 지명이었다.
아마도 제주 소랑리는 드라마의 이야기를 위해 설정한 가상의 제주마을인 듯하다.



화면 속의 제주는 여전히 아름답다.
에피소드 1화의 반 정도는 제주에서 진행되고 그 이후는 다시 서울로 돌아가 우연히 만나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두 장소의 대비를 드라마에서 소리로도 체감할 수 있다.
제주는 자연의 바람, 파도, 천둥, 빗소리 등이 주를 이루며 그 외의 공간을 고요가 채우고 있다.
더더욱이나 대사가 없는 차진우의 눈빛연기로 제주는 쉼표를 머금고 있다.



반면 서울은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와 차들의 소음으로 가득하다.
청각장애가 있는 차진우에게 두 공간의 소음이 들리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다.
허나 그의 장애를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로 가득 찬 서울에서의 삶이 보는 이로 하여금 자그마한 불안감을 느끼게 만든다.
분명 제주에서 그의 모습은 너무나도 평온해 보였으니까.



단역 배우 모은은 대사 한 줄 없는 연기를 위해 제주까지 내려와 자신이 내뱉지도 않을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외운다.
촬영날 모은의 연기에 못마땅한 감독은 역할을 없애버린다.
숙소에서 급하게 짐을 챙기며 제주를 떠나려는 모은에게 동거하는 친구 지유가 더 쉬고 오라며 권유한다.
배우가 되기 전 8년 동안 항공기 승무원이었던 모은은 지겹게 제주도에 왔었다고 말한다.
친구와의 대화 속에서 일 때문에 왔을 뿐 진정으로 쉬러 왔던 적이 한 번도 없음을 깨닫고 더 머물게 된다.



진우와 모은은 제주에서 우연처럼 자주 만나고 겹치게 된다.
비가 내리는 날 진우의 차박지에서 라면을 먹고 시간을 보내는 사이 천둥이 친다.
천둥이 쳐도 놀라지 않는 진우를 보며 그의 세계를 체험하려 두 손으로 귀를 막는 모은.
닫힌 귀에서 빗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소리 없이 내리는 비도 나쁘지 않네"

출연한 가상의 작품 속 세상에서 대사 한 마디 없는 모은과 실제 세상에서 말 한마디 없는 진우는 이렇게 서로 교감하며 낯선 세계를 알아간다.



홀로 남은 차박지에서 어슴푸른 새벽을 바라보는 진우의 풍경이 눈에 확 들어왔다.
내가 좋아하는 제주의 색이다.
매년 휴가 때마다 제주에 들러 발만 담그고 온다.
온전히 하루를 살아내는 느낌이 아니라 급하게 꾸역꾸역 하루를 챙기는 기분이었다.
제주에서만 느낄 수 있는 풍경과 날씨, 체온, 기분을 모두 체험하려고 서둘렀다.

퇴사 후에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있을까.
퇴사 후에 나의 제주는 얼마나 다르게 느껴질까.
모든 미래가 미스터리지만 천천히 느리게 제주의 하루를 살아내고픈 소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