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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저주

중력에서 벗어난 그때의 마음. 어제 올라온 하와이 대저택님의 영상을 시청했다. 영상의 제목은 "이 신호를 절대 무시하지 마세요" 유튜브 영상 썸네일에는 "미래의 당신이 현재로 보내는 성공 시그널"이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즉 어떤 식으로든 미래의 내가 과거의 나에게 신호를 보낸다는 내용이다. 그 하나의 예로 잠을 자면 꾸는 꿈에 대해서 얘기한다. 하와이 대저택님은 군대를 제대한 후 직장생활을 하면서 아주 오랫동안 군대를 다시 재입대하는 꿈을 꾸게 된다. 많을 때는 일주일에 두세 번씩 군대라는 공간 속에 놓인 꿈속의 자신을 보게 된다. 고된 직장생활 속에 과로사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함께 삶을 영위한다. 그러다 어느 날 군대에 관한 꿈과 몇 가지 신호들을 알아채고 시간이 흘러 퇴사를 한다. 현시점에서..

꿈과 현실

내게 꿈이 없는 어두컴컴한 하룻밤은 깨어있는 밝은 하루와 같다. 진짜 세상 가짜 세상 현재의 순간까지 살아오면서 많은 사건들과 일상들이 나를 만들었다. 단순히 물리적인 세포와 육신이 아닌 타인이 나를 보았을 때 느껴지는 눈빛과 태도 성격 등이 자라났다. 기억 속에는 다양한 오감이 장면들과 뒤섞여 남아있지만 그중에는 진짜로 있었던 일인지 알 수 없는 이야기들도 있다. 내가 꿈을 현실이 아니라고 인식한 어린 시절의 순간부터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까지 단 한 번도 꿈을 빼먹은 적이 없다. 너무나도 생생한 컬러의 꿈들. 낮에는 똑같은 일상을 밤에는 매번 다른 세상에 발을 내디뎠다. 매일 꿈을 꾸었던 나는 잠이 깨는 이른 아침이 오면 밤새 창조된 오디세이 같은 모험 신화를 기억 속에 다시 떠올리려 집중했다. 그..

무의식과 꿈

나의 무의식은 꿈이라는 콘텐츠를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생산하고 있었다. 나는 매일 꿈을 꾼다. 살면서 단 하루도 꿈을 꾸지 않은 날이 기억나지 않는다. 무슨 꿈을 꾸었는지 기억하지 못 한 날은 많다. 대부분 알람 소리에 깨어 멍을 때리면 유리창의 입김처럼 서서히 사라진다. 며칠 전의 꿈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마치 액자 속 그림을 보는 것처럼 고개를 들어 현실에서 꿈속 이미지를 떠올리며 되새김한다. 나는 꿈속에서 동네길을 걷고 있었다. 길 사이로 고양이와 놀고 있는 사람도 보였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고즈넉한 일상이었다. 조금 더 걸으니 담벼락 위를 연초록의 덩굴 식물이 가득 덮고 있었고 작은 천장이 되어 하늘을 가리고 있었다. 작은 바람이 불자 아직 감을 곳을 찾지 못한 여린 새순들이 하늘거리며 ..

산고양이 똘이 마지막 작별인사

레고 블록처럼 항상 붙박이로 박혀있었던 낡은 종이상자가 사라지니 비로소 쓸쓸함이 다가왔다. 집 뒤의 관악산 수풀에서 매년 산고양이가 울었다. 산에서 태어난 어린 새끼들이 가끔 호기심을 지닌 채 산 밑으로 내려왔고, 매년 한 두 마리가 담을 올라와 문명과 야생의 선을 넘었다. 작은 산고양이는 산으로 돌아가지 않았고 길고양이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항상 그늘 밑 어둠 속으로 숨어 다녔다. 녀석은 그렇게 내가 사는 빌라의 작은 마당으로 스며들었고 이웃 아주머니가 먹이를 주며 보살피기 시작했다. 고양이를 집안에서 키우시던 아주머니는 어린 녀석에게 고양이 사료와 물을 주었다. 옆 건물에서 풀어 키우던 집고양이들은 창문이나 열린 현관문틈 사이로 자주 드나들었고 빌라 마당까지 놀러 와 밥을 먹거나 휴식을 취하며 어..

제주와 꿈 이야기

매일 똑같은 하루에 매일 달라지는 기억은 꿈밖에 없다. 어제는 밤늦게까지 계속 책을 읽었다. 조금씩 독서방법이 예전과 달라졌다. 이전에는 독서의 분량을 따졌다면 지금은 독서의 질을 따진다. 한 문장을 읽어도 이해가 가지 않으면 한번 더 읽고 곱씹어 본다. 그런 리듬과 속도로 책을 읽어나갔고 밤 10시가 넘어서자 피로가 몰려왔다. 잠깐만 눈을 감을 생각으로 똑바로 누웠다. 그리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잠으로 빠져들었다. 수많은 공간과 차원을 넘어 다니며 많은 꿈을 꾸었고 나는 정신없이 이 꿈에서 저 꿈으로 불려 다녀야 했다. 약속조차 한적 없는 꿈속의 스케줄대로 나는 움직여야 했다. 분명 내가 꾸고 체험하는 꿈이지만 내가 주인공이거나 아니면 관찰자로서만 존재하는 꿈들. 그렇게 하나의 꿈이 끝나면 다른 시대로..

제주아닌 꿈

관찰자와 관찰받는 대상의 의식전환 일요일 오후 5시쯤이 되어서 몸이 피곤하여 자리에 누워 낮잠을 잤다. 항상 그렇듯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꿈이 진행되었고 내가 알고 있는 유명 가수들이 등장했다. 그들의 공연은 길거리와 상점 같은 곳에서 진행되었고 나는 아주 가까이 있었다. 그들의 음악을 즐기며 나는 꿈의 진행에 동참하고 있었다. 현실에서는 기억나지 않았을 초등학교 동창의 어른이 된 모습도 보였고 함께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던 와중 한 여가수가 등장했고 우리를 바라보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나는 그 여가수를 보면서 어디서 본듯한 얼굴과 목소리인데 누구였더라 생각하며 알듯 말듯한 관찰자의 입장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노래가 한참 진행되던 중 나는 그녀의 이름과 얼굴을 기억해 냈다. 아 그 ..

다중 우주 속 다중 제주

제주에서 먹고 일하고 쉬어라. 다중 우주론에 의하면 제주에서 수많은 직업을 가진 내가 존재하고, 다양한 곳에 살고 있는 나 또한 존재한다. 현재 지구의 나는 무엇을 하며 살지 확실히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내가 살면서 느끼는 건 특히 요즘 들어 확실히 다듬어진 촉이 있다. 내가 평소 생각하는 나의 모든 것들이 단지 상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저 멀리 천체망원경으로도 관측이 되지 않는 우주 저 멀리에 존재하는 수만 개의 다중우주에 살고 있을 나의 모습을 보고 내 머릿속으로 가져온 것이라는 믿음이다. 사람이 하루에 7만 개 이상의 생각을 한다고 하니 그 정도의 다중우주가 있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다만 우주에 점처럼 아니 먼지처럼 흩어진 수많은 나는 모두 연결되어 있어서 서로의 삶을 훔쳐보고 성장하거나 ..

나의 주제는 제주다

Based on true events "실화를 바탕으로 함" 위의 문장은 방금 재생시킨 영화의 첫 시작에 뜬 문장이다. 실화라는 말은 이야기에 좀 더 설득력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묘하게 매력적이다. 낮가림이라는 티스토리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이제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다급함과 초조함 그리고 제주에 대한 동경과 떨림이 하나가 되어 시작되었다. 초조함에서 오는 생각의 떨림과 한 발짝 더 다가가고 싶다에서 오는 가슴의 떨림은 다르겠지만 묘하게 진동이 서로 맞아 들었는지 블로그를 만들고 기록하게 됐다. 그때 가장 가슴에 맴도는 어떤 존재가 제주였고 글을 쓰자는 막연한 생각뿐이었다. 내게 제주는 단순히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가 아니라 내 상상 속에서 더욱더 커지는 낙원 같은 비현실적 존재였다...

나의 계절은 제주에 있다

이제 날씨가 따뜻하다. 봄이 진짜로 왔나 보다. 여전히 이른 아침에는 서늘하고 오늘은 비가 내려 차가웠지만 봄은 봄인가 보다. 내 인생에도 봄이 있었을까? 20대 때 분명 그 계절을 붙잡을 기회가 있었지만 난 잡지 못했던 것 같다. 그 후로 오랫동안 기나긴 겨울이었다. 혹독한 현실에 너무 추워서 깊이 땅을 파고 들어간 내 꿈들은 탐욕스러운 뱀들과 함께 동면에 들어가야 했다. 아주 오랫동안 꿈들은 땅 위로 드러나지 않았다. 어느새 난 그 존재들을 잊고 살았고 노동으로 돈을 벌기 위해 사는 보통의 사람이 되어있었다. 그렇게 보통의 날을 살아가던 어느 날 제주를 알았고 난 깨달았다. 지금 내 삶에 그 계절이 지나가고 있다. 이제 놓치면 10년 후에 올지 아니면 이제 끝인지 알지 못한다. 꽁꽁 얼어버린 땅을 파..

나는 내가 지난 여름 제주에서 한 일을 알고 있다.

생각나지 않는다. 내가 지난여름 휴가 때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아마도 집구석에서 조용히 일년 치 낮잠을 즐겼을 것이다. 선풍기를 틀어 놓고 잔잔한 바람에 숨을 섞었겠지. 늦은 오후에 무심히 일어나 아무 계획 없이 습관대로 얼음 가득한 냉커피를 타 마시며 더위 먹은 속을 달래고 있었을 것이다. 아무 계획 없이 사는 것. 그것이 내 인생을 지켜주는 룰이었다. 그래야 살면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어떤 사건 사고도 내 주변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어제가 오늘이고 내일이 또 오늘과 같다. 마치 오늘만 사는 삶이다. 살아온 인생 전체를 쪼개고 쪼개 단 하루로 편집하더라도 오늘 하루와 같다. 편집점이 전혀 보이지 않는 똑같은 하루다. 아무 계획이 없으니 하루 종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남에게 피해 주지..