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활주로는 제주로

제주에서도 책을 읽고 글을 쓰자

낮가림 2022. 6. 4.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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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기와 글쓰기





흑산도로 유배된 정약전과 섬 청년 창대의 이야기를 흑백 화면으로 그린 영화 '자산어보'를 넷플릭스로 시청 중이다.
정약전은 천주교의 교리를 전파한 죄로 흑산도로 유배되었다.
그 섬에서 글에 목마른 청년 창대를 만나게 되고 그가 가진 물고기에 대한 해박한 지식에 놀라게 된다.
바다에 존재하는 생물의 경이로움에 사로잡힌 정약전은 책을 집필하기로 마음먹는다.
물고기의 습성과 길을 아는 자는 어부이니 창대에게 도움을 구하고 창대는 글을 아는 약전에게 도움을 구한다.
서로의 가진 것을 거래함으로써 똑같이 스승과 제자가 된다.

내가 저 시대에 태어났다면 그리고 글을 알고 싶었다면 정말 운이 좋아야 배움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글에 대한 창대의 욕망이 나의 게으름에 따귀 한대를 날리는 느낌이었다.
지금은 어느 곳에나 활자가 널려있고 볼 수 있게 되어있다.
오히려 너무 많은 정보와 글이 넘쳐나 거르고 가려서 보아야 할 정도다.
글자를 알기 때문에 일확천금이라는 도박성 글에 이끌려 패가망신의 길을 걷기도 한다.
또한 글자를 알기 때문에 원하는 지식을 습득하고 점점 더 고차원적인 사고를 가진 생명체로 진화하기도 한다.




자청이라는 인물이 쓴 책 '역행자'가 집으로 배송됐고 아직 읽던 책이 완독이 안되었기에 표지만 보고 내려놓았다.
최근 책에 대한 소개 때문에 내가 구독하는 많은 동기부여, 경제 관련 채널 등에 인터뷰어로 많이 등장하는 사업가다.
그래서 그가 강조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바로 책 읽기와 글쓰기다.
책 읽기와 글쓰기만 습관으로 만들면 무엇을 하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무자본 창업으로 많은 성공을 거뒀고 그에 대한 지식을 책과 영상으로 나누려 노력 중이다.
자청 외에도 수많은 자수성가 사업가와 유명인들이 책 읽기와 글쓰기를 강조한다.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행동들이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책을 읽도록 교육받았고 일기나 숙제를 통해 글쓰기를 자연스럽게 해왔다.
그 자연스러웠던 행동들이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어느 순간 잊혀버렸다.
서른 살 이전까지는 힘든 일을 하면서도 출퇴근 길에 그리고 짧은 점심시간에 책을 읽기 위해 책을 들고 다녔다.
같이 일하던 사람들도 신기하게 바라볼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 순간 내가 읽은 책대로 현실은 바뀌지 않으며 세상은 읽는 것보다 보고 듣는 것이 더 재밌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 후로 책은 더 이상 지식이 인쇄된 종이의 묶음이 아니었다.
벽돌처럼 무거운 글의 무게가 느껴졌고 난 책을 들고 다니지 않게 되었다.
나의 한 손은 자유로워졌고 이제는 책의 노예가 아니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머지않아 비워진 그 손에 스마트폰이 쥐어진다.

요즘도 책은 집에서만 읽고 들고 다니지는 않는다.
그래서 가끔 출퇴근 길에 책에 빠진 사람들을 보면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저 사람 참 이쁘다는 말이 속으로 나온다.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인가.
난 아직 출퇴근길 책의 무게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
그래도 책을 읽을 여유가 있으니 다행이라고 위로한다.
블로그를 하면서 다시 글을 쓰고 있다.
단순히 책만 읽었다면 머리로만 가득하고 곧 다른 책의 내용들에 밀려나서 멀어져 버렸을 텐데 글쓰기를 통해 알게 된 것을 옮겨적으니 나에게도 지식의 정리가 되고 누군가에게도 작은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그래서 책 읽기와 글쓰기가 함께 이루어져야 큰 효과를 보는 것 같다.




책을 읽어 글을 깨우치고 싶은 창대와 바다생물을 기록해 책을 쓰려는 정약전의 조합은 그래서 완벽하다는 생각이 든다.
책 읽기와 글쓰기.
앞으로도 내가 계속 노력해야 할 목표가 아닌가 싶다.
이번 제주여행에는 읽고 싶은 책 한 권을 꼭 가져가려 한다.
여행 중에 읽는 책 한 권의 느낌도 알고 싶고 얼마나 그 내용이 더 절박하게 와닿는지도 궁금하다.
공항에서 설렘을 느끼며 읽는 책과 하늘 위에서 읽는 책.
바람을 맞으며 자연 속에서 읽는 책과 숙소에서 커피 한잔과 함께 읽는 책.
그 모든 새로운 경험들이 설렘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횟집에서는 회에만 집중해야지.
자산어보를 쓴 정약전도 회를 먹을 때는 회맛에만 집중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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