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은 수많은 날씨와 함께한다.
맑음과 흐림.
맑음엔 그다지 이유가 붙지 않지만 흐림엔 비와 눈, 안개, 미세먼지가 붙는다.
그리고 거대한 바람을 동반한 태풍이 오기도 한다.
따지고 보면 날씨의 종류는 어느정도 한정되어 있고 우산이나 양산을 준비하는 날과 준비하지 않는 날로 나뉘어져 있다.
복잡할 것 없다.
사람의 마음이나 기분도 날마다 틀리다.
행복하거나 우울하거나 보통의 날이 있을 뿐이다.
우울한 날은 더 우울해지지 않도록 마음속에 우산을 펴야한다.
우울에 젖어들수록 몸이 느끼는 찝찝함은 더 기분나빠진다.
슬픔이 우리에게 영감을 주고 성장시켜주는 시간인 것은 맞지만 너무 오래 머물러 있으면 나의 성격 자체가 되버린다.

얼마전 부터 날씨앱의 위치를 내가 사는 곳이 아닌 제주시로 지정해 놓았다.
내가 살게 될 곳의 날씨를 보면서 작은 행복을 느낀다.
제주에 여행가는 친구에게 날씨에 대해 조언을 해줄 수 있으니 이것도 좋은 일이다.
바로 화면에 보이니 검색하지 않아도 된다.
바탕화면도 내가 찍은 제주의 모습이다.
좀 더 가까이 다가서기 위한 나의 노력이다.

어제 친구가 보내준 제주의 날씨는 흐리고 비가 내리며 바람이 부는 날씨였다.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날씨다.
맑고 햇살이 비치는 날도 좋아하지만 난 기본적으로 흐리고 비가 떨어지며 바람이 부는 날씨를 더 좋아한다.
맑은 날의 햇살은 따뜻함과 기분좋은 상쾌함을 동반하지만 언제 그칠지 모르게 떨어지는 비와, 어디서 부터 시작됐는지 알 수 없는 바람은 체온을 내리고 피부와 옷에 계속 반응을 자극한다.
귀에 들리는 빗소리, 바람소리는 어디에 닿느냐에 따라 소리가 각각 틀리다.
아스팔트에 떨어지는 소리, 고인 빗물이나 물가에 떨어지는 소리, 처마에 떨어지는 소리, 내 피부에 닿는 소리 그 모두가 다 다르고 나를 집요한 관찰자로 깨어있게 해준다.

잔뜩 흐린 날씨의 제주는 하늘의 기분이 지금 왜 그럴까하는 상상에 빠지게 한다.
빗물을 머금은 꽃과 귤나무는 조금씩 고개를 숙인다.
나랑은 반대다.
나는 오히려 맑은 날은 해가 너무 눈부셔서 하늘을 쳐다보지 않는다.
해가 가려지고 흐린 날엔 마음껏 하늘을 올려다보고 빗물이 떨어지는 걸 감상한다.
어릴 때는 산성비라고 해서 비를 맞지 않았지만 지금은 비가 와도 그냥 맞는다.
거친 강풍이 불어도 묵묵히 걸어간다.
단지 바람이 지나가는 길에 내가 서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저 바람이 부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바람은 모든 생물들이 반응할 수 있도록 매순간 변화를 이끌어낸다.

아주 옛날 그 시절에는 지금처럼 아스팔트나 시멘트로 포장된 땅이 아니었다.
그냥 흙바닥이었고 아무곳이나 움푹패여서 비가 내린 후면 그곳에 빗물이 고여 파란 하늘을 비춰주는 거울이 되었다.
그래서 딱히 눈부신 하늘을 보지 않아도 땅바닥에 놓여진 수십개의 거울을 보는 것으로 기분좋음을 느낄 수 있었다.
거기에 신발 앞코를 살짝 갖다대 잔잔한 물살을 만들며 놀았던 기억이 있다.
제주에는 비포장 도로가 많고 그래서 그시절의 기억들이 문뜩문뜩 떠오르는 것 같다.
나는 제주의 날씨에 온전히 나를 내 맡기고 싶다.
비오면 비오는 대로 손바닥을 오므려 빗물을 받을 것이다.
바람불면 바람 부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어디를 그렇게 급하게 가나 쳐다볼 것이다.
맑은 날은 제주의 숲과 내 마음이 자라는 날이 될 것이다.
난 제주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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