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8

제주우유, 서울에서도 마시자

대한민국에서 가장 고소한 우유 제주우유 JEJUMILK 제주에서 우유도 만든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투명한 삼다수와 파도거품 가득한 제주맥주 밖에 모르던 나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제주에서 생산되는 제주우유. 아마도 제주도민이 아니거나 짧게 제주를 왔다 간 여행자들은 제주우유를 잘 모를 가능성이 많다. 농협 하나로마트 안 베이커리 가게에서 몇 가지 빵을 구입했고, 같이 곁들일 부드러운 음료를 찾다가 발견한 우유가 제주우유다. 수십 년의 삶을 살면서 얼마나 많은 우유를 먹어봤을까? 학교에서 나눠주는 급식우유와 대형마트에 가면 쌓여있는 갖가지 브랜드의 우유들이 즐비하다. 대표적인 서울우유, 매일우유 등이 유명하고 요즘에는 덴마크우유가 눈에 띈다. 매년 우유가격이 한없이 오르기에 유제품 코너는 ..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이번 생

나는 지금 삶에 만족하지는 않지만 내가 나로 태어난 것은 내 생에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매일 아등바등 대지만 드라마의 유혹은 끊기가 힘들다. 그만큼 이야기가 주는 매력은 중독이다. 배우 송중기가 주연을 맡은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을 보게 됐다. 동명의 웹소설이 원작이며 특이하게도 OTT 플랫폼 TVING, NETFLIX, Disney+ (티빙,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세 군데서 모두 서비스 중이다. 참고로 나는 세 곳의 OTT 플랫폼을 모두 이용 중이다. 이야기의 플롯은 간단하다. 대한민국 최고의 거대기업 순양에서 총수 일가의 오너리스크를 관리하는 비서 윤현우가 살해를 당한다. 윤현우의 영혼은 과거로 돌아가 순양 그룹의 재벌가 막내아들..

계획에서 뒷걸음질 치자

계획대로 되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하지만 미래의 나는 분명히 방구석에 있을 것이다. 나의 목표는 항상 원안의 중심에 있었다. 목표가 나에게서 멀어진 것이 아니라 내가 목표에서 멀어진 것이었다. 사실 제주는 바다 건너 그 자리에 항상 있었다. 제주는 나에게서 멀어지지도 바다에 흘러가지도 않았다. 내가 목표를 멀리하듯이 제주에서 점점 멀어지는 기분이었다.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감정에 치우쳐 혹은 두려움에 나는 나이가 들면서 점점 뒤로 걷는 법을 익혀나갔다. 나는 끊임없이 지혜를 가졌다고 스스로에게 자백했지만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들에 시간을 쏟지 않고 나의 우선순위는 게을러지는 거야라며 시위한다. 갑자기 처음으로 작성했던 블로그 첫 글을 기억해본다. 제주에서 만난 잊지 못할 바람에 대한 찬..

나는 왜 제주에서 태어나지 못했을까?

가야 할 목적지가 생겼다. 오늘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제주로 갈 거면 왜 제주에서 태어나지 못했을까? 물론 부모가 제주사람이 아니고 나를 키우시다가 제주로 이사하지 않은 이유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애초에 나는 왜 서울에서 태어났나? 서울과 제주는 위치상 거의 끝과 끝이다. 바다와 하늘을 건너야만 갈 수 있는 세계적으로도 특이한 자연의 땅. 나의 어릴 적에 옅게 흔적처럼 남아있는 기억에는 동네에 커다란 과수원과 어른 키보다 큰 풀들이 지나다니는 길에 가득했던 꿈같은 이미지가 있다. 그 당시에는 분명 시멘트 담벼락이 아닌 녹색의 풀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었다. 높은 풀의 꼭대기 펜트하우스에 고추잠자리들이 항상 앉아있었고, 나는 기다란 잠자리채로 녀석들을 낚아채러 돌아다녔었다. 동네 길바닥에는..

제주나 서울이나 자연재해는 조심하자

빨리 퇴근해야지 어제 내린 폭우로 내가 출근하는 화훼단지도 침수피해를 입었다. 다행히 일하는 매장은 물이 찼다가 빠져서 정리를 빠르게 할 수 있었다. 일한 지 4년 차지만 이번처럼 물이 찼던 경우는 처음이다. 8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라더니 그 위력이 느껴진다. 반대로 집은 산꼭대기 동네에 위치해 있어서 별다른 피해는 없다. 오늘 밤도 많은 비가 내릴듯한데 어느 정도 준비를 해놔야지. 대중교통도 많이 막힐 것 같아서 일찍 퇴근해야겠다. 낮에 잠깐 어젯밤 매장 CCTV를 돌려봤더니 너무 어두워서 흑백처리된 화면에 번개의 섬광이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집에 있을 때도 번개가 많이 친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수도 없이 치는 모습이었다. 많은 상인분들이 흙탕물에 휩쓸리고 잠긴 식물들을 폐기 처분하는 모습에 안타까웠..

서울 사람은 제주가 가고 싶다

제주사람이 돼야지. 나는 발걸음이 빠른 서울 사람이다. 급할 이유가 없는데도 속도를 낸다. 주위의 풍경은 너무 익숙해서 눈길도 주지 않는다. 내가 있을 곳은 나의 일터고 나를 이동시켜줄 운송수단에 올라타야 한다. 서울은 빠른 도시다. 출근길 속도에 의식하지 못했던 카페가 퇴근길 느린 걸음에 인형가게로 바뀌어 있었다. 보세 옷을 팔던 옷가게는 케이크 디저트 가게로 바뀌었고 한창 잘 나가던 큰 횟집은 문을 닫았다. 불과 얼마 전인데 빠르게도 망하고 생기고 망하고 생긴다. 동네에 정육점만 10곳 정도가 되고 미용실, 이발소, 바버샵 등 헤어숍은 다 기억 못 할 만큼 동네 이곳저곳에 문을 열었다. 사람이 필요 없는 무인 샵도 많아졌다. 바쁜 시간이 지나고 고개를 돌려 천천히 둘러본 나의 동네는 너무 달라져있었다..

제주를 쫓느라 서울을 잊었다

일요일 아침. 원래대로라면 토요일까지 일한 피로를 덜기 위해 오전 내내 잠을 잔다. 그러나 웬일인지 일찍 잠이 깨었다. 정신이 맑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느껴지는 시간이다. 베지밀 에이 두유를 마시면서 어항 속 공기방울 소리를 듣는다. 그동안 물고기가 존재했다는 것도 잊은 채 관심을 끄고 살았다. 자기 계발과 명상, 주식, 브랜딩, 부업, 창업에 관한 책과 유튜브 영상들을 찾아보느라 집안의 다른 존재에 대해선 인지하지 못한 것이다. 구피들이 계속 새끼를 낳았고 지금은 어항을 가득 채웠다. 예전에는 구피가 새끼를 낳으면 은신처를 마련해주고 작은 통으로 멸치보다 작은 아이들을 하나씩 잡아 새끼들만 살 수 있는 미니어항에 넣어 주었다. 그리고 아이들이 조금씩 커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시간이 흐르자..

서울에서 제주로

떠나야 했다. 다시 한번 제주로. 2021년 여름, 구름 위에서 제주를 내려다보았다. 1년 만이다. 꼭 다시 와보고 싶었다. 바람을 함께 맞던 그 친구와 다시 제주도로 돌아왔다. 난 두 번째 제주였고 친구는 아니었다. 제주공항 밖으로 나왔을 때 의문은 확신이 되었다. 그래. 난 여기서 살고 싶은 게 맞다. 5박 6일의 휴가를 마치고 친구와 난 제주에서 서울로 귀환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에게 말을 했다. "나 제주도 가서 살래." 그는 내가 아직 여행자의 감정에 취해있는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난 솔직했고 그 생각과 계획들을 빨리 공유하고 싶었다. 내 말이 헛소리였다면 그는 날 놀리고 장난을 쳤을 테지만 사뭇 진지한 표정과 말투로 나를 격려하고 있었다. 그래. 갈 수 있어. 난 다짐했다. 다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