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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오래 살아야지

나는 이제 얼마나 더 오래 살 수 있을까? 건강을 관리하며 자유로운 삶을 산다면 100세까지도 가능한 세상이다. 내가 살아온 삶의 시간을 한 번 더 살아가야 한다. 어른이 된 삶의 속도는 호기심 가득한 아이의 시간들보다 빠르다. 그래서 체감상 나는 좀 더 빠른 시간을 살게 될 것이다. 물론 지금처럼 일하지 않고 삶의 형태를 바꾸어 나간다면 시간을 느리게 붙잡을 수 있다. 그래야 한다. 난 아직 살아보지 못한 일들이 많다. 가고 싶은 곳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다. 생애의 마지막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내 삶의 필모그래피에서 힘들게 일만 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다. 내 삶을 대표하는 장면들이 그런 모습이어서는 안 된다. 사람들의 과거 수명은 40살이었다. 그때 내가 살았다면 이미 생의 마지막을 살았..

제주는 기회다

나는 내 이야기를 좋아한다. 최근 몇 달 사이 블로그를 하면서 잊고 있었던 나의 잔잔한 추억들을 다시 캐내었고 찾아내었다. 분명 잊고 살았는데 기억은 그대로 어딘가 구석에 처박혀 찾아주기를 기다렸나 보다. 아마도 살아가면서 많은 기억들이 예전 기억들을 뒤로 밀어냈으리라. 그래도 소멸되지 않고 살아남아 주었다. 그것이 불행한 기억이든 좋은 추억이든 그 생각들을 떠올리면 난 그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과거를 연대순으로 떠올리면 우리 동네의 어느 지점에 도서 대여점과 비디오 가게가 있었는지 말해 줄 수 있다. 작은 문방구들과 구멍가게가 어디 있었는지, 아이들이 엄마 몰래 찾아가던 오락실들의 위치도 알고 있다. 마치 비밀지도처럼 내 머릿속엔 그 시절의 가게들이 어디에 있었는지 표시되어 있다. 그립다. 힘..

나는 제주의 흙에 뿌리를 내린다

식물을 심기 위해선 항상 흙을 만져야 한다. 그러다 보니 정말 여러 종류의 흙을 만지고 보게 된다. 완전히 뻘처럼 숨구멍이 없는 진흙 같은 흙이 있고, 크고 작은 모래 알갱이들이 섞여 물 빠짐이 좋아 공기 순환이 좋은 흙들이 있다. 진흙 같은 흙에 심긴 식물은 물을 주어도 물이 빠져나갈 물길이 없어서 뿌리가 숨도 쉬지 못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썩고 만다. 흙이 물을 그대로 머금어서 밑으로 내려보내지를 않으니 식물의 뿌리는 익사당하듯이 숨도 못 쉬고 죽어간다. 예전의 내 인생이 그랬다. 내 주변 환경과 집의 분위기, 돈을 버는 직장의 스트레스가 내게 숨을 쉴 여유를 주지 않았고 내 마음과 꿈은 썩어갔다. 퇴근길 지친 다리는 무거웠고 걱정과 불만들을 흘려보낼 곳이 없었다. 숨쉬기가 힘들었다. 그때부터였나 보다..

난 구글킵에 제주의 기록을 적는다

내가 가장 즐겨 사용하는 앱은 구글킵(Google Keep)이다. 단순한 메모 앱이지만 난 그 안에 많은 것을 기록한다. 나의 상상, 하고 싶은 것, 해야 할 일, 가계부, 유튜브나 웹사이트의 링크 그 외에도 잡다한 지식들을 구글킵에 기록해 놓는다. 기록의 중요성은 이미 수많은 유명인사들이 말한 것 같다. 나도 기록의 힘을 믿는다. 사람의 기억력은 한계가 있고 어느 순간 창조적인 지혜는 불현듯 찾아온다. 어릴 때는 그 찰나의 지혜를 몇 번씩 외우며 머릿속에 저장해 뒀지만 나이를 먹으니 그러기가 힘들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꼭 연습장이나 메모지 한 장을 찢어서 여러 번 접어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 일하다가 나도 모르게 아이디어가 솟으면 볼펜으로 종이에 기록했다. 그런 메모지가 쌓이고 쌓여 엄청나게 많아졌고..

방문 앞의 제주지도

매일 새벽 알람 소리에 맞춰 몸을 일으키는 것이 너무 힘들다. 10초가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조금 더 누워보겠다고 잠깐 눈을 감았다가 뜨고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 오늘은 푹 자기에 좋은 날이라고 아쉬워한다. 내가 누워있던 자리를 보며 출근하기 싫다고 나를 설득한다. 그러나 내 두발은 이미 씻기 위해 화장실 문턱을 넘어섰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지겹다. 주변 사람들은 내가 부지런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난 누구보다 게으르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없으며 타인의 눈밖에 나는 행동을 하지 않으려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제주도에 가려하다니... 가족의 눈치를 보지 않고 서울을 벗어나서 제주로 가려한다. 게으른 나를 타인의 눈에 길들인 것처럼 부지런하게 만들어야 한다. 다만 내 삶과 목적을 위해서..

어쩌면 제주의 시작은 게임이었다

난 식물과 관련된 일을 한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어쩌다 보니 인생이 이렇게 풀렸다. 이 일을 계속할지는 모르겠지만 현재는 본업이고 노동으로 얻는 유일한 수입원이다. 어쩌다 이 일을 하게 된 걸까? 시작은 아주 사소했다. 내가 백수였던 어느 날 그가 내게 재밌는 게임이 있다고 말해주었다. 게임의 이름은 듀랑고. 공룡들이 존재하는 가상의 세상에서 농사를 짓고 사냥도 하며 건축을 하는 게임이었다. 돈을 모아서 자신의 땅을 더 확장시킬 수 있었고 나는 땅에다 옥수수, 벼 등 농작물을 가득 심었다. 게임이었지만 농작물을 기르고 추수하는 재미에 푹 빠졌고 그야말로 농사꾼이 되었다. 건축과 공룡 사냥, 정글탐험에는 관심이 없었다. 오직 농사뿐이었고 탐험을 하는 이유도 퀘스트를 깨서 레벨업을 하거나 새로운 농작물..

제주로 가는 과정에는 자극이 필요하다

삶에 자극이 사라진 느낌이다. 매일 하는 일도 몇 년째 반복이다 보니 루틴화 되어있다. 물론 매일 새벽 5시 반에 눈뜨는 일은 너무 당연하지만 일요일 새벽 5시 반에 눈뜨는 일은 정말 힘들다. 돈 버는 일은 기계적으로 일어나 씻고 출근하고 시간을 보내다 퇴근한다. 그러나 사적인 내 시간은 나 자신과의 갈등이다. 조금만 더 자고 싶고 더 편히 쉬고 싶다. 물론 많은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기 때문에 오는 잠의 부족과 피로도의 영향이 있겠지만 스스로의 삶을 계획성 있게 보내기란 힘들다. 조금이라도 자극을 느껴보기 위해 쿠팡에서 펩시콜라 캔을 한 박스 주문했고 오늘 낮에 도착했다. 냉장고에 넣어 놨다가 한 캔을 따서 마시니 너무 시원하고 탄산의 연주가 자극적이다. 매번 콜라를 끊는다고 했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

나의 계절은 제주에 있다

이제 날씨가 따뜻하다. 봄이 진짜로 왔나 보다. 여전히 이른 아침에는 서늘하고 오늘은 비가 내려 차가웠지만 봄은 봄인가 보다. 내 인생에도 봄이 있었을까? 20대 때 분명 그 계절을 붙잡을 기회가 있었지만 난 잡지 못했던 것 같다. 그 후로 오랫동안 기나긴 겨울이었다. 혹독한 현실에 너무 추워서 깊이 땅을 파고 들어간 내 꿈들은 탐욕스러운 뱀들과 함께 동면에 들어가야 했다. 아주 오랫동안 꿈들은 땅 위로 드러나지 않았다. 어느새 난 그 존재들을 잊고 살았고 노동으로 돈을 벌기 위해 사는 보통의 사람이 되어있었다. 그렇게 보통의 날을 살아가던 어느 날 제주를 알았고 난 깨달았다. 지금 내 삶에 그 계절이 지나가고 있다. 이제 놓치면 10년 후에 올지 아니면 이제 끝인지 알지 못한다. 꽁꽁 얼어버린 땅을 파..

제주에서 머리를 잘라보고 싶다

흰머리카락이 많이 보인다. 오늘은 거울 앞에서 족집게로 흰머리카락들을 뽑아내었다. 나이듬의 증거다. 아무리 젊음을 유지하려 해도 몸은 마음과 다르게 성실히 나이를 먹는다. 아직 주름은 많지 않으나 머리카락은 확실히 나이를 먹어간다. 머리를 안 자른지도 두 달이 넘어가는 것 같다. 미용실 가는 일이 어찌나 귀찮고 게으른 일인지. 마음먹고 외출을 하면 예약을 해야 하거나 손님이 많아서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일이 반복되었다. 그러다 보니 미용실에 안 가게 되었고 단발머리가 되었다. 앞머리는 스스로 자른 지 8년 가까이 되어서 익숙하다. 가끔씩 앞머리가 눈을 찌를 때 전체적으로 정리해준다. 옆머리와 뒷머리는 내가 할 수 없으니 여전히 전문 미용사의 도움이 필요하다. 퇴근하는 길에 동네를 둘러보니 바버샵이 생겼다..

아프니까 제주생각도 덜 나더라

방바닥이 따뜻하다. 오래간만에 집안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지내고 있다. 콧물도 줄어들었고 기침은 나오지 않는다. 몸이 많이 안정화된 느낌이다. 다행이다. 코로나야 다신 오지 마렴. 많이 힘들었다. 저녁은 삼겹살에 상추쌈을 해서 먹었다. 오랜만에 기름진 고기에 알싸한 마늘을 쌈장에 찍어먹으니 입맛이 돈다. 원래 아팠을 때 더 잘 먹어야 하는데 입맛도 없었고 미각도 약간 상실했었다. 아주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 의식하지 않고 숨쉬기. 가만히 누워있기. 모두 힘들었다. 코와 목은 콧물과 가래로 숨쉬기 힘들었고 깊이 한숨을 쉬면 목구멍이 아려오는 느낌이 들었다. 방바닥에 이불 하나 덮고 가만히 누워있고 싶어도 근육통으로 계속 허리와 온몸의 근육에 힘을 주며 풀어줘야 했다. 지금은 편히 누울 수 있지만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