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290

추운 겨울 월동하는 사람

나는 정말로 추운 게 좋다. 덥지도 시원하지도 않은 꾸물한 날씨다. 매장에서 한가로이 있을 즈음 한 손님이 들어와 물었다. "월동 가능한 식물이 있나요?" 월동이 가능한 식물은 많다. 한국의 기후를 견뎌내는 자생종이나 야생화등이다. 하지만 그런 식물은 가을이 깊어져야 시장에 나오고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 매장에 진열된 식물들도 열대식물들 위주라 추워지는 겨울이 되면 모두 따뜻한 실내로 들어가야 한다. 실내에 있더라도 습도를 맞춰주지 않으면 말라죽거나 병에 걸린다. 월동 가능한 식물이라도 작은 화분에 심어진 어린아이 같은 개체들은 추운 겨울을 밖에서 이겨내지 못하고 얼어 죽는다. 땅에 심겨 대지의 기운을 받거나 어느 정도 목대가 굵어진 식물들만 봄을 볼 수 있다. 손님과 몇 마디를 더 대화하고 나는 다시 ..

실패를 두려워말고 시작하라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는다면 안락한 삶도 잠깐의 휴가처럼 끝날 것이다. 매일 초월자 마인드 단톡방을 관찰하면서 정말 자극이 되는 말과 성공의 노하우 등을 얻고 있다. 어느 날 한분이 모티베이션(Motivation)이라는 앱에서 나온 문구를 올려주셨는데 보자마자 큰 울림이 느껴졌다. 나는 이 문구를 바로 구글킵 메모장에 저장해놓고 틈날 때마다 되새기고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내년에도 오늘과 똑같은 장소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걸 두려워하세요. 내년에도 오늘과 똑같은 장소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걸 두려워하라. 이 말이 너무 사실적이면서도 소름이 돋았다. 몇 년간 똑같은 집, 똑같은 일터에서 시간을 보내며 살았다.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욕망은 있었지만 간절함은 두려움을 이기지 못했다. 시작선에서 한 발짝..

내가 살고 싶은 좋은 집

나는 환경을 바꾸는 것이 더 빠르고 안전하다고 믿는다. 요새 가장 재미있고 설레는 드라마 '작은 아씨들' 4화를 넷플릭스로 시청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주라는 인물이 부동산업을 하고 있는 고모할머니에게 아파트를 소개받으러 간다. 전망도 좋고 깔끔한 모습에 인주는 이미 마음을 뺏겨버리고 지긋이 쳐다보던 고모할머니는 인주에게 말한다. 좋은 집에 살면 성공할 확률이 높아져. 웬만한 일은 집에 오면 다 극복이 되니까. 자본주의는 심리 게임이거든? 있는 사람은 극복할 수 있지만 없는 사람은 못 하는 감정이 있어. 그게 무슨 감정인데요? 상실감. 아... 잃을 수 있어야만 큰돈을 만질 수 있어. 더 많이 리스크를 걸 수 있는 사람이 이기는 거니까. 난 말이야. 모든 걸 잃어도 이런 집만 있으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

가상현실 영화 13층

모든 것이 허상이다. 새벽에 넷플릭스에서 영화 한 편을 골라보기로 했다. 연휴라서 늦게까지 원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자유다. 왠지 예전의 영화들을 다시 보고 싶었고 내가 좋아하는 미래를 다루거나 가상현실을 다룬 SF 장르를 찾아보았다. 인터스텔라, 마이너리티 리포트 등 여러 번 보았던 영화들을 흛어보다가 갑자기 눈길이 가는 영화 제목이 있었다. 13층. 비디오 가게를 드나들던 시절에 익숙하게 본 제목이었다. 그 당시 이 영화를 보았는지 안 보았는지 영화를 다 본 후에도 감이 안 잡혔다. 다만 영화를 소개해주는 공중파 방송에서 자주 다뤘던 영화이기에 대충 나오는 인물의 얼굴들과 시대 배경 정도는 익숙했다. 내가 13층이라는 영화의 제목을 잊지 못하는 이유는 같은 년도에 비슷한 가상현실 영화들이 나왔던 ..

드라마 작은 아씨들

돈 있으면 뭐 사고 싶었어요? * 스포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시청하지 않으신 분은 읽지 않으셔도 됩니다. 최근에 시작한 tvN 드라마 '작은 아씨들'을 보고 있다. 최근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박찬욱 감독님과 오랫동안 여러 작품을 같이 작업했던 정서경 작가님의 드라마 작품이다. 배우 김고은 님이 나오고 익숙한 제목 그리고 정서경 작가님의 작품이라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넷플릭스에도 업로드되기에 편한 게 감상할 수 있었다. 극 중 김고은 배우가 맡은 인주라는 인물은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두 여동생과 함께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회사에서도 왕따를 당하며 여직원들과 섞이지 못한다. 하지만 회사 건물 안 다른 층에는 인주를 아껴주는 경리직원 화영이라는 언니가 있다. 어느 날 화영은 자살..

과거는 순간이다

언제나 그렇듯 인생은 다시 살 수 없고 누구도 완벽한 과정을 거쳐 지금의 자신이 되지 않는다. 살다 보면 생각나는 영화와 드라마의 한 장면이 있다. 아주 가끔씩 그 장면과 대사, 음악이 머릿속에서 울려오고 그때의 감동과 느낌이 일상에서 느껴진다. 그 추억의 한 장면 때문에 지나간 영화와 드라마를 다시 시청한다. 이미 몇 번을 반복적으로 본 이야기들이지만 20대, 30대, 40대 때 느끼는 감정이 다 다르다. 이미 알았다고 생각한 이야기와 의미가 볼 때마다 다르게 느껴진다. 넉넉하게 여유시간을 잡고 추억의 영화들을 재감상한다. 다행히 요즘은 OTT 플랫폼에 많은 영화가 올려져 있어서 검색 한번 정도면 어려움 없이 시청이 가능하다. 영화의 한 장면만 떠오르는 것이 아니다. 도무지 잊히지 않거나 정말 뜬금없이..

낯선 추석 풍경

이렇게만 매일 살면 오래오래 살 것 같은 기분이다. 아침 9시쯤에 일어나 늘어지게 기지개를 켜고 물 한잔을 마신다. 다른 가족들은 새벽에 일찌감치 낚시를 하러 떠났고 집에는 부모님과 나만 있다. 잔잔한 추석 연휴 첫날이다. 내가 하는 일은 일 년에 딱 3번만 휴식을 갖는다. 새해 1월 1일 그리고 설과 추석 명절 외 여름휴가가 전부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정상근무라서 일요일이 거의 유일한 휴식이고 나머지 공휴일이나 빨간 날은 쉬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명절처럼 4일 이상 쉬는 기간은 뭔가 마음도 몸도 낯설다. 뭔가를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뭔가를 하기에도 애매한 시간. 햇빛이 쨍해서 잠깐 집 밖으로 나왔다. 빌라 고양이가 담벼락 위와 아래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평소에 내가 일..

내 삶은 드라마

나의 삶에서 반복되는 지루한 시간을 편집하면 드라마처럼 사건과 사고만 남는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모든 드라마의 주인공이 나라고 가정해보자. 극 중 모든 인물이 나에게 대화를 건넬 것이고 그들이 하는 말은 모두 나에게 하는 말이 된다. 사랑과 치유가 담긴 따뜻한 말도 있을 것이고 공포와 독이 묻은 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감내해야 한다. 극이 막을 내리고 검은 화면이 뜰 때까진 난 모든 말과 상황을 견뎌야 한다. 이야기가 시작되면 모든 등장인물 특히 주인공 주변의 인물을 자세히 소개하는 것처럼 짧은 시간 안에 나는 그들과 아는 사이가 된다. 그들이 힘들어할 때 반대로 내가 위로를 건넨다. 주인공이 나라고 인식하는 순간 모든 행동과 대화가 깊이 스며오고 스마트폰이나 다른 어떤 것에 주의를 뺏기지 않는다..

아직 찾지 못한 나의 목적

결론은 제주를 위해 서울 사람인 내가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내가 세상에 태어난 이유는 뭔가 의미가 있을 거라 믿었다. 분명 나만 할 수 있는 소명이 있거나 내가 걸어야 할 길이 있다고 생각했다. 40살이 되기 전까지. 차츰 나는 그런 의미들을 잊어버렸다. 먹고사는 문제조차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인간에게 소명 따위나 세계적인 가치관이 더 이상 중요 할리가 없었다. 특별하다고 믿어왔던 나의 가치관은 점점 희미해지고 다른 이가 만들어 놓은 가치관 혹은 상상 속에서 살게 되었다. 그들이 만들어놓은 매뉴얼대로 움직이고 숨을 쉬면 배고파할 일은 없다. 혼자 자취생활을 할 때 돈이 다 떨어져 배를 굶어야 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정말 일하는 곳에서 밥을 먹기 위해 출근했었다. 가격이 싸고 양이 많은 스파..

내가 사용하는 도구

아마도 가장 쓰지 않은 도구는 나 자신일지도 무엇인가 잘하려고 노력하는 요즘 나는 얼마나 도구를 잘 사용하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다. 나의 주 사용도구는 스마트폰이고 소통과 콘텐츠 체험, 블로그 포스팅을 한다. 또 다른 도구로는 노동 수익이 가능하게 해주는 원예용 삽과 전지가위 등이다. 그리고 최근 나의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오랜만에 펜을 들어 종이에 적고 있다. 노트북과 무선 키보드는 애초에 블로그 포스팅 용도로 쓸 생각이었지만 스마트폰의 간편함에 빛을 보지 못한 채 파우치 속에 잠들어 있는 중이다. 예전에 일러스트레이터 프로그램으로 로고와 일러스트 등을 만들고는 했지만 만져본지가 오래다. 생각에서 멀어지니 손에서도 멀어진 디지털 도구가 되었다. 데스크톱 PC도 가끔 넷플릭스나 유튜브 감상 용도로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