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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원권 오만원권 홀로그램 제주도

이 안에 제주있다. 요새는 대부분의 결제를 카드로 하기에 지폐를 꺼낼 일이 거의 없었다. 동네의 전통시장에서만 가끔 지폐를 꺼내어 계산했는데 그마저도 최근에는 카드로 결제하고 있다. 지갑에는 쓰이지 않는 천 원권과 만 원권, 오만 원권이 몇 장 들어있었다. 몇 장이나 들어있는지 세보려고 지폐를 꺼냈을 때 만 원권에서 반짝반짝거리는 빛이 났다. 지폐 위조 방지를 위해 인쇄된 홀로그램이 빛에 반사되어 내 관심을 모았다. 일의 특성상 현금을 만지는 일이 많지만 지폐를 눈앞에 가까이대어 관찰한 적은 없었다. 지폐에 누구의 초상화가 있고 어떤 장소가 그려져 있는지 정도만 대충 알고 있을 뿐이다. 나는 천천히 홀로그램 부분을 빛에 노출시키며 각도를 달리했다. 잘 보이지 않았던 문양과 한국지도가 드러났다. 자세히 지..

JTBC 드라마 사랑의 이해

"제주도 와줘서 고마워" 사랑의 이해 설연휴 낮에 잠깐 틀어놨다가 보게 된 드라마가 있다. JTBC 드라마 '사랑의 이해'다. OTT 플랫폼으로는 티빙과 넷플릭스에서 시청할 수 있다. 잠깐 딴짓을 하면서 재생을 눌러놓은 드라마였는데 듣던 중 반가운 지명이 나왔다. 극 중 KCU은행 영포점의 에이스 하상수(유연석)는 고객의 발급카드를 동명이인의 고객에게 잘못 전달하는 실수를 범하고 만다. 담당업무를 맡고 있었던 영포점 여신 안수영(문가영)은 하상수와 함께 상사에게 혼이 나고 공동책임을 지게 된다. 둘은 당장 잘못 전달한 VIP 고객의 카드를 교환해주어야만 한다. 그들은 고객이 휴가를 떠난 곳으로 출발하기 위해 공항에 도착하고 비행기의 기내로 들어와 앉는다. 나란히 앉아 긴장하고 있던 하상수에게 안수영이 말..

제주 곶자왈의 아침 커피 드립백

GOTJAWAL COFFEE DRIP BAG 작년 초에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에서 구입한 제주 곶자왈 커피가 있다. 정식 명칭은 곶자왈의 아침이다. 갈아 넣은 원두가 담긴 드립백 형태의 커피다. 구매한 지는 꽤 된 제품인데 약 1년 만에 리뷰를 적어본다. 그 당시 한 번에 많은 양을 구입하고 다른 커피와 번갈아가며 마시느라 선반 위에 두 통정도가 남아있었다. 유통기한이 제조일로부터 1년까지인데 사실 한 달 정도 지나서 마셔보았더니 충분히 맛이 있었다. 내가 이 제품에 마음을 뺏긴 이유는 커피이름에 있다. 곶자왈이라 이름 지어진 커피네임이 눈에 확 들어왔고, 주황색의 박스에 살짝 보이는 작은 창의 초록고사리가 살아있는 듯 나를 홀렸다. 총 8개의 드립백이 들어있다고 상세페이지에 적혀있는데 왜인지 나는 세어보..

지식의 저주

중력에서 벗어난 그때의 마음. 어제 올라온 하와이 대저택님의 영상을 시청했다. 영상의 제목은 "이 신호를 절대 무시하지 마세요" 유튜브 영상 썸네일에는 "미래의 당신이 현재로 보내는 성공 시그널"이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즉 어떤 식으로든 미래의 내가 과거의 나에게 신호를 보낸다는 내용이다. 그 하나의 예로 잠을 자면 꾸는 꿈에 대해서 얘기한다. 하와이 대저택님은 군대를 제대한 후 직장생활을 하면서 아주 오랫동안 군대를 다시 재입대하는 꿈을 꾸게 된다. 많을 때는 일주일에 두세 번씩 군대라는 공간 속에 놓인 꿈속의 자신을 보게 된다. 고된 직장생활 속에 과로사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함께 삶을 영위한다. 그러다 어느 날 군대에 관한 꿈과 몇 가지 신호들을 알아채고 시간이 흘러 퇴사를 한다. 현시점에서..

제주명품 레드향 설선물

이젠 과일까지 끌어당겨지나. 누군가 초인종을 누른다. 어머니가 문을 열고 나가보신다. 나는 모르는 어머니의 지인께서 설선물을 들고 오셨다. 현관 앞에 놓고 간 보따리를 손가락 끝에 힘을 주어 풀러 본다. 감춰진 보자기 사이로 설에 흔히 볼 법한 선물상자가 나왔다. 허나 박스에 새겨진 선물의 이름은 내 시선을 잡아끌었다. 한쪽 끝에 귤사진이 우두커니 놓인 박스의 중앙에는 제주명품이라고 박혀있다. 박스의 또 다른 모서리에는 레드향이라고 적혀있다. 살면서 제주 레드향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보기는 했지만 먹어본 기억은 나지 않는다. 또 보았어도 귤 종류가 참 다양한지라 레드향을 골라낼 수도 없었다. 이상한 기분에 박스를 열어보았다. 단순히 귤을 생각했는데 배처럼 큰 귤이 꽉 차게 들어있었다. 고급스럽다는 기운이 ..

휴식

그냥 하면 되는데. 오랜만에 긴 휴식을 앞두고 있다. 설날연휴 4일 동안 나를 재충전하려 한다. 예전 같았다면 무엇을 해야 할지 머릿속이 뒤섞인 채로 고민을 하다가 미루었을 것이다. 천금 같은 시간은 그렇게 쉽게 사라져 버렸다. 있었는데 없었던 것처럼 예전과 똑같이 눈을 떴더니 출근이었다. 나는 시간사용법을 잊고 살았다. 공기놀이처럼 나의 할 일을 바닥 위에 모두 뿌렸다. 하나를 집은 상태에서 하나를 집으려 손을 뻗었다. 다행히 그 하나를 집은 날도 있었지만 잡지 못한 날도 많았다. 다른 일을 하면서 또 다른 일을 동시에 하려 했던 나쁜 습관이 내 삶을 발전하지 못하게 했다. 한 번에 하나씩. 지금은 다행히 PDS다이어리를 매일 작성하며 할 일을 하나씩 체크한다. 예전 같았으면 잠들기 전 남은 시간이 부..

제주 유튜버 쥬리에뜨

그냥 어느 날 눈 떴을 때 그 순간 제주이기를 바랄 뿐이다. 내가 제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을 때 많은 것들이 궁금했다. 네이버에서 제주와 관련하여 검색도 해보고 유튜브에서 제주살이라는 키워드로 찾아보기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유튜브 알고리즘은 나에게 제주살이 영상 하나를 보여줬다. 가족과 함께 제주에서 살고 있는 한 여성 유튜버셨는데 아이들을 등원시킨 후 제주를 자유로이 돌아다니시며 영상을 찍으셨다. 그분이 제주살이 쥬리에뜨님이시다. 현재는 남편분의 사업체 팀이 제주에서 육지로 옮기셔서 가족모두가 함께 경기도 용인으로 이사를 가셨다. 생활터전의 이동과 함께 유튜브 채널명도 쥬리에뜨로 변경되었다. 채널을 대표하는 설명도 국내여행, 제주여행, 가족여행, 일상에세이로 바뀌었다. 제주에서 거주하실 때는..

전설처럼...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에..." 2023년 1월 15일. 벌써 한 달의 반이 지났다. 날짜가 지난 것인지, 시간이 흐른 것인지 잘 모른다. 다만 그 2주 동안 제주를 상상했다. 물리적으로 가 있을 수 없기에 섬을 움직여 머릿속에 심었다. 사람의 두뇌는 뇌수에 떠다니고 있고, 바다 위의 제주와 같다. 나의 머릿속에선 가지 말아야 된다고 외치는 반대세력과 가고자 하는 힘들이 있다. 그 반대세력은 평생을 나와 함께했다. 알 수 없는 환경에서 나를 지키려 붙잡는 힘이다. 알맞게 세팅된 환경값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나에게 보호막을 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힘들게 살았다. 그들의 보호는 나의 삶을 안정시키지 못했다. 나의 관심과 생각들은 중력처럼 서울에서 제주로 떨어지고 있다. 화선지 위에 떨어진 먹물이 ..

제주 뿔돔회 아부리

친구의 첫마디는 "달아..."였다. 친구와 인헌동 도모야 회포차에서 숙성회를 먹었다. 숙성 고등어회와 전갱이회를 주문했다. 놀랍게도 고등어 특유의 강한 맛을 살짝 빼면 전갱이회와 크기, 빛깔, 식감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 만약 모르고 전갱이회를 먹었다면 고등어회로 착각했을 가능성이 있을 정도다. 붉은 살 생선회 특유의 공통된 맛이 있는 것 같다. 카메라로 찍은 사진으로 다시 보니 등 푸른 생선 특유의 선명한 컬러감이 고등어가 전갱이보다 더 도드라졌다. 그다음 주문한 생선회는 메뉴판에 계속 눈길이 갔던 제주 뿔돔회 아부리였다. 아부리는 생선비늘 표면을 불로 가볍게 익힌 회다. 단단하고 야들야들한 회의 식감과 토치로 구운 겉면이 독특한 식감을 만들어낸다. 제주 뿔돔이 어떤 생김새인지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상당..

오뚜기 제주콩으로 만든 생낫또

동시에 실의 촉감과 식감이 혀로 만져지는 기분이었다. 제주콩으로 만든 생낫또(NATTO) 퇴근 후 비를 맞으며 시장으로 향했다. 치약과 주방세제등 생필품을 사려고 동네에서 가장 큰 원마트로 들어갔다. 필요한 물품들을 집어든 뒤에 조용히 냉동음식이 진열된 냉장고 앞에 섰다. 먹을만한 음식이 있나 하며 살피던 중 무언가에 눈길이 꽂혔다. 제주콩으로 만든 생낫또라고? 제주에서 나온 콩으로 제조한 낫또라니, 무언가 생소했다. 나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낫또를 먹어본 적이 없다. 어머니가 청국장 콩을 좋아하셔서 삶거나 기계로 발효시킨 콩을 먹기는 했다. 일본의 영화나 드라마에서 본 것처럼 콩에서 실이 나오지는 않았기 때문에 아마도 이상한 식감일 거라 상상만 했었다. 그 상상이 맞는지 확인도 해볼 겸 손으로 낫또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