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첫 제주도 여행의 밤은 정말 기묘했다. 넓은 평지에 우뚝 솟아 오른 오름의 모습은 거인의 무덤 같기도 했다. 숙소로 걸어서 돌아가는 길 유일한 이정표는 불켜진 주택이었다. 나에겐 어둠이 내린 제주의 밤은 처음이었고 친구는 아니었다. 어둠을 눈으로 더듬으며 조금씩 앞으로 헤쳐나갔다. 뒤돌아 우리가 지나온 길을 돌아보니 그대로 어둠이 밀려와 있었다. 저 멀리 숙소의 마당에 걸어 놓은 전구의 불빛이 보였고 우리는 무사히 밝음에 몸을 노출시켰다. 온몸에 묻어있던 어둠은 살며시 씻겨 내려갔다. 바람이 얕은 숨소리처럼 불었다. 전구의 불빛은 조금씩 흔들렸고 우린 안주 거리를 꺼내어 야외테이블에 맥주와 함께 올려놓았다. 어둠과 한기를 물리칠 원초적인 불도 피웠다. 전구와 불은 우리의 가시거리를 넓혀주었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