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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아는 사람 있어?

제주에 아는 사람 있어? 나에게 하는 질문이다. 제주에 아는 사람? 당연히 없다. 휴가 때 내려가 묵었던 펜션의 주인들이 아는 사람은 아닐 것이다. 동문시장에서 매번 들렸던 올레 횟집의 삼촌이 아는 사람은 아닐 것이다. 자주 들렸던 앞오름돼지촌 사장님 부부가 아는 사람은 아닐 것이다. 제주에 아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데 내려가서 살려한다. 가족의 울타리를 벗어나 돌담 안으로 들어가려 한다. 아는 사람은 없지만 아는 회맛은 있으며 아는 오름이 있고 아는 한라산 소주 맛이 있다. 아는 사람이 있었다면 난 당장 그에게 제주에 내려가서 정착하고 싶으니 맘에 드는 집을 찾을 때까지 잠시 머물게 해달라고 부탁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눈치 보며 밥을 얻어먹고 집을 알아본다는 핑계로 밖으로 나가 산책을 하며 이제 뭐..

제주에서

작은 알람 소리가 귀를 통해 들어온다. 살짝 눈을 뜸과 동시에 손을 뻗어 시계의 알람을 끈다. 아직 바깥은 살짝 어둡다. 해가 떠서 밝아지려면 아직 한 시간 정도가 남았다. 내가 아끼는 촛대 모양의 조명을 켜고 어질러진 이불을 간단히 개어서 침대 위에 올려놓는다. 제주에 내려와서 매일 거르지 않고 행하는 새벽의 의식이다. 집 담장 주변을 바람이 떠나지 않고 계속 창가를 향해서 휘파람을 분다. 내가 자길 좋아한다는 걸 아나보다. 매번 동네를 지날 때마다 고양이가 집 앞에서 소리를 내듯이 머물다가 떠난다. 기분 좋은 바람소리가 사라지면 감상을 끝내고 계단을 천천히 내려간다. 발끝으로 무게를 옮길 때마다 중력이 아래로 이동한다. 차가운 나무계단의 온도가 아직 덜 깨어있는 나의 의식에 찬물을 붓는다. 1층의 공..

피곤해도 제주

방금 전자책을 보다가 살짝 졸았다. 타이탄의 도구라는 책이다. 책이 졸린 게 아니라 내 몸이 피곤하여 눈꺼풀이 내려간 것이다. 지금은 졸음의 주문에서 깨기 위해 견과류를 씹고 있다. 글쓰기 중 가장 어려운 때가 바로 지금 같은 경우다. 몸은 피곤하고 쓸 글이 생각나지 않는다. 그래도 써야 한다. 나와의 약속이다. 내일 발행될 글은 이미 어제 예약해놨다. 조금은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여전히 글쓰기는 어렵다. 더 어려운 건 오직 글만을 쓰기 위해 집중하는 시간이다. 아직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다. 습관이 되려면 아직 더 많은 시간을 써 내려가야 한다. 제주라는 목표를 향해 티스토리 블로그를 만들었다. 이 작고 볼품없는 공간에 매일 하나의 포스팅이라도 발행하여 살을 붙이려 한다. 이러한 내 ..

제주 라면

작년 말 크리스마스이브 날 아침 그는 갑자기 제주도로 떠났다. 김포에서 제주까지 왕복 항공권이 이브인데도 불구하고 굉장히 저렴한 가격으로 나온 것이다. 나는 일을 하는 중에 카톡으로 연락을 받은 것이라 그가 너무 부러웠다. 아무 계획이나 예고도 없이 가고 싶을 때 떠나는 그의 즉흥성이 나에게는 큰 배움이었다. 난 그런 실행력이 없다. 여러 가지를 따지고 재봐야 하는 인생이었다. 코로나 이후 제주 항공권은 성수기 비성수기 구분할 것 없이 가격이 올라버렸다. 저렴한 가격의 항공권이 올라오면 언제나 그는 떠났다. 당일이든 몇 박이든 미리 정해두지 않았다. 숙소도 그 날 가서 잡는 식이었다. 자유로운 제주 여행가인 그는 제주의 관광지로 유명한 대부분의 지역을 둘러봤다. 그는 나에게 질투의 대상이었다. 매번 그가..

제주로 가기 위한 습관

일을 마치고 퇴근하면 지하철 역까지 30분을 걸어간다. 집에 들어와 씻고 식사를 하며 필요한 유튜브 영상을 찾아서 본다. 전자책을 꺼내서 책을 읽는다. 영어공부 앱을 켜서 잠깐 집중한다. 자기 전에 포스팅할 글을 미리 써놓는다. 시간이 남으면 다시 책을 읽거나 생각에 빠진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 할 일상과 시간관리다. 작년까지는 퇴근하면 하염없이 버스를 기다렸다. 마침내 온 버스가 사람이 가득 차 있으면 다음 버스를 기다린다. 그러면 보통 20~30분이 걸린다. 지금은 퇴근 시간이 몇 분이라도 늦으면 바로 지하철 역까지 걸어간다. 양재천을 따라 걷게 되는데 동기부여가 되는 영상을 귀로만 들으며 천천히 산책을 한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탈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없는 버스를 기다리는 것보다 예측 가능한 길..

제주 콘텐츠

아직 내게는 제주 콘텐츠가 없다. 제주스러운 콘텐츠. 브랜드의 얼굴이 되어줄 그 무엇. 그 무언가를 찾기 위해 티스토리 포스팅을 하면서, 하얀 디지털 여백 위에 나의 생각을 정리해 나간다. 그냥 생각만 하는 것보다 포스팅으로 글을 적을 때 새로운 아이디어가 더 자주 떠오르는 것 같다. 다른 이들은 제주라는 공간에 무엇을 더해서 콘텐츠로 생산할까? 어떤 이들은 제주 관련 잡지를 발행하고, 다른 이는 제주의 먹거리나 공예품을 모아 스마트 스토어에서 판매한다. 제주 유투버는 제주 관련 일상정보를 모아서 영상으로 올리고, 때로는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제주 창업가들을 찾아 인터뷰하고 도움을 준다. 제주의 특성을 살린 에어비앤비 펜션도 호스트만의 철학과 개성이 녹아있다. 동문시장의 횟집 사장님도 유튜브 영상을 올..

불꺼진 방안의 제주

11시가 넘은 하루가 저무는 시간. 어두운 공간에 조명 하나만 켜 놓은 채 생각을 정리 중이다. 하루 동안 전보다 시간을 아끼며 생산성 있게 보냈지만 나는 알고 있다. 쓸모없는 것에 낭비한 시간이 더 많다는 걸. 그 시간들이 모두 모이면 의미 있었던 시간의 몇 배라는 걸. 분명히 잘 알고 있음에도 빈둥거림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 건 아직 밀도 있게 시간 사용하는 습관을 내 몸에 익히지 못했다는 거다. 물론 하루 중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에 쉴 수 있는 여유는 필요하다. 그렇지만 내게 주어진 휴식 시간을 제대로 사용한 적이 있는가? 요새는 한번에 끝까지 영화 한 편을 보기도 힘들다. 집중력이 흩트러진 채로 여기저기 관심을 준다. 아까 한 행동을 몇분 후에 다시 반복한다. 조금 지나면 배가 고프고 밥 먹느라 시..

핀터레스트와 제주

얼마 전 핀터레스트 계정을 새로 하나 생성했다. 애초에 목적은 티스토리 블로그에 올리는 제주 사진을 핀터레스트 계정에도 똑같이 올리고, 그 사진에 티스토리 링크를 걸어 블로그 포스팅 글로 유입을 시키는 것이었다. 오, 이거 멋진 생각인데? 난 혼자 들떠있다가 몇일 후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네이버 검색창에 '티스토리 핀터레스트'라고 검색해 봤다. 어라? 꽤나 많이 나오네... 역시 사람생각은 다 똑같나 보다. 다들 그렇게 하나 보네. 글을 읽어봤더니 핀터레스트는 티스토리 주소를 스팸으로 인식해서 링크가 걸리지 않는다 라는 내용이었다. 아... 생각지도 못한 결과였다. 많은 이들이 핀터레스트에 항의 했지만 결과는 안된다고... 아... 계획이 틀어져 버렸다.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나버렸다. 핀터레스트 계정을..

제주에 몰입하다.

설날이라 집에서 쉬고 있으니 직장에서 보다 한 가지에 몰두하기가 더 편하다. 며칠 전부터 제주, 제주, 제주... 에 몰입 중이다. 밥 먹거나 책을 읽을 때도 누워서 잠깐 잠이 들 때도 의식적으로 제주를 머릿속에서 되새기며 연결시키려 한다. 아직 어떤 일을 가지고 제주로 내려갈지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서 지금 이 순간들이 너무나 소중하다. 앞으로의 내 제주살이를 책임질 몰입의 시간이다. 마침 요새 읽고 있는 책도 생각의 몰입에 관한 책이고 지금 나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예전 같으면 항상 음악을 틀어 놓고 있거나 백색소음이 깔린 분위기에서 무언가를 했다면, 요 며칠은 다 끄고 조용한 적막 속에서 포스팅을 하고 있다. 과연 나는 짧은 시간 속에서 무엇을 얻고 무엇을 버리게 될까? 내 생각을 플..

아이유와 제주 삼다수 숲길

2021년 여름. 두 번째 제주도 여행을 준비했다. 웹서핑으로 제주도 관련 여행자료를 찾아봤고 그중에 눈길을 끈 건 아이유가 등장하는 제주 삼다수 영상이었다. 반짝이는 눈빛을 가진 아이유가 햇빛이 길게 떨어지는 울창한 삼림 사이로 제주 삼다수 생수병을 높이 들어 보다가 시원하게 물을 마시는 CF였다. 계속 돌려보던 나는 배경이 된 장소에 마음이 움직였다. 제주 삼다수 공장이 있는 삼다수 숲길. 그래서 여름 휴가 첫 장소로 삼다수 숲길을 정했다. 그래. 아이유의 흔적을 따라가는 여행이다. 제주공항에 내린 우리는 곧바로 택시를 잡아 동문시장에 들러 회를 먹은 후에 다시 택시를 잡고 제주가 좋아서 숙소로 들어왔다. 코로나 시국이라 늦은 체크인 시간을 지켜야 했고 현관 로비 앞에 캐리어와 짐들을 세워서 맡긴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