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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지금의 삶이 내가 꿈꾸던 현실인가? 왜 이렇게 살아가는 방법이 꼬였는지 모르겠다. 오래전에도 부족함 없는 경제적 자립을 원했다. 제주를 알기 훨씬 전부터 말이다. 하지만 입에서 뱉는 말이 현실이 되었다. 힘들어... 힘들어 힘들어 할 때마다 삶의 무게는 더 쌓여만 갔다. 어릴 때부터 삶과 일이 힘들다고 나 홀로 소리 내어 독백을 했다. 솔직했지만 그 힘들어는 나이를 먹을 수록 복리 효과처럼 커져만 갔다. 이제 그 힘들어는 어깨와 목을 누르고, 손목을 짓누르며 무릎과 발목을 찍어 내리고 있다. 주문처럼 걸어만 다녀도 힘들어가 나오도록. 최근에 포스팅을 자꾸 빼먹은 이유도 힘들어서다. 이젠 몸이 견디는 수준이 아니라 거부 반응을 하고 있다. 육신이 늙어가는게 아니라 망가져 가고 있다. 좀 쉬어야 회복이 될 ..

제주에서는 아침을 먹자

난 예전부터 아침에는 항상 바빴던 것 같다. 항상 정해진 시간보다 30분에서 1시간 정도 일찍 출근했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조용한 그 시간을 즐겼다. 하지만 빠른 출근 때문에 아침을 항상 굶어야만 했다. 약 10년이 넘는 날 동안 아침을 먹은 날이 다 합쳐서 1달이 될까 말까 한다. 그래서 지금은 아침을 먹지 않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웃기게도 빠른 출근으로 아침식사와 바꾼 것이 커피였다. 엊그제 까지도 아침 시간동안 많으면 약 5잔 이상의 커피를 마신다. 커피가 맛있어서? 추워서? 배고파서? 나도 모르겠다. 매일 습관적으로 커피를 입에 넣게 되었다. 난 제주에서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새벽하늘을 보며 깨어날 것이다. 음악을 틀고 부엌에서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적당한 양의 따뜻한 김이 피어오르는 요..

제주 걱정

난 걱정이 많은 사람이다. 하루 종일 걱정에 둘러싸여 산다. 머릿속 크고 작은 걱정들이 소중한 내 시간들을 잡아먹는다. 출근하기 전 나는 가스밸브의 방향을 확인하고 손으로 만져본다. 그리고 가스레인지의 손잡이들을 모두 하나씩 일일이 만져본다. 눈으로만 봐도 확인이 되지만 보이는 것만을 믿지 않는다. 가방에 손을 집어넣어 안에 든 물건들을 하나씩 만져본다. 분명 눈으로 보지않고 그 물건의 크기, 촉감, 무게, 위치 순으로 확인한다. 물건의 위치가 바뀌어 있으면 손으로 다시 완벽한 위치를 찾아 준다. 가방 속에는 빗, 지갑, 교통카드지갑, 버즈라이브 무선이어폰 케이스 밖에 들어있지 않다. 고작 몇 가지의 물건을 확인하느라 온 신경을 손의 촉감에 집중한다. 모든 물건의 생존을 확인하고 나면 문을 열고 출근 길..

메타버스 제주

퇴근이다. 아직 퇴사가 아니다. 그냥 흔한 퇴근이다. 날씨가 서늘할 때는 해도 같이 퇴근하느라 좀처럼 마주칠 일이 없다. 집에 도착하면 완전히 컴컴한 밤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자동으로 불이 켜지고 외출 중으로 설정해놨던 방 온도가 올라간다. 스마트 시스템이란 간편하고 좋은 것이다. 집에서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나를 위해 최선을 다해주니까. 얼음같이 시원한 물 한잔을 마시고 양말을 벗어 세탁통 안으로 던져 넣는다. 답답한 겉옷과 사회에서 어른이라 겉치장한 체면과 자존심까지 서둘러 벗어버린다. 이제 몸에 걸친 건 속옷과 며칠 동안 쌓인 피곤뿐이다. 웬만해선 피곤은 벗겨지지 않는다. 마치 물에 젖은 양말처럼. 힘겹게 벗은 줄 알았는데 시간이 흐른 후에도 피곤의 무게는 남아 몸 한구석에 걸치고 있다. ..

내가 제주로 가는 건 비밀이다

내가 제주로 가는 건 비밀이다. 친구인 그 외에는 가족이나 주변 지인 그 누구도 모른다. 심지어 제주도 모르고 있다. 조심히 비밀스럽게 마흔이 넘은 어느 날부터 아무도 모르게 일탈을 꿈꾸고 계획 중이다. 사람이 사는 장소와 환경을 바꾼다는 건 거의 모든 걸 바꾸는 거라 생각한다. 지금은 예측할 수 없지만 내가 딱히 애쓰지 않아도 생길 무의식적인 습관도 만들어질 것이고 타지에서 온 이방인이 갖게 되는 방어기제도 생길 것이다. 그리고 내가 아는 만큼 제주를 이해하고 편견을 갖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제주에 대한 많은 지식을 습득하려 노력 중이다. 또한 왜 제주에 정착했다가 다시 돌아오는지도 자세히 알아보려 한다. 모든 걱정되는 고민거리에 대한 계획을 다 세워놨을 때 정말 어느 날 아무 걱정 없이 짐을 싸서..

제주 인간극장 송당나무 카페

2020년 여름, 그와 나는 송당리로 휴가를 왔고 이른 아침에 산책을 위해 밖으로 나왔다. 아무도 없는 고요함. 뻥 뚫린 도로. 지나다니는 차들은 보이지 않는다. 전형적인 제주 구옥들이 모여진 동네의 모습이 아기자기하다. 시원한 바람이 불고 산책하기 좋은 날씨다. 송당리 큰 길가로 나온 후 어디로 갈지 잠시 고민한다. 어차피 동네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고 물어볼 동네 주민들도 안 보인다. 이 시간에 문을 열고 장사를 하는 가게는 한 군데도 보이지 않는다. 그냥 큰 도로를 건너 직진하기로 한다. 햇살은 뜨겁고 그늘은 누가 지워버린 것처럼 길가에 희미하게 누워있다. 이 넓고 푸른 공간에 오직 그와 나 둘만 있다. 모험이 시작됐다. 물이 바짝 마르고 풀들만 길게 자란 수로의 제방 위에 올라 걷는다. 오랜만에 만..

내 활주로는 제주로

내 활주로는 제주로 카테고리에 25개 이상의 제주에 관련된 내 신비한 경험담과 가상의 미래 그리고 제주에 대한 생각들을 담아내었다. 처음 블로그를 시작할 때의 예상보다 부지런하게 글을 쓴 것 같다. 심지어 일하면서도 무엇을 써야 할까 고민하는 나를 발견한다. 더불어 뒷목이 뻣뻣해지고 아프다. 심적인 부담감이 몸으로 나타나고 있다. 아직은 습관이 아닌 숙제로 여겨지나 보다. 하지만 오직 나만이 풀 수 있는 숙제이고 정해진 답은 없다. 어쨌든 제주로 날아오르는 것이다. 키워드 조합을 포기하고 내 맘대로 제목을 짓고 글을 썼었는데 의외로 키워드 검색으로 많이들 들어와 주셨다. 게다가 첫 번째 글로 노출되는 포스팅들도 있어서 내가 생각한 대로 쭉 가도 괜찮겠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아직 한 달도 안됐고 누적된 글..

나의 제주는 청춘인가?

나는 청춘인가? 내가 보는 기준이 다르고 주위에서 나를 보는 기준이 다르다. 나름 나이에 맞지 않게 동안이고 한 겨울에도 반팔을 입고 다니는 건강한 몸이라 주위에서는 내 나이를 10살 이상 차이 나게 본다. 그리고 아직 결혼도 안했고 자유로운 몸이어서 청춘이라고 보시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나 자신에게 이 질문의 답은 청춘이 아니다 이다. 조금 삐긋해도 몸이 아프고 예전처럼 유연하지 않으며 무릎과 손목이 아파온다. 흰머리도 꽤 많이 보인다. 얼굴에도 조금씩 주름이 보이는 것 같다. 피부는 탱탱함이 사라졌고 눈도 약간 풀린듯하다. 육체적인 부분만 아니라 내적인 면에서도 푸르른 청춘은 지나갔다. 더 이상 새로운 생각과 시각은 생기지 않았고 어른의 기준으로 평가하기 시작했다. 마흔이 넘어서 젊은이의 젊음과 행..

나의 목적지? 물론 제주다.

요새 유튜브로 자주 찾아보는 구독 채널이 있다. 그림 그리는 유튜버 이연님이다.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목소리와 솔직한 자신의 생각을 그림을 그리면서 들려주신다. 오래전 영상에 제주도로 휴가를 가셔서 좋아하는 책을 소개하는 영상이 있었다. 그 책중에 하나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다. 저자가 자신의 문학과 인생을 달리기에 비유해서 풀어놓은 책이다. 빨리 달리기로 책의 내용은 지나가고, 나를 멈추게 한 구간이 있었다. 이연님이 이 부분은 그냥 멋있어서 밑줄 쳤다는 문장이 있다. '나는 나의 목적지를 향해서 계속 달린다. 나의 목적지? 물론 뉴욕이다.' 이연님의 밑줄 표현처럼 정말 개간지다. 자신의 목적을 한마디로 정의했다. '물론 뉴욕이다.' 뉴욕마라톤에 참가하기 위해..

제주에 가면 행복이 있을까?

"제주에 가면 행복이 있다고 믿니?" 그가 톡으로 물어본다. 머릿속에 사라지지 않고 계속 떠오르는 그 말. 제주에 가면 행복이 있다고 난 믿고 있는 걸까? 행복해지고 싶어서 제주에 가려하는 걸까? 서울에서의 행복과 제주에서의 행복은 차이가 있는 걸까? 내가 원하는 행복이 무엇일까? 행복하고 안하고의 기준이 무엇인가? 딱히 정답이 있는 질문이 아니기에 천천히 풀어가 보려 한다. 다만 지금이라고 행복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나의 밥벌이에 만족하고 일상 속 소소함을 기반으로 작은 행복들이 하루를 조금씩 채워간다. 하지만 짜증이 날 때도 있고 여유가 없어서 시간에 쫓기듯 사는 날도 많다. 행복은 샌드위치처럼 짜증과 무관심, 우울, 평범 그 사이에 겹겹이 채워져 있는 것이다. 모든 감정들이 맛이 다 다르고 나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