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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스타펀 고사리와 이끼

생각해 보니 제주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고'로 시작된다. 블루스타펀 고사리 얼마 전 분갈이 작업장에서 내가 키우기 위해 심어놓은 식물이 있다. 포자로 번식하는 양치식물이며 고사리과에 속하는 블루스타펀 고사리이다. 도매손님이 없는 한가한 토요일 날 같은 동의 매장에 들러 한 포트만 사 왔다. 실버레이디, 푸테리스, 더피 고사리, 보스턴 고사리, 후마타 고사리, 하트 고사리, 아비스 등 많은 고사리과 식물을 식재해 봤지만 이상하게도 블루스타펀 고사리만 심을 일이 없었다. 잎의 색깔이 오묘한 청록색이고 햇빛이나 환경에 따라 조금씩 색의 차이가 있는 듯했다. 포트를 들어 이미 망가지고 상처 난 잎은 모두 잘라버렸다. 녹소토와 질석을 약간의 상토와 배합해 분갈이 흙을 만들어 심을 준비를 했다. 화분은 투명한..

양재천 달리기

그냥 뛰었을 뿐이다. 약 10일 정도 되는 기간 동안 계속 야근 중이다. 생각보다 많이 바빴고 체력적으로 지쳤다. 저녁 7시쯤 퇴근을 하며 길을 걸었다. 날은 벌써 어두워졌다. 이 시간에 타는 버스는 사람으로 꽉 차있다. 퇴근길 속도를 위해 굳이 비좁은 버스를 타고 싶지 않았다. 조용히 양재천 육교 밑으로 들어가 걷기 시작했다. 조금 걷다 보니 갑자기 뛰고 싶어졌다. 서른 살 초반까지는 늦은 밤에 밖으로 나와 뛰어다녔다. 유일하게 하는 운동이었고 그 덕분에 뛰는 것만큼은 자신 있었다. 시간이 지나자 늦은 저녁까지 야근을 하는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고, 나의 달리기 취미는 사라져 버렸다. 달린다는 감각은 출근길 전철을 놓치지 않기 위해 뛰는 순간만 느끼고 있었다. 그러던 내가 퇴근길 어두운 양재천 길 위에..

Tea, 제주 오티아 풋귤차

지금의 내 상태가 풋귤, 즉 청귤의 시절이라 생각된다. 얼마 전 친구가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보내준 오설록 차를 고맙게 마시는 중이다. 직장에서 인스턴트 맥심커피만 줄줄이 마시던 나에게 퇴근 후 집에서 마시는 제주차는 일종의 휴식과 같은 느낌을 준다. 동백꽃 티(tea)를 마시다가 문득 전에 주문한 차가 생각났다. 청귤로 만든 차종류 였는데 그 당시 곶자왈커피 드립백과 함께 주문한 기억이 났다. 열심히 냉장고를 뒤져보았더니 생존해 있었다. 워낙 마시는 행위를 좋아해서 집에 두유와 탄산음료, 주스, 커피 등이 많았다. 번갈아 마시다 보니 차가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꺼내봤다. 제주에서 주문한 제주 오티아 풋귤차. 상자에 적혀진 슬로건이 "제주 향으로 느끼다"였다. 한 상자에 총 8개의..

고향사랑기부제 제주

제주야, 이제 내 고향하자! 제주고향사랑기부제란? 🍊 개인이 제주에 기부하면 세액공제 혜택과 답례품을 받고, 기부금은 제주 주민 복리 증진을 위해 사용되는 제도입니다. 🛫 대도시로의 인구 유출,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자치단체의 재정을 보완하고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를 완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제도적 기반입니다. 🗓 시행일 : 2023년 1월 1일 누가, 어떻게 기부할 수 있나요? 🏝 제주에 주소를 두지 않은 개인은 제주에 연간 500만원 한도로 기부 가능합니다. 💁* 강제모집 등 방지하기 위해 현재 거주 지자체 기부 제한, 법인 기부 불가 🏝 제주특별자치도에 주소지를 둔 경우, 제주를 제외한 모든 지자체에 기부 가능 기부자에게는 어떤 혜택이 있나요? 🎁 기부금 금액에 따라 세액..

PDS 플랜두씨 다이어리

PLAN 계획하고, DO 실행하고, SEE 피드백하다 PLAN DO SEE 나는 2022년 한 해가 가기 전에 2023년을 준비해야 했다. 무엇이라도 해야만 했다. 어떤 성취를 이루어야 현재 다니는 직장을 퇴사하고 좀 더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보니 가장 필요한 것은 계획과 시간관리였다. 나의 하루는 계획되지 않았고 불안했다. 할 수 있는 최선은 시간을 기록해보자는 다짐이었다. 유튜브 스터디언(STUDIAN) 채널에서 상상스퀘어의 의장인 신영준 박사님이 피디에스다이어리를 소개하는 영상을 보았다. 평소에도 신박사tv 채널과 머니맵 채널을 시청하면서 신박사님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높았다. 상상스퀘어에서 제작해 판매하는 PDS 다이어리에 호기심이 생겼고 관련된 영상들을 검..

오설록 제주 녹차

푸르기도 하고 초록의 숲 같기도 한 그 오묘한 빛깔은 제주를 보여주는 오설록의 배려 같았다. OSULLOC JEJU TEA 작년 크리스마스 날, 친구에게 카톡으로 선물을 달라고 징징거렸다. 나는 장난이었는데 친구는 아니었나 보다.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선물을 보냈다. 바로 배송지를 입력하고 카카오톡 주문하기를 눌렀다. 이틀 정도가 지난 후 택배가 도착했다. 아쉽게도 배송을 보낸 주소는 제주가 아니었다. 잠깐 아쉬움을 음미한 채 박스를 열었고 브랜드 로고가 그려진 쇼핑백이 보였다. 종이봉투를 걷어내자 작은 사각상자가 보였다. 오설록의 '오 땡큐 티 박스'였다. 평소 인스턴트커피를 즐겨마시던 나는 차에 관심이 없었다. 차를 즐겨 마시는 취향도 아니었고 사실 맛도 잘 몰랐다. 먹어봤자 마트에서 싸게 파는 둥굴레..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아일랜드(ISLAND)

그 섬 *현재 TVING에 공개된 1, 2화를 감상한 후 작성한 블로그 글입니다.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원치 않으시면 읽지 마시기 바랍니다.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아일랜드' 2022년 12월 30일 국내 OTT 플랫폼 티빙(TVING)에서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아일랜드를 공개했다. 아일랜드(Island)의 섬은 제주도를 뜻한다. 또 하나의 제주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가 선보인 것이다. 드라마 아일랜드의 원작은 1997년 만화잡지 영챔프에서 연재된 동명의 만화이다. 드라마의 초반 설정은 이렇다. 대한그룹 회장의 외동딸 원미호는 불미스러운 사고를 일으키고 자숙의 의미로 제주도로 가게 된다. 제주국제공항까지 따라온 기자들을 피해 도망친 주차장에서 원미호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요괴와 마주치게 된다. 자신을 쫓아..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와 시간 역행

동그란 원 안에서 시간은 앞뒤 구분이 없다. 페르시아의 왕자 : 시간의 모래 며칠 전은 1년 만에 다시 돌아온 크리스마스였다. 잠에서 깨어나니 이유 모를 두통이 밀려왔다. 난 이런 경우에 머리를 무겁게 누르는 기운을 눈에 보이는 하나의 작은 구체로 만든다. 이 구체를 공중에서 가볍게 떠오르게 한 후 우주 밖 저 멀리로 날려버리는 상상을 한다. 이런다고 바로 통증이 사라지지는 않지만 무언가를 했다는 안심은 든다. 이 방법은 어렸을 적 TV 프로그램에서 보았던 내용인데 외국의 유명 최면술사가 알려준 자기 최면이다. 정답은 없지만 두통이 오면 나는 이 방법을 시행한다. 그래도 머리가 무거워 컨디션이 떨어지면 펜잘을 꺼내 먹는다. 머리는 띵하고 크리스마스지만 딱히 할 일은 없다. 매번 맞이하는 나의 생일에 큰 ..

시뮬레이션 우주와 버그

벌레 먹은 과일이 더 달고 맛난다. 시뮬레이션 (Simulation) 많은 과학자와 유명인들이 현재의 생생한 삶을 가상의 시뮬레이션이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거대한 우주자체가 하나의 시뮬레이션이라고 말한다. 나는 처음 이러한 시뮬레이션 우주론에 대한 가설들을 들었을 때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어릴 적부터 보아온 많은 영화와 드라마들이 비슷한 이야기들을 해왔으니까. 심지어 영화 '트루먼 쇼'처럼 사람이 사람을 인공도시에 가둬놓고 성장하는 과정을 관찰하기도 한다. 주인공 트루먼은 우연한 사건으로 자신이 살고 있던 완벽한 세상의 거짓을 알게 되고 탈출한다. 트루먼의 깨달음과 다르게 이름 모를 관찰자가 가둬놓지 않았음에도 나는 정해진 삶의 선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수많은 남들은 나에게 관심이 없었음에도 ..

꿈과 현실

내게 꿈이 없는 어두컴컴한 하룻밤은 깨어있는 밝은 하루와 같다. 진짜 세상 가짜 세상 현재의 순간까지 살아오면서 많은 사건들과 일상들이 나를 만들었다. 단순히 물리적인 세포와 육신이 아닌 타인이 나를 보았을 때 느껴지는 눈빛과 태도 성격 등이 자라났다. 기억 속에는 다양한 오감이 장면들과 뒤섞여 남아있지만 그중에는 진짜로 있었던 일인지 알 수 없는 이야기들도 있다. 내가 꿈을 현실이 아니라고 인식한 어린 시절의 순간부터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까지 단 한 번도 꿈을 빼먹은 적이 없다. 너무나도 생생한 컬러의 꿈들. 낮에는 똑같은 일상을 밤에는 매번 다른 세상에 발을 내디뎠다. 매일 꿈을 꾸었던 나는 잠이 깨는 이른 아침이 오면 밤새 창조된 오디세이 같은 모험 신화를 기억 속에 다시 떠올리려 집중했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