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256

계획에서 뒷걸음질 치자

계획대로 되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하지만 미래의 나는 분명히 방구석에 있을 것이다. 나의 목표는 항상 원안의 중심에 있었다. 목표가 나에게서 멀어진 것이 아니라 내가 목표에서 멀어진 것이었다. 사실 제주는 바다 건너 그 자리에 항상 있었다. 제주는 나에게서 멀어지지도 바다에 흘러가지도 않았다. 내가 목표를 멀리하듯이 제주에서 점점 멀어지는 기분이었다.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감정에 치우쳐 혹은 두려움에 나는 나이가 들면서 점점 뒤로 걷는 법을 익혀나갔다. 나는 끊임없이 지혜를 가졌다고 스스로에게 자백했지만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들에 시간을 쏟지 않고 나의 우선순위는 게을러지는 거야라며 시위한다. 갑자기 처음으로 작성했던 블로그 첫 글을 기억해본다. 제주에서 만난 잊지 못할 바람에 대한 찬..

이상한 날씨에 이상한 글쓰기

오늘따라 블로그 글에 뭔 개소리를 길게 쓰고 있나 하면서 말이다. 비가 멈췄다가 다시 내리기를 하루 종일 반복하는 이상한 날씨의 날이다. 몸도 서늘하고 마음도 뭔가 허전한 하루였다. 그럼에도 퇴근은 즐겁고 따뜻한 이불 아래서 포스팅을 하는 이 순간이 감사하고 즐겁다. 갤럭시 탭 S8 울트라 태블릿을 세워놓은 채 스마트폰으로 블로그 포스팅을 작성 중이다. 글을 다 쓰면 클래스 101 영상강의도 듣고 책도 짬짬이 읽어야지. 최근에 친구랑 카카오톡으로 대화하면서 이런 말들을 나눈 적이 있다. 나는 한국에서 태어난걸 고마워하라고 했고 친구는 그런 식으로 따지면 끝도 없다고 답했다. 친구 말이 맞다. 누구나 다 자신이 처한 상황이 가장 힘들다. 어떤 기준을 세우든 주관적인 견해고, 100명이 있으면 100명의 생..

한글날 제주 이름 짓기

그냥 똑하고 목구멍으로 떨어져서 발음되면 좋겠지만 그런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제주에 관한 무언가를 만들려다 보니 이름을 생각하게 된다. 제주라는 지명을 중심으로 이것저것 앞뒤로 붙여본다. 굳이 네이밍에 제주를 넣지 않아도 되지만 이것은 상징이다. 제주에 관련된 첫 무언가라는 상징적인 이름. 그냥 들었을 때 아 제주스럽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다. 생각해보니 옛날부터 자꾸 뭘 해본다고 이름만 주구장창 고민했던 것 같다. 한국말이 재미난 조합을 하기엔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 짝대기 하나만 바꿔도 비슷한 글자에 전혀 다른 뜻이 되기도 하니까. 마침 검색한다고 크롬 앱에 들어갔는데 구글 로고가 특이해서 보니 한글날이다. 한글날에 이름 짓기라니 세종대왕님에게 감사하다. 잠깐 멍 때리면서 이불 뒤집어쓰..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로 월영사계 1

월영사계의 밤은 조용히 빛이 났다. 버스에서 내리니 해가 뜨겁다. 친구는 은빛 캐리어를 나는 무거운 배낭을 등에 매고 아스팔트 도로 위에 우두커니 서있다. 네이버 지도 앱을 실행해보니 한참을 걸어가야 한다. 차들이 지나가는 애매한 길이라 조심히 길가 끝에 붙어 이동하기 시작했다. 공항에서 버스를 잘못 타서 한참만에 서귀포에 도착한 후라 머리가 조금 띵하다. 일단은 무조건 걸어야 했다. 고개를 들어 위를 보니 작은 야자수들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다. 제주에 와서 서귀포는 처음이다. 그동안 가봤던 제주와는 다른 풍경과 땅 내음을 상상하며 한 발자국씩 내디뎠다. 커다란 나뭇가지들이 바람결에 마찰하며 듣기 좋은 시원한 소리를 들려준다. 제주의 전통 대문처럼 기다란 통나무가 얹혀있는 정문 앞에 차 한 대가 서있었고..

소설 속 고양이가 동네로 왔다

내 인생에 이것 말고도 같은 방식으로 상상하고 이뤄진 사건들이 많을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나는 고양이에 관한 소설을 쓴 적이 있었다. 미완성으로 끝났지만 한껏 상상의 나래를 펼쳤던 이야기였다.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여왕, 기사, 말, 고양이가 어우러진 어두운 이야기였다. 고양이를 친구처럼 아끼며 함께 살아가는 도시가 있었다. 어느 날 여왕의 명령으로 마녀재판을 받듯이 도시 안의 모든 고양이를 학살하라는 명이 떨어진다. 고양이와 유대감을 형성하고 있었던 시민들은 여왕의 명령에 행동하기를 주저한다. 그러자 여왕은 고양이 한 마리마다 목숨 값을 내건다. 조용히 있던 시민들은 한 사람이 먼저 고양이에게 해를 입히자 너도나도 할 것 없이 광란의 학살에 동참한다. 고양이들은 눈이 뒤집힌 사람들의 칼끝과 손..

과천 서울대공원 그리고 식물

동물도 좋고 식물도 좋다. 글을 쓰려고 생각을 하다 보니 내가 몸담았던 곳들이 굉장히 깊은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20대 초반에 나는 공익근무요원으로 과천 서울대공원에서 근무를 하게 됐다. 그곳에서 하는 일은 안전사고 예방과 관람객과 동물의 접촉을 막는 일들이었다. 초식동물이라고 해도 우리 안에 가둬진 동물의 본능은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다. 내가 근무하던 기간에도 많은 사고들이 있었다. 당시 뉴스에도 보도된 사건이 있었는데 이일로 인간의 잔혹함을 깨달았었다. 자폐아 자녀와 함께 동물원에 놀러 온 부모가 코끼리 우리 안에 자식을 던져버린 것이다. 이 당시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아이는 크게 다치지 않았고 부모는 뜻하지 않은 사고였다고 했다. 그 후 조사 결과는 부모가 자폐아 자녀를 통해 보험금을 노..

OTT 플랫폼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소년은 흑백 세계 속 개구리 왕눈이의 연못 세상이 컬러로 변하는 것을 목격한다. 나는 OTT 플랫폼을 즐겨 이용한다. 가장 오래 사용한 플랫폼은 넷플릭스다. 친구의 계정에 밥풀처럼 묻어가서 오랜 시간을 할애해 왔다. 가끔 토종 OTT 왓챠를 이용하고 애플티비 플러스와 아마존 프라임도 친구 계정에 묻어 다녔다. 쿠팡플레이는 쿠팡에서 로켓와우클럽 회원에 가입해서 보고 있고, 티빙도 마찬가지로 네이버 멤버십 플러스 이용권으로 보고 있다. 웨이브는 예전에 심야괴담회를 실시간으로 보기 위해 쏠쏠하게 이용했었다. 디즈니 플러스는 얼마 전 1년짜리 무료 구독권을 얻어서 현재 사용 중이다. 웬만한 OTT 플랫폼은 대부분 이용해 본 것 같다. 각각의 장단점은 확실히 있으나 그래도 긍정적인 면은 앞으로 더욱더 많은 콘텐츠..

제목

내용을 입력해주세요 티스토리 앱을 실행하고 글쓰기를 들어가면 나오는 기본 문구다. 제목을 짓고 내용을 입력하라는 안내문구. 가장 기본적이고 순수한 상태지만 도대체 무얼 적어야 할지 아무 생각도 나지 않게 만든다.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올해 초에는 블로그 글감을 만들어내느라 수많은 고민을 했었다. 이때 흔한 상상이나 멍 때리기가 아닌 생각이라는 것을 하게 됐었다. 제주를 향한 나의 생각과 이야기가 매일 생겨나서 흰 여백 위에 그대로 옮겨지길 원했다. 허나 그렇지 못한 날이 많았고 길게는 5일 이상을 쉰 적도 많았다. 어떻게든 머릿속에 엉켜진 생각의 실타래를 풀어서 글로 옮겨 적었다. 블로그를 하며 글을 쓰면서 조금씩 알아차렸다. 아직은 미약하지만 지금 이 글쓰기가 앞으로 내가 하려는 모든 것의 시작이 될 ..

삼립 진한 크림치즈 휘낭시에

호기심에 고른 빵에 이런 의미가 있었다니. 어제 매일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자는 블로그 글을 썼었다. 무엇을 해볼까 생각하다가 시장 마트에 들러서 빵을 파는 코너에 가보았다. 진열된 대부분의 빵이 삼립식품 제품이었다. 코흘리개 어릴 적부터 현재까지 오랫동안 장수하는 브랜드다. 많은 빵 중에 한 번도 안 먹어본 빵을 먹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고른 제품이 Kraft CREAM CHEESE 진한 크림치즈 휘낭시에. 8개가 포장되어 있는 한 세트가 6,900원이었다. 요즘 제과점 빵값을 생각했을 때 딱히 비싸지도 싸지도 않은 가격이었다. 빵에 같이 곁들일 우유까지 구입했다. 일단 새로운 먹거리를 구입해봤지만 휘낭시에라는 빵 이름이 상당히 독특하면서도 발음하기에 멋들어진 이름이었다. 허나 살면서 들어본 적 없는 빵..

매일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

물론 아주 작은 실행조차 어려운 것이 사람의 귀찮음이다. 현재 내가 살아가고 있는 삶이 매우 규격이 딱딱 정해진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하고 강의를 듣거나 독서를 하고 유튜브를 본다. 잠들 시간이 되면 눈을 감고 잠시 후 또다시 바쁘게 꿈속으로 출근을 한다. 4가지 이상의 공간과 차원에서 쫓기기도 하고 관찰자로서 지켜보기도 한다. 알람 소리에 눈을 뜨게 되면 자동적으로 일어나서 보일러 온수 버튼을 누른 후에 화장실로 씻으러 들어간다. 무언가 새로움이 부족했다. 잘되자고 노력하지만 조급함이 없는 정지된 에너지 속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하루에 하나씩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면 좋지 않을까 머릿속을 정리 중이다. 유튜브 시작하기처럼 거창하거나 굳은 결심을 해야 하는 그런 시도가 아니라도 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