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활주로는 제주로

나의 의식은 제주에 있다

낮가림 2022. 4. 18.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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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음이 쏟아지는 하루의 끝,
나는 어디에 있는가?



열심히 글을 썼다.
그리고 잠시 눈꺼풀이 감겼을 때 엄지는 백스페이스를 누르고 있었고 눈을 뜨니 글이 지워져 있었다.
어떤 글을 썼는지 자세히 기억이 안 난다.
많이 피곤한 하루였나 보다.
아주 잠시 나는 현실과 잠의 세계를 왔다 갔다 했다.
지워진 글은 살릴 수 없지만 나는 마음이 요동치지 않는다.
전혀 아쉽지 않다.
지워질 글이라서 지워진 것이다.
오늘은 이렇게 지워졌지만 다음번에 다시 내 글 속으로 찾아올지도 모른다.
더욱 성숙한 문장으로.

지금도 눈을 감을까 말까 하는 유혹이 느껴진다.
잠은 달고 글은 쓰다.
하루 종일 혹사당하고 쉬어야 할 뇌는 글 때문에 다시 굴러가야 한다.
뇌가 구르지 않으면 글이 나오지 않는다.
시간은 10시가 다 되어간다.
이 포스팅이 짧든지 또는 길든 지 난 마무리를 지어야 하고 휴식을 가져야 한다.
방바닥에 엎드려 폰으로 글을 쓰고 있지만 난 내가 어디 있는지 분별이 안된다.
마치 시공간을 왔다 갔다 하는 것처럼 나의 모습이 방바닥에도 누워있고 눈 감은 어둠 속에도 들어있다.
멀리 상상하면 의식은 제주에 가있다.
한 곳에 정상적으로 서있는 나는 없는 것 같다.




강릉커피라는 새로운 커피를 마시고 있지만 부드러운 맛이라 좀처럼 도움은 되지 않는다.
깜짝 놀랄만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의식은 계속 수면에 발을 담글 것이다.
하지만 좋은 일이 아니라면 하루의 끝에서 깨고 싶지는 않다.
이대로 잠들고 알람 소리가 울리면 손만 살짝 들어 알람을 멈추고 다시 잠들 것이다.
습관처럼 시작되는 하루의 일과.
적은 잠으로 내일도 피곤한 하루가 되겠지.
그렇다면 오늘과 내일 하루의 끝은 피곤의 종말을 맞을 것이다.
수요일이 되면 나는 완전히 지쳐있을 것이고 목요일이 되면 집에 오자마자 쓰러질지도 모른다.

노동의 종말을 고하고 싶다.
진심으로 나에게 그런 날이 오기를 원한다.
그런 날이 내가 제주에 있는 날일 것이다.
피곤하여 내가 무슨 말을 글로 적었는지 잘 모르겠다.
술 마신 사람처럼 꿈뻑꿈뻑 잠이 든다.
차라리 잠이 오지 않는 날보다 나은 것 같다.
나는 이제 글을 마무리하고 잠 속에만 있고 싶다.
현실세계로 깨지 않고 잠 속에만 머무르고 싶다.
몸은 이대로 쉬어 내일 새벽까지 체력을 회복해야 한다.
의식은 잠 속에 가두어 몸에 영향을 주지 못하게 해야 한다.
알람이 울리기 전까지는 둘은 섞이지 않아야 한다.
사랑하는 나의 육체여 편히 쉬어라.
나는 잠 속을 거닐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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